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뒷걸음질 치게 만드는 갓 더 비트의 '스텝 백'
2022년 새해가 밝기 전 K팝 팬들을 설레게 하는 소식이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가 SNS를 통해 깜짝 공개한 걸스 온 탑(Girls On Top) 프로젝트였다. SM 소개에 따르면, 걸스 온 탑(GOT)은 소속 여성 아티스트들이 테마별로 다채로운 조합의 유닛을 선보이는 신개념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론칭과 함께 일곱 멤버를 공개해 기대감은 하늘까지 치솟았다. 멤버 조합이 무려 보아, 소녀시대 태연과 효연, 레드벨벳 웬디와 슬기, 에스파 카리나와 윈터였다. "걸그룹 보아라니!" "보아, 소녀시대, 레드벨벳, 에스파가 한 그룹으로!" "여자 버전 슈퍼엠?!"
'갓 더 비트 (GOT the beat)'라는 유닛명이 붙은 이들은 노래, 춤, 비주얼 다 갖춘 조합이었다. 더군다나 강렬한 댄스 곡과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하는 유닛이라는 소개에 갓 더 비트가 보여줄 음악과 퍼포먼스에도 관심이 모였다.
갓 더 비트의 첫 곡이라고 밝혀진 '스텝 백 (Step Back)'은 이렇게 소개됐다. "반복되는 베이스와 악기의 변주가 중독적인 힙합 R&B 곡으로, 멤버들의 개성 있는 보컬과 탄탄한 가창력이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렇게 기대 속에 1월 1일 SMTOWN 온라인 공연에서 첫 공개된 갓 더 비트의 무대는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아마도 다들 이런 생각을 했을 거다. 왜냐면 나조차 이렇게 기대했으니까. 2005년 발표된 보아 정규 5집 타이틀곡 '그 걸스 온 탑'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팬들의 실망과 불만을 쏟아내게 했다.
대충 대중이 기대한 2022 걸스 온 탑 : 차별과 편견에 저항하는 당당한 여성의 목소리
실제 SM이 내놓은 2022 걸스 온 탑 : 남자에 목메는 여자를 화자로 내세워 다른 여자에게 끼부리지 말라고 경고하는 여적여 프레이밍
"난 이 세상을 모두 바꿔버릴 꿈을 다 가진걸"이라고 노래하던 보아와 유영진, SM이었는데. 2005년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여성상을 제시하던 그들이 17년 만에 돌아와 내놓은 '2022년 걸스 온 탑'은 고작 이런 거였다.
"엔간히 끼를 좀 끼를 좀 끼를 좀 네가 부렸겠니" "내 남잔 지금 Another level 너 따윈 꿈도 못 꿀 Level 날 가진 그런 Next level 보다시피 Another level" "착한 남자들에게 너는 독배 같은 것 마실수록 외로워" "남자들 다 똑같아 내가 뜨면 시선집중 여기저기 Flash 터져 찍어라 찍어라 찍어라 상상은 너의 Freedom"
쓸 구절 꼽으려고 가사를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충격과 공포가 더 커졌다.
SM이 걸스 온 탑 프로젝트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 첫 시작 갓 더 비트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던 걸까. 갓 더 비트는 그저 백래시 시대에 SM 선택한 비겁하고 안일한 기획이었던 걸까.
갓 더 비트 스텝 백은 그냥 더 볼 가치가 없어서 보아의 '걸스 온 탑'(2005) 가사만 함께.
모든 게 나에게 여자가
여자다운 것을 강요해
날 바라보는 네 야릇한 시선들이 난 싫어
(약한 여자 사랑에 약한 여자)
내게 강요하지 마 틀에 갇혀버릴 내가 아닌 걸
(내 뜻대로) 전부 나의 뜻대로
나는 나인걸 누구도 대신 하지 말아
(그렇게 만만하게 넘어갈 내가 아니야)
내 모습 그대로 당당하고 싶어
(그늘에 갇혀 사는 여자를 기대하지 마)
섹시한, 차분한, 영원히 한 남자만 아는 따분함
그건 바로 착각, 모든 남자들의 관심사.
난 이 세상을 모두 바꿔버릴 꿈을 다 가진걸
(Get it up 난 부족해 Get it up 모든 게 다)
말이 되지 않잖아 그들만의 평등 같은 건
그대들이 만든 기준에 맞게
나는 나인걸 누구도 대신 하지 말아
(그렇게 만만하게 넘어갈 내가 아니야)
내 모습 그대로 당당하고 싶어
(그늘에 갇혀 사는 여자를 기대하지 마)
모든 게 나에게 여자가
여자다운 것을 강요해
더 이상은 참지 말아
Shake it Everything, I like that
마음을 더 열어봐
우린 같은 곳을 향해 가잖아
모두 함께 영원할 텐데
서로 다른 성 일뿐
존재하기 위한 인간인걸
Why 이젠 부정하지 마
남자들 모두가 세상의 진리는
절대로 불변의 법칙이라고
이 칼을 잡은 난 세상의 지배자
힘의 논리, 남자만의 법칙들
아주 웃기시네! Blurr Blurr Blurr Blurr
(Do you need money? I Pay you!)
돈에 눈이 멀어 자존심을 사는 남자
그대 이젠 맞이해라 Dooms and a Dooms
자! 이제 보아 얘길 담아 듣자!
새 시대 Story Girls on Top!
이 세상의 반, 그건 여자들이 만들 거야
(Go, baby! Girl, Rise up!
Throw your hands up! Do you like that?)
당당하게 난 멀리 앞을 향해 걸어갈래
(Go, baby! Go, baby!)
나는 나인걸 누구도 대신 하지 말아
(그렇게 만만하게 넘어갈 내가 아니야)
내 모습 그대로 당당하고 싶어
(그늘에 갇혀 사는 여자를 기대하지 마)
(+)그 시절 보아의 울프컷이 지금의 '스텝 백' 가사보다 덜 촌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