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신저클레어 May 05. 2023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

자기돌봄의 역설


비가 추적추적 하루 종일 온다.

원래 날씨 영향을 받지 않는 성격이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가라앉을까...


매년 어린이날은 화창하다는 법칙을 31년 만에 깨며 이번 어린이날은 이렇게 젖어있다.

3일 전 생일이었던 큰 애가 중간고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서울에 와서 늦은 생일파티를 했는데도 기분이 오르지 않는다.

그토록 기다렸던 3일간의 연휴 첫 시작인데 막상 아무 계획 없이 시간이 흐르고 밤이 되니 애꿎은 날씨 탓만 한다.


눅눅한 밤공기와 둘째 아이의 서투른 기타 연습 소리가 어우러져 괜히 와인 한잔에 손이 간다.

무엇이 나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까...





최근 청소년의 자기돌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실제로 중고등학생을 만나서 코칭을 통해 자기돌봄 현황을 체험하고 있다.

다음 주에 모 대학교에서 자기돌봄 특강을 할 예정인데 대학생이나 중고등학생이나 나이만 조금 다를 뿐이지 별반 차이가 없더라.


신기하게도 청년이든 중장년이든 모든 연령대에서 자기돌봄이 동일하게 필요함을 강의 피드백과 코칭을 통해 확인했다.

그동안 세대별 자기돌봄을 이야기하며 그 누구라도 자기돌봄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거나 공감이 되었다면 그게 어찌나 기쁘던지 신이 나서 내 에너지가 고갈되는지도 모른 채 타인의 자기돌봄을 도왔다.


WOKANDAPIX@pixabay


사실 자기돌봄의 핵심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아무 일정이 없었던 덕분일까?

문득 나는 정작 자기돌봄을 잘 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공부든 휴식이든 감정관리든 인간관계든 균형 있게 자신을 돌보라고 그렇~게 말해놓고, 나 자신은 과연 나를 잘 돌보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자문은 곧 자책으로 이어졌다.


오늘처럼 한껏 퍼져 있는 시간을 행복하게 맛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돌봄을 위해 뭐라도 했어야 한 거 아니냐며 나도 모르게 나를 채찍질했음을 깨달았다.

충분한 휴식을 만끽하지 못한 채 또 자기반성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병이다 병...


무언가 목표가 생기고 달려가는 모습은 분명 바람직하다.

그러나 짬을 내서 쉬지 않으면 병이 날 수 있으니 현명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내 입으로 그렇게 강조했건만!

그 휴식을 맞이하는 기분이나 태도까지는 고민하지 못한 것 같다.


kjh2087@pixabay


하루 그냥 째보는 것,

물론 소중한 시간이지만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

이미 지나간 시간을 뭘로 채우지 못했다는 자아비판은 이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자.


이런 부담 때문에 달콤할 수 있었던 나의 휴식을 오히려 시간 낭비라 폄하할 우려가 있다.

아직 어린이날 오늘이 한 시간 이상 남았다.

다행히 두 모금의 와인과 치즈 한 조각이 지난 오늘을 조금 위로해 준다.

부끄럽지만 와인 한 잔이 나의 주량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23년 5월의 첫 연휴다.

미리 계획한 연휴일 수도 있겠지만 그저 계획 없이 보내기로 작정한 시간일 수 있다.

그게 뭐든 빗소리를 배경삼아 내 마음을 바라보며 가만히 얘기해 주자.


괜찮아. 오늘도 정말 수고했어~


m.Claire.


우리 집앞
작가의 이전글 봄이 왜 그리 좋나 했더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