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새벽에 드는 고민
작년 이맘 때 쯤 썼던 일기다.
요즘도 문득 비슷한 생각이 마음 한 쪽을 지긋이 누른 때가 있다.
대체 다른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사는 거지?
한창 그런 생각이 들었다.
10대는 공부하고 시험보고 짜여진 대로 바쁘게 보냈다면, 20대는 대학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취업 준비하고 취직하고 격동적으로 변화는 환경 속에 가장 익사이팅하게 살아간 것 같다.
그런데 30대가 되니 모든 게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멈춰버린 것 같다.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하는 건 알지만, 지친 건지, 현실에 안주하고 게을러진 건지 도통 움직이질 못한다.
과거엔 결혼 생각이 크게 없었다가도, 문득 사람들이 왜 결혼을 하는지는 알 것 같다. 삶이 너무 지루하니까 연애를 하고, 연애가 지루하니까 결혼을 하고. 또 출산을 하고. 인생의 큰 이벤트가 필요한 거다.
코로나19로 밖을 나갈 일이 줄고, 사람을 만날 일도 줄어서 인생의 이벤트가 더욱 줄어버렸다. 연애를 하고는 있지만, 연애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 있다. (가뜩이나 지금 나는 만날 수 없는 연애를 하고 있다.) 삶의 재미를 오로지 연애에서만 찾으려는 것도 참 바보 같은 짓이다.
아울러 어줍잖게 좋아했던 것이 일 비슷한 것으로 곁에 두게 되어버리니 삶이 더 지루하다. 재미를 찾을 것을 잃어버린 거다.
일을 한지 3년도 넘어가니 직업적으로도 멈춰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번이웃과 매너리즘에 한창 빠질 시기라고들 한다. 지금 내 일은 나를 먹고 살게 할 지언정,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진 않기 때문에. 지쳐서 빠져나가고 싶지만 절박함이라는 동력이 부족하다.
나만 지금 이런걸까. 다들 30살을 넘어가면 어떻게 사는 걸까. 무슨 재미로 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