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 Jul 27. 2022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나부터 공부하자

특수교사인 나는 초등학교에서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 가끔은 지체장애아동이나 청각장애아동을 만난 적도 있지만 주로 지적장애아동이나 발달장애아동을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신규발령을 받았던 2000년대 초에는 간혹 소위 공부를 못하거나 ADHD가 의심되는 학생들이 특수학급에 입급 되는 경우도 더러 있기는 했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고, 특수교육대상자가 되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러니 나에게 그냥 공부 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그렇게 당연히 나의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어쩌면 어리석게도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을 따라 동반휴직을 하고, 해외에서 2년 정도 살다가 2020년 2월 한국으로 귀국을 했는데, 그때는 마침 코로나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일상생활이 마비되니 학교도 멈춤이었고, 가까스로 4월 중순이 되어서야 온라인 개학이라는 듣고 보도 못한 시스템으로 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급기야 비대면 원격수업이 학교를 덮어버렸다.


선생님들은 참 대단하다. 상황이 주어지면, 모든 일을 다 해내고야 만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한 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원격수업이라는 체제를 침착하게 받아들이고 준비했으며 실행했고 탄탄하게 정착시켰다. 누구 하나 해본 적도 없으면서 말이다. 게다가 코로나가 우리 반 아이들만 비껴가는 건 아니기에 나 역시도 오리가 물속에서 수도 없이 발차기를 하는 것 마냥, 아닌 척했지만 발을 동동 구르며 쫓아가기에 바빴고, 어떻게든 나름의 방식대로 해낼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들의 이런 수고와 노력과 대단한 열정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무너지는 것이 있었으니, 기초학력이었다. 열악한 원격수업 속에서 기특하게도 잘 따라오는 친구들이 분명히 있었지만, 다양한 혼란 속에서 학교 공부에 소홀해지고 학습과 멀어지고 있는 친구들도 눈에 띄게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대면 수업과는 다르게 면밀하게 학습 상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상황이 좀 안정세에 접어들고 전면 등교 수업은 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마스크는 쓰고 있고, 예전처럼 정상화되지는 못했으며 한번 뒤쳐진 학습의 문제는 좀처럼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선생님은 마스크를 쓴 채로 설명을 해야 하고, 학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듣고 있으니 마스크에 한번 걸러진 목소리를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다. 게다가 마스크에 가려 입모양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니 한참 말을 배우고 글을 배우는 저학년들의 한글교육에 문제가 생겼다. 한글 미해득의 문제는 수학 학습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문제가 지속된다면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또래 친구들과의 학습능력에 차이가 커지면서 학습부진을 넘어 학습장애로 진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문제는 학습과 동반하여 정서의 문제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빨리 중재되어야 좋다. 따라서 학생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기 전에 선별 및 조기진단에 의한 발 빠른 대처는 학생의 전반적인 학교생활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또한 기초학력의 문제는 장애아동에게도 역시 커다란 산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 역시 기초학습에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낮은 지능과 의사소통의 어려움, 학습 경험이 부족하기 쉬운 환경의 영향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한 결과다. 요즘 엄청나게 핫한 우영우와 같이 천재성동반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처럼 예외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많은 장애아동들에게 통합과 더불어 기초학습능력은 난제 중 하나다.


20년을 가까이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나는 여전히 어렵다. 천천히 배우는 아이들을 위한 티칭은 더 갈수록 미궁이다. 그래서 다시 공부해보려고 한다. 오랜만에 시작하려는 공부가 재미있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늘 아이들을 위한 삶이 나의 생활의 중심이었는데, 이제 아이들이 커가니 좀 더 나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강하게 들면서 나의 공부에 더 마음이 끌린다. 새롭게 관심이 가는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나의 효능감을 느끼고, 더 나아가 나에게 좀 더 차별화된 전문성이 생긴다면 1석 2조 아닐까? 더불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새로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기도 한다.


부디 너와 나, 우리 모두를 위한 공부의 시작이길...

매거진의 이전글 욕심나는 작가 타이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