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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신저클레어 Jan 28. 2024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청소년태권도 시범단

유럽 시범 투어의 끝자락에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어디서 많이 들었던 문구지만, 내 아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바로 우리 아이 이야기다.


꿈도 열정도 없이 그저 학교와 학원을 시계추처럼 다니던 지친 대한민국 중2 학생이었다.

이 겨울방학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초등학교 6학년 때 리듬체조 선수를 포기하고 방황할 즈음 마지못해 태권도로 운동을 유지하기로 했다.

최선이 아닌 차선의 느낌으로 설렁설렁 1년을 다녔다.

중학생이 되면서는 공부하기 싫은 느낌으로 계속 다녔다.

무서운 중2가 되니 학습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는지, 열심히 태권도에 매진하다 보니 어느새 시범단이 되어 있었다.


이번 겨울에 대한민국 청소년 태권도 시범단이란 이름으로 유럽 순회 시범을 할 기회가 생겼다.

물론 아이도 원했지만 무엇보다도 청소년기에 다양한 체험 활동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 자녀교육 책을 출간하고 강의하는 나의 책임의식이 발동하여 주저 없이 보내게 되었다.

유럽에서 온 초대장이다.


유럽에서 온 초청장


15박 16일 동안 독일, 스페인, 프랑스, 모나코 등 유럽 태권도인들과 교류하고 태권도를 사랑하는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의 태권도를 알리는 귀한 자리였다.

부모 없이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첫 여정이 될 텐데 해맑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저 철부지 어쩌나 싶었다.


그런데 첫날부터 비행기 연착, 이상 기온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눈을 맞으며 또 지연되는 일정,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에서 일어나는 농민 트랙터 시위로 6시간 거리를 12시간 동안 차로 이동하는 등 심상치 않은 일정 소식을 전달받으며 아이 걱정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현지 시범 사진과 동영상을 받으면서 걱정은 벅찬 마음으로 바뀌었다.

스페인 사라고사 아라곤대회 시범, 미란다 데 에브로 시범, 프랑스 보르도 시범, 부흑 레 발랑스 시범, 칸 시범, 모나코 시범 등 빡빡한 일정을 다 소화해 가며 우리 청소년 시범단 역시 성장하고 있었다.


스페인 미란다 시범
스페인 미란다 시범단
프랑스 보르도 시범
보르도 격파 시범


부르고스 시장님 선물
경찰차 에스코트를 받으며 이동 중

성공적인 시범 투어에 경찰차 에스코트와 부르고스 시장님의 선물까지 받은 아이들!

이쯤 되면 아이들은 이런 국빈 대우에 어리둥절했을 것 같다.

시장님과 시의원들까지 이렇게 반겨주시다니 말이다.

한국 태권도의 위상이 이 정도까지? 하며 뿌듯했으리라.


파리 에펠탑 앞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결혼 전 출장 갔을 때 잠깐 들렀던 바로 그 에펠탑 앞에서 내 아이가 태권도로 국위선양 할 줄이야...


에펠탑 시범
프랑스 시범

여러 사진들이 많지만 시범 후 사인을 해주는 그 열기의 현장을 공유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아이 입이 귀에 걸려있다.

마치 한류스타 같은 느낌일 것 같다.


줄 서서 한국 청소년태권도 시범단의 사인을 받는 유럽인들


아니나 다를까..

신문에도 게재되었다.


https://www.revistaforofos.com/2024/01/25/burgos-logra-16-podios-en-el-regional-de-pumses-y-combate/


물론 우리나라 신문에도 실렸다.

http://m.moodomagazine.com/7034


이제 3일 후면 귀국한다.

집에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 아이, 가뭄에 콩 나듯 카톡을 준다.


엄마! 나 여기서 갓생 살고 있어요!


세상에...

아침에 아무리 깨워도 못 일어나는 아이가 제일 먼저 일어나 선배들과 동생들을 깨운다니 믿기지 않았다.

안 그래도 한국 교육에 지쳤다며 매번 해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다.


이번 보름동안 뭔가 크게 느낀 듯 보인다.

아무래도 오자마자 진지하게 뭔가를 말할 태세다.

뭐라 할지 벌써부터 걱정되지만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게 생겼다고 말하길 은근히 기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중3 올라가는 기로에서 유럽 시범 투어가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다.

개학과 맞물려 출결처리도 인정되지 않을뿐더러 선행도 되어 있지 않아 당장 3학년 성적부터 펑크 날지도 모른다.

그런 기회비용을 안고도 보낸 무식 용감한 부모의 바람은 오직 하나다.


"난 꿈이 없어요..."

늘 아이가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었던 그렇게 밝은 표정을 유럽에서 보여준 것처럼, 청소년기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을 안고 돌아오는 아이의 마음에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자그마한 꿈 씨앗이 심어졌기를 바란다.


m.Cl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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