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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홉 Apr 26. 2022

[동심찾기] 할 수 있을까, 남해 패러글라이딩

두려움에 말을 잃은 사람



2021년 7월 20일

오후에 다 같이 남해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갔다.

위치가 굉장히 멀어서 지인이 자차로 태워다 줬다.

바로 앞에 바다를 구경했다.






천막에 들어가 패러글라이딩 복장을 입고 결제를 했다. 코스가 여러 가지 다양했는데 나는 그때 B코스를 했던 것 같다. 사진 촬영도 해주는!





굉장히 더웠던 유니폼.

사이즈에 맞게 입으면 된다.





룸메이트 름과 사진도 찍으면서 기다렸다.

1조 2조 나눠서 패러글라이딩을 했다.






기다리면 이렇게 차를 타고 패러글라이딩 장소로 이동한다. 엄청난 언덕에 있기 때문에, 꽤 오래 타고 올라갔다. 심지어 가는 길이 온통 숲길, 가파른 언덕길이라서 차 속도가 진짜 빨랐다. 흡사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 들었다.





한참이 지났을까.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빠르게 인증샷을 남겼다.





패러글라이딩 준비하는 강사분들.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직전 정말 떨렸다.

강사님이 뛰다가 중간에 멈추면

안 된다고 당부해서 더욱 긴장이 됐다.

'안전벨트 두 번만 더 체크해주세요'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나의 얼굴은 정말......

담담한 척했지만 떨렸다!





패러글라이딩 녹화 영상



하늘을 날았다. 그때 기분은 정말 아슬아슬했다.

온 세상이 너무 작았다. 그렇게 크고 높았던 산 구석구석을 내가 지나다니고 있다니.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된 기분이 들었다. 비유나 시적인 표현이 절대 아니다. 정말 새가 된 것 같았다. 아니면 인간 드론?

강사님한테 말했다.


'인간 드론이 된 거 같아요'

이 한 마디에 강사님 눈빛이 돌변하더니

갑자기 엄청 하늘을 누비기 시작했고,

나는 바람이 불자 불안하고 무서워서

또 긴장이 됐다 (!)


나도 모르게 손이 덜덜 떨렸다.

무서움을 비유하자면 딱 이거다.

자이로드롭에서 안전벨트를 안 하고

붕 떠있는 기분!

그냥 맨몸으로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

당연히 무섭지 않은가 (?)

그래도 발 밑으로 보이는 풍경은

정말 살면서 처음 보는 시야였다.

내 발 밑에 세상이 있다니.


꿈을 꾼 적이 있다.

맨몸으로 하늘을 가르면서 날아다니는 꿈.

어찌나 생생한지, 잠에서 깼는데도

그때의 자유로움이 그립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건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짧은 꿈이 끝나고 지상 근처에 다 닿았을 땐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늘을 가로지를 땐, 내가 정말 죽고 싶지 않구나 온몸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죽고 싶지 않은가 봐요 저'


강사님한테 내뱉었던 말. 나도 모르게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이었고, 회사를 다니면서 모든 일에 쉽게 괴로워졌다. 점차 살아있다는 감각을 잘 느끼지 못했던 나였는데 그런 내가 이곳에서 깊고 생생한 감각을 느꼈다.


패러글라이딩은 나에게  삶을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줬던 것 같다. 어떤 힘든 일이 닥쳐도 바람을 가르는 새처럼 온 세상을 내 발밑으로 둬야지.

넓지만 작게 세상을 바라봐야지.







름과 나는 먼저 내려와서 나머지 애들을 기다렸다.

초록 들판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나머지 친구들이 내려왔다. 문은 무서워서 울고 말았다. 름과 금은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면서 패러글라이딩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했다.






친절하고 유쾌했던 강사님들.

패러글라이딩을 함께 타면서

그들이 얼마나 이 일을 즐기는지 알 수 있었다.





어느새 서면에도 해가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이 아름다워서 돌아가기로 했다.






지상으로 내려왔는데 하늘이 온통 오렌지빛이었다.

주황색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감탄했다.





보랏빛 어둠이 점점 내려와 하늘을 삼켰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라고 알려주는 듯했다.










오늘의 에필로그



해가 질 때면 늘 벅차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 땅에 태어나 자연의 경이로움을 누릴 수 있음에 쉽게 감사해졌다. 그런데 누군가는 일몰을 보며 서글픈 마음이 든다고 했다. 배우 윤여정이 그랬고, 아는 지인분의 어머니가 그랬다. 나이가 들면 감정이 쉽게 아려지는 건지. 세월이 지고 있음을 매번 확인받기 때문인 걸까?


집에 돌아갈 때는 사장님에 도움을 받았다.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주황으로 덮인 세상이 우리를 따라왔다. 해냈다는 뿌듯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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