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기울면 별을 찾는다 (11)

빛나는 것.

by 김영식

빛나는 것.





회색빛 도시는 오직 밤에만 찬란하게 빛나죠.

어두워져야 빛을 내는 별처럼 이런 밤이어야 사람들의 꿈처럼 도시가 빛나요.


어느덧 정신 차려보면 나는 길 한가운데 서있고 약간의 쓸쓸함과 허무가 불어와요.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지나가고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만이 쓸려가지 못한 모래알처럼 남아있죠.


어디로 갈지 어디로 향할지도 가늠하지 못하는데 발걸음은 자꾸 무거워지죠.

곧 나의 두 발이 거리에서 완전히 멈추고 나면 내 눈앞에는 미래에 대한 동경만이 남아요.

아직 발걸음을 떼 지도 못한 것 같은데 말이죠.

겁도 없이 다음을 꿈꾸고 있죠. 꼭 소년처럼 말이에요.


그래요. 그럴 때마다 하릴없이 올려본 하늘은 꼭 이런 빛이었죠.

연보랏빛 노을로 하늘이 물들고 크림수프 같은 구름이 치즈처럼 늘어지고 나면 가슴에 간질거리는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어요.


그럴 때면 말이에요. 그렇게 갈비뼈 깊숙이 솜털이 박힌 것처럼 가슴이 간질거릴 때는 말이에요.

발가락 끝마디마다 봄바람 같은 기운이 스며들어요. 그리고 ‘목적지 따위 아무렴 어때.’라고 누군가가 속삭이는 것만 같았죠.


아마 그 순간 내 머리에 들던 생각들은 수십 년쯤 지나서 인생이란 녀석을 갈무리할 때 가서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생각이었는지도 몰라요.

소년처럼 꿈꾸면서 노인처럼 생각하는 순간 쓸쓸했던 거리가 아름답게 반짝임을 느낄 수 있죠. 휴대전화 화면에 나오는 잠깐의 가벼운 유희 같은 빛들이 아니었죠.


더디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람들의 눈은 반짝이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다만 나처럼 서로 깊은 눈 속을 마주친 적 없기에 모르는 것뿐이죠.


당신은 내 눈에서 빛나는 것들이 보이나요?

만약 그것이 두 가지 빛깔로 보인다면 당신의 눈도 빛나고 있다는 증거죠.

왜냐하면 내 눈동자에는 당신의 눈동자도 비치고 있었으니까요. 당신과 나는 마주 보고 있었으니까요.

내 빛깔과 당신의 빛깔이 내 눈에는 함께 담겨 있던 것이겠죠.


이런 날이면요. 불현듯 거리 한 가운데서 멈춰 서는... 이런 순간이 찾아오면 말이죠.

약간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가방에 넣고 사막으로 떠나고 싶어 져요.

별들이 더 빛나는 땅으로 말이에요. 사막의 밤은 짙은 고요 속. 쏟아질 것 같이 빛나는 것들이 너무나도 솔직하게 존재하는 곳이라 하죠.

그런 곳에서는 아마도 당신과 나는 솔직해질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진실한 빛들로 우리는 치유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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