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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뜬 Sep 17. 2015

가끔 생각해보면 좋은 것들 -56

마지막.

마지막.


나는 결국 마지막을 생각해야만 했던 걸까요? 그런 것이 현명함이었을까요? 


그대. 철없이 굴어서 미안하다며 아픔은 모두 가져갈 테니 좋은 것만 가져가시라고 말하십니다. 

나는 그 말에 웃음이 났습니다. 그대를 제외하고 남은 것 중에서 좋은 것이 있을까요? 그대 정녕 내가 그대를 빼고서도 좋은 것이 남아있으리라 생각하신 건가요?


나는 또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갈 겁니다. 잘하니까요. 그런 것들은. 티 안내고 또 화내지도 않으며 눈물도 흘리지 않겠죠. 무심한 듯 무정한 듯 그런 사람처럼 잘 지낼 겁니다. 

다만 보이는 것의 전부는 아니겠죠. 거위가 물에 뜨기 위해서 갈퀴를 미친 듯이 휘젓는 일처럼 내 마음이 몇 번이고 부서져도 참고 또 흔들려도 붙잡아야만 하겠죠. 


그래요. 그대는 나에게 속여서 미안했다 말하며 안녕을 고하시네요.

넘을 수 없는 벽, 깊은 협곡... 나는 그것들을 넘을 용기가 없습니다. 


알죠. 나는 못되게 살아왔기에 등에는 날개가 달릴 수 없다는 사실쯤은.


나는 날 수 없는 사람. 


나는 그대를 향해 뛰어오른 순간 추락하고 말겁니다. 그리고 그대 역시 그런 나를 본다면 함께 추락하실 지도 모를 일이였죠.

그런 결말은 원하지 않습니다만 멈추고 싶지 않은 진심은. 악독하리만큼 당신을 좋아한다는 그 사실 하나만큼은 이기심이 되어 흩날리고 막무가내로 돌풍처럼 몰아닥치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나에게는 남은 것.

그 어떤 상처보다도 쓰라릴 행복했던 추억이 남았기에 그나마 그대에게 괜찮다 말하고 웃어주었습니다.

쓰라릴수록 부여잡고 괜찮다 말하며 또 다시 웃어주었습니다.

그게 그대와 나, 우리의 마지막을 위한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이자 용서이며 축복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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