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본업은 교사입니다. 어릴 때 꿈꾸던 직업이었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진정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천직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선생님의 권위는 실추되어 교권도 많이 떨어졌다고 하고, 공교육도 사교육에 자꾸 밀리고 있고, 각양각색 다채로운 민원들이 팝콘 터지듯 팡팡 터지니 안정이 보장되는 공교육계에서 정년까지 살아남기가 쉽지는 않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감사하고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저는 버틸만합니다. 그래서 내 힘이 다할 때까지 조금 더 열심히 해보려고요.
나에게는 또 다른 꿈도 여러 개 있습니다. 그중에 말도 안 되는 꿈이 하나 있는데, 시작이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계기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저 동경하며 마음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커가는,,, 세상 부끄럽고 낯간지러워서 감히 남들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혼자만 간직하고 있는 꿈인데요, 조용히 고백합니다.
저... 작가가 되고 싶어요
글을 잘 쓴다고 칭찬받은 적도 없고, 글을 많이 써본 적도 없고, 글쓰기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습니다. 이렇게 재능도 없고, 노력도 안 하면서 작가가 되고 싶다니!!! 도둑놈 심보 아닙니까? 그래서 말하기 부끄러운 꿈이라고 한 것입니다. 뻔뻔하게 언젠가는 하겠다고 늘 스스로 다짐하지만, 될 수도 없고, 될 기미도 안 보이고,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꿈이지만, 고집스럽게도 저는 포기가 안되네요. 나이가 들수록 자꾸만 그 마음이 커지니 큰일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며 성실히 살다가 보면, 그냥 하루가 잘 갑니다. 굳이 열심히 살려고 하는 건 아닌데 그냥 오늘도 수고했다며 하루가 잘 굴러가요. 굳이 큰 상으로 보상받지 않았더라도, 돌아보면 내 인생이 제법 잘 진행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참 고맙죠. 그래서 고마워서 글을 쓰고 싶어 집니다.
어떨 때는 하는 일마다 꼬여요. 특별히 내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나한테 뭐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할 일이 아닌데 나한테 떠넘겨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하고 싶지 않지만 누가 봐도 내 일인 일들을 하곤 합니다. 머피의 법칙처럼 뭘 해도 안 되는 그런 때도 있어요. 이럴 땐 참 속상하고 억울하고 화나고 기운이 쏙 빠집니다. 기가 차고 열받아서 글이 쓰고 싶어 집니다.
살다 보면 세상 남부럽지 않은 때도 있어요. 매번 기가 막히게 당첨번호를 피해 가던 복권에 당첨된 것도, 지나가다 번쩍거리는 돌멩이를 주워보니 다이아몬였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에게만은 참 특별하고 행복한 기쁜 일들이 가끔은 선물처럼 찾아옵니다. 운이 좋아 기대보다 결과가 좋았다거나, 새로운 사랑을 우연히 만났다거나, 꾸준한 나의 노력을 누군가가 알아주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그런 기쁨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으니까 또 기록으로 남겨놔야겠죠?
하지만 슬픔도 비껴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그렇고, 아끼던 물건을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하는 순간도 찾아올 수 있겠어요. 늘 잘 사용하던 물건을 부주의로 잃어버린다거나, 바라던 일에 실패를 하는 순간에도 나에게 슬픔은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가슴이 쿵 내려앉게 합니다. 그 아픈 마음을 그냥 묻어 둔다면, 슬픔이 더 지속되게 되고, 나는 오랫동안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럴 땐 글을 써서 내 마음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 집니다.
어제는 좋은 일이 있어서, 오늘은 속이 상해서, 내일은 기대되는 일이 있어서 하나씩 글을 적다 보면, 어느새 나의 글도 솜씨가 좀 늘어서 누군가에게 보여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 감히 그날을 상상해봅니다.
2021년의 어느 날 브런치를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뭔지도 모르면서, 승인 신청을 받아 승인이 된 사람만이 작가로서 글을 발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어설픈 정보만으로 몇 개의 글을 적어 신청을 해 보았습니다. 너무 쉽게 보았던 걸까요? 첫 번째 신청에서 보기 좋게 차이고 한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일 년이 지난 2022년 봄에 시작했던 글쓰기 스터디의 동기님들의 브런치 작가 데뷔 소식에 다시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어요. 어쩌면 나도 그들처럼 작가님 소리를 들으며 브런치에 글을 적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한참을 생각하고, 무슨 글을 올려볼까 고민하고, 목차와 나의 소개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눈을 질끈 감고 용기를 내어보았습니다. 그리고 5일 안에 온다던 연락은 너무나 빨리 결과를 알려주었습니다.
2022. 7. 6. 오후 4시 31분. 브런치에서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글을 하나씩 올릴 때마다 소중한 작가님들의 라이킷 알림이 울립니다. 많은 수는 아니어도, 하나하나가 저에게도 너무도 소중한 보석처럼 빛으로 다가옵니다.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나의 글을 시간을 내어 읽어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작가 타이틀이 욕심나는 선생님은 오늘도 글을 씁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이 읽고, 조금 더 고민하며 한자씩, 한 줄씩 적어보겠습니다. 어린아이와의 약속은 어기는 게 더 어렵습니다. 어린아이와 약속하듯 독자님에게 약속을 해야겠습니다. 작가 소리를 들어도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