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쓰기 대신 말로 전하다
[뉴스레터 3호 2024. 11. 14]
“나의 본진에서 시작합니다”
첫 멘트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발표 30분 전, 진행 요원의 안내를 받아 자료를 살펴봅니다. 동영상이 잘 작동되는지 포인터 넘김(▷)은 문제없는지 살핍니다. 확인이 끝나고 단상에 오르기까지 온전히 고립의 시간입니다.
대부분 컨퍼런스엔 거의 어탠디로서 객체로 행사에 참여합니다. 어쩌다 기회가 닿아 스피커가 되는 순간 행사의 객체에서 주체로 탈바꿈합니다. 이런 경험은 나를 꽤나 설레게 합니다. 주체가 주는 자유로움입니다.
스타크레프트의 ‘로스트 템플‘지도가 떡하니 첫 페이지에 등장하면서 몇몇 분들은 옅은 미소를 보이시기도 합니다. 적어도 제 손위 선배님들에겐 익숙한 전장이기에 다들 옛 생각이 나셨을 듯합니다.
로스트 템플 전장엔, 네 개의 스타팅 포인트가 있습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각자 스타팅 포인트—본진—에서 시작합니다. 시간이 흘러 집도 짓고 유닛도 생산하고 또 지식도 쌓이면 ‘앞마당’ 멀티를 합니다. 이곳에서도 쌓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엔 좀 더 과감하게 내 본진과는 거리가 있는 ‘뒷마당‘ 멀티까지 시도합니다.
제게 이번 스피치와 같은 새로운 연구 발표는 ‘뒷마당’과 같은 것입니다. 익숙하지 않고 잘 모르는 분야지만, 언제나 나의 ‘본진’에서 시작해 ‘앞마당’ 멀티를 하고 내친김에 몰라도 일단 하고 봐 식의 과감한 ‘뒷마당’ 멀티를 단상 위에서 외쳤습니다.
“결국, 사실 나도 잘 몰라요. 아직 뒷마당이니까요.
단, 시작은 언제나 내 본진에서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