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음 가난한 고3의 고백
올해 고3 엄마다.
아이도 그 단어 자체만으로 스트레스 받겠지만 엄마 역시 그런 것 같다.
요즘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회피 같다.
다행히 아이가 기숙사 생활을 해서 그런지 나만 열심히 살면 순간 내가 고3 엄마란 걸 까먹는다.
눈에 반복적으로 났던 다래끼는 4번까지 째고 지금은 소강상태다.
하지만 이 마저도 다시 부어오르면 5번째 시술을 감행해야 한다.
쉬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임에도 난 이런 짓을 하고 말았다...
내가 몸 담고 있는 발달센터의 홈페이지 리뉴얼!
갑자기 개발자 모드로 몇 주간 살면서 고3 맘 아닌 고3 맘으로 오로지 홈페이지에 매몰되었던 것이다.
눈이 그럴 만도 하지...
https://cleverkids-aba.qshop.ai/
스스로 뿌듯해하며 제작 마무리에 있던 어느 날,
기숙사에 있는 아이에게 급하게 PPT 좀 봐달라며 카톡이 왔다.
생기부를 위해 선택한 과목의 실험 주제를 정하는 마감 기한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를 단백질 어쩌고... (너 대단하다!)
내용이 좀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영혼 없이 "잘했다"라고 했더니!
엄마가 잘했다고 해야 안심이 돼요.
순간 정신이 번쩍 났다.
마음이 가난한 우리 고3이에게도 기댈 곳이 필요했고, 그게 감사하게도 아직 엄마라는 존재인가 보다.
이렇게 영향력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동안 아이에게 송곳 같은 말을 퍼부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고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한참을 숨죽여 아파했다.
몇 시간 후 아이에게 또 카톡이 왔다.
엄보싶 (엄마 보고 싶어요.)
지금 얼마나 힘들까, 또 짠한 생각이 들어 평소 "너만 그러니? 다 그렇지, 그냥 참아~"라고 극 T처럼 말했던 모드를 이번에 확 바꿔서 공익광고 스타일로 답을 했다.
키는 나보다 크지만 아직 아기 토끼 같은 내 새끼다.
내 말에 힘도 나고 쉽게 상처받는 청소년이다.
고3 엄마의 역할은 그냥 잘한다~ 잘한다~ 격려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3월 모의고사를 망친 이후 4월에 학교에서 또 모의고사를 본다고 한다.
(당연히 마음에 안 들겠지만) 몇 등급이 나오던 난 잘했다고 할 것이다.
이런 쉬운 방법을 모른 채 아이와 대적하며 지내왔던 지난 초중등 생활이 아쉽다.
롱디(long distance) 관계가 된 후에야 깨달은 값진 솔루션을 토대로, 앞으로 현명하게 아이 마음을 헤아려주길 스스로에게 당부해 본다.
왜냐고?
나도 고3 엄마니까^^
(= 언제 또 까먹고 잔소리를 할지 모르는 사람이니까 ㅋㅋ)
m.Cla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