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빛깔
그대의 빛깔
너의 빛
너에게 기울이니
오색 빛이여라
한 때는 새벽
터오는 하늘같다가
어느 때는 저녁
스미는 노을 같다가
그제는 물빛으로
어제는 꽃빛으로
오늘은 투명히 곁에 앉아
나에게 물들고 있더라
만약 그대에게 색이 있다면 어떤 빛깔일까요?
아마도 그대가 나에게 '그대의 빛깔'을 물으셨다면 나는 쭈뼛거리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대는 한 가지 빛깔로 규정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눈부실 정도로 찬란한 오색빛깔로 반짝이고 계셨던 그대입니다.
그대는 봄의 길가 한들거리는 민들레 꽃씨의 빛깔입니다.
새하얀 꽃씨가 바람에 나부끼며 날리는 모습이 그대의 여린 손길처럼 보였습니다.
그대는 여름 냇가, 바위 밑에 숨은 붉은 가재의 빛깔입니다.
서툰 배려와 재미없는 유머에도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웃던 그대, 그런 그대의 발그레한 두 볼이 그런 빛깔이었습니다.
그대는 가을저녁 들판, 노을을 머금고 고요히 흔들거리는 노르스름한 억새의 빛깔입니다.
힘겨운 하루가 끝난 뒤 지쳤을 그대임에도 노을을 등지고 나를 향해 뛰어오던 그대의 머리칼이 그런 빛깔이었습니다.
그대는 한겨울 발자국 하나 없이 쌓인 앞마당 함박눈 빛깔입니다.
감히 손댈 수 없는 맑음이 그런 순수함이 꼭 그대의 마음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대의 빛깔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제가 가장 아름답게 느꼈던 순간의 빛들이 그대의 빛깔이라 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