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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신저클레어 Jan 02. 2024

잘 사는 기준

2024 신년 계획

다시 한 해가 출발했다.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라는 말로 신년 인사를 나눈다.

조금 더 길게는 '하시는 모든 일 성취하시라'는 말을 덧붙인다.

모두 성취하는 것에 후폭풍만 없다면...




2023년은 나에게 좀 너무한 해였다.

라식을 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시력이 단 기간에 뚝 떨어져 다시 안경을 맞췄다.

게다가 녹내장이란 친구가 찾아왔다. (혈압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손목이 시큰거려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았다.


그러나 건강에 대한 언급만 안 한다면 매우 잘 살아온 것 같다.

큰 아이 전사고 입학시켜 기숙사로 보내니 아침마다 등교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셀프 출원한 상표가 결과적으로 1년 6개월만에 등록되었다.

새로 시작한 자격증 공부 6과목 중 4과목을 이수하고 전 과목 A+로 마무리했다.


이 시점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다.

만약 눈이 안 나빠질 수 있었다면 성취했던 모든 것 버릴 수 있겠는가?

아니면 성취를 위해서 어느 정도 건강 침해는 감수하겠는가?


도대체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건강을 잘 유지하며 계획했던 일들을 모두 이루면 금상첨화겠지만 만약 성취와 건강이 트레이드오프 관계라면 난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성취 못했을 때 자괴감을 더 못 견디는가, 아니면 건강을 하나씩 잃을 때의 두려움을 더 못 견디는가.

천사와 악마가 서로 끝장 토론을 했다.


▷ 건강 잃으면 끝이야~ 계획, 목표 그거 좀 못 이루면 어때, 건강이 최고지!

▷ 무슨 말이야,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이뤄야지.. 더 늙으면 후회하고 못 하니 조금이라도 눈이 보일 때 달려!


이젠 누가 천사고 누가 악마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는지 건강 챙기면서 계획한 목표 다 이루고픈 천진난만한 생각을 품고 있다.

대신 정식 만다라트 형식이 아닌, 간이? 심플? 만다라트를 나름대로 구상해 봤다.


남들처럼 세부 목표를 8개씩 다 만들지 않고  3개씩만 정했다.

만다라트계의 이단아처럼 내 방식대로 그 세부 계획 숫자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적절히 조절하면서...

이번해처럼 건강을 전제로 현실 가능성 타진하며 계획을 세워보긴 처음이다.


아직 40대에 건강이라는 변수를 이렇게 무서워하고 싶지 않지만, 2023년 한 해를 당해보니 사람이 참 겸손해진다.

여기서 눈이 더 나빠지는 건 죽도록 싫고,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지레 포기하는 것도 비겁한 변명 같아 싫다.

과연 밸런스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어디엔가 민감하게 존재 할 건강과 성취의 밸런스를 찾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욕심은 계속 가져보련다.


나의 잘 사는 기준은 이제 불도저처럼 앞만 보고 달려 건강 해치는 줄도 모르고 목표를 이루면서 자타 인정받고 뿌듯해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조금 적거나 오래 걸리더라도 건강 고려한 성취, 즉 밸런스다.

이 밸런스를 찾으면 한 해 정말 자알~ 살았다고 느낄 것만 같다.


여러분이 생각하신 올해 <잘 사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m.Cl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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