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그 틈새
그래도,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입니다.
이상을 갈망하며 현실에서 허우적이다 부푼 가슴을 안고 책상 앞에 앉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밤거리를 걸으며 마음속에 접어 놓은 상념들, 가을의 한가운데를 지나며 발 밑에 떨어진 낙엽들이 아쉬워 요리조리 피해 걷던 천진스러운 마음, 세월이 지나가며 흩뿌린 하얀 눈을 맞아 나와 닮은 모습을 한채 졸고 있는
16살 우리 초코의 얼굴을 보는 나의 서글픈 눈빛도 지난가을 색 바랜 두툼한 사전 사이에 곱게 끼워 놓은 바스락한 나뭇잎을 조심스레 살금살금 꺼내보듯 내 마음을 들춰봅니다.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꽂아 둔 마음들을 들추어 둘 곳 없이 헤매 던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 나와 맞닥 뜨립니다.
이 순간 나를 꽉 안고서, 나의 갈급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가슴속에 품어 따뜻하게 만들어 놓은
내두 손을 내밀어 나의 손을 살며시 잡아줍니다.
고요함마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이른 새벽.
촛불을 켜니 밝음이 고요함을 밀어내고 잠들어 있던 사방이 서서히 기지개를 켭니다.
어슴푸레한 정적 속을 뿌연 눈을 비비며 둘러보니, 자리 잡지 못한 마음이 일렁입니다.
노트 위에서 흐르는 펜의 몸짓에 가라앉은 침묵이 깨어납니다.
글을 쫒는 펜소리로 만나게 되는 나.
스르륵 알아 차린 나의 내면의 두드림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마음 둘 곳을 찾아봅니다.
그 느낌 놓칠까 조용히 다시 펜을 들어 노트 위에 마저 흘려보내어 차곡차곡 내 마음의 서가에 꽂아둡니다.
글쓰기는 나에게 내 안에 숨어 있어서 나도 몰랐던 순수함을 그대로 보이게 해주는 거울이 되어 주며 홀로 발걸음을 옮기는 내 삶에 뿌듯한 위로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꿈을 갖게 해 줍니다.
또, 아직 표현하지 못하고서 말이라도 해야 하나 머뭇거린 생각들을 정리하게 하여 어수선했던 머릿속을 단정하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이따금 현실과 이상 속에서 던져 버리지 못하는 굴레가 되기도 하지만, 글쓰기와 책으로부터 받는 위로가 이보다 크기에 이것들을 멀리 할 수 없습니다. 해야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그 사이에서 헤매고 갈망을 반복할지라도 무던함을 갖고 꾸준함을 안고서
행복한 나만의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나의 속사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글 쓰기는 고민 많고 고갈돼서 결핍이 반복되는 나의 삶에 올바른 지혜와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또한, 한낱 서툴고 어설픈 경험을 확고히 믿으며 한쪽으로 치우쳐 모가 난 확신들을 글의 힘으로 깨우치게 해 줍니다. 그래서, 독서의 시간들이 주는 영혼의 양식을 소중히 여기며 이 시간만은 마음 놓고 즐거이 여깁니다.
나의 삶은 나에게 주어져 내가 주체가 되며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기에 글쓰기와 책이 전해준 긍정의 마음을 간직하여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분노등을 여유롭게 품을 수 있는 마음의 방을 둘 것입니다. 또, 글쓰기와 책은 젊음을 모두 써버린 내가 다시 돌아가 꿈꿀 수 있게 해 주고 타인의 생각들을 존중하고 포용하게 하여 차차 겸손한 사람으로 선명하게 변화시켜 줌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책 읽기와 글 쓰는 시간들을 소중히 여겨 내 속에 깊숙이 스며드는 버릇으로 남길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느릿하긴 하여도 결코 손 놓지 않고 글을 쓰고 책을 읽을 것입니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