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타는 사람 중의 우두머리가 어름산이다.
어름산이는 줄 위에서 노래도 부르고 매호씨(어릿광대)와 재담을 주고받으며 풍물잽이의 반주에 맞추어 여러 가지의 재주를 부린다.
어름산이
어름산이 발걸음이 가볍다
휘- 돌아 앉으니
깃털이라도 품고 살았나
휘- 옆으로 앉으니
하늘에 가까운 사람이다
구경꾼들 눈가락이
어름산이 따라 돌고
매호씨의 입이 열리자
광장에 웃음소리만 오른다
발품 팔던 누이의 발이
빨갛게 곯을 무렵에
소년은 열병을 앓았다
소년의 열병이 나을 무렵
누이는 걷질 못했다
한겨울 시린 동냥질이
제법 고되었던 모양이었다
휘- 휘-
휘파람 같은 소리
새처럼 가락이 노닐고
붉어진 어름산이 눈이
멀건 하늘을 본다
높이 뛸수록
누이 얼굴이 가깝다
광대놀음이 짙을수록
누이도 함께 웃는다
어름산이 발걸음이 가볍다
휘- 돌아 앉으니
깃털이라도 품고 살았나
휘- 옆으로 앉으니
하늘에 가까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