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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신저클레어 Jan 14. 2024

통증 없는 아침의 감사함

이제야 어른이 되는 건가요

나도 모르게 요즘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두통이 있는지 없는지 살핀다.

뭔가 고통이 없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요새 병원 투어 중이다.

이번 주에만 검사를 두세 개나 했다.

췌장 초음파, 뇌 MRI, 갑상선 초음파...

잠시 주말이라 쉬고 다음 주에도 두어 개 검사가 남아있다.


애들 겨울방학 특강 라이드, 나의 자격증 실습, 프리랜서로 일하는 연구소 회의 사이를 넘나들며 짬짬이 건강을 체크하는 중이다.

얼마 전 이유 없이 핑~도는 무서운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땅이 기울며 어지러운 느낌은 사실 익숙하다.

그러나 도수가 다른 안경을 쓴 듯한 현기증은 정말 처음이었다.

나의 여러 증상을 들은 동네 병원에서는 큰 병원 가보라고 의뢰서를 써주셨고 그렇게 병원투어는 시작되었다.




몇 달 전부터 오른쪽 눈에 이물감이 느껴지며 하루종일 신경이 쓰였다.

단순히 실핏줄이 터졌구나 싶어 안과에 가도 별 이상 없다 하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이 이물감은 점차 두통으로 확대되었고 더 심한 날은 턱과 목까지 아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른쪽 손목까지 아파 정말 굵고 긴 주삿바늘을 꽂아 염증을 치료하기도 했다.

어느 날은 허리 통증이, 어느 날은 임파선이, 쉬지 않는 안통과 협업하며 골고루 활성화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뇌 MRI를 찍은 다음날이었다.

처음으로 눈을 떴을 때 통증이 없는 게 아닌가!

이런 맑은 날이 얼마만인가...


순간 "감사합니다!"란 말이 절로 나왔다.

어느 부위든 아픔 없이 시작하는 아침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어, 손목도 괜찮네? 또 감사했다.

혈압도 정상이네? 역시 감사했다.

그토록 시리고 빠질 것 같던 오른쪽 눈이 오늘은 좀 괜찮네? 제일 감사했다.

그 기분 나쁜 두통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너무나 당연히 여겨왔던 하루의 시작을 이토록 감사하게 된 나를 돌아봤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을진대 이제야 그것이 당연함이 아닌 감사로 다가오다니...

이제는 통증 없는 매 순간 "주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혹시 이게 어른이 되는 길목인가?

왜 아파야 소중함을 알까?

미리 알았다면 늘 감사하고 늘 귀하게 아꼈을 텐데...

이제야 철드는 것일까?


다음 주에 검사 결과를 들으러 대학병원에 간다.

오늘 하루 무사히 시작하고 마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끼는 이 시점에, 제발 아무 일 없이 통증의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할 수 있길...

그래서 지금의 무서움을 몽땅 더 큰 감사함으로 바꿔 건강한 미래를 꿈꾸는 나를 기대해 본다.

... 미리 감사합니다!!!


m.Claire.


Pexels@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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