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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뜬 Sep 10. 2015

가끔 생각해보면 좋은 것들 -50

열쇠.

열쇠.


뒤적뒤적. 

다락방 오래된 상자 속에서 찾은 작고 녹슨 열쇠.

기억은 나질 않지만 기분만 묻어나는 것.

생각이 나질 않지만 감정만 묻어나는 것.

달빛처럼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달맞이 꽃처럼 고개를 드는 것.

안개낀 날처럼 흐릿하지만 어렴풋 가본적 있는 길 같은 것.

점시시간마다 아직 온기가 남은 도시락통의 따스함 같은 것.

배고픔과 배고프지 않음의 경계에서 바라보는 빵 같은 것.

지평선 끝,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것처럼 보이는 일 같은 것.

너무 피곤한데 잠이 오질 않아서 켜보는 핸드폰의 배경화면 같은 것.

초코우유와 딸기우유를 두고 무엇을 고를까 고심하는 생각 같은 것.

별것인 듯 별것 아닌 듯 깜박거리는 밤하늘의 별 같은 것.

이름 모를 아름다운 꽃을 만난 것처럼 그렇게 나는 붉은 빛으로 서서

열쇠를 쥐어보며 생각에 잠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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