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한 나의 다이어리를 보다.

by 오롯한 미애

12월 31일.

N번째 맞이 한 12월 31일.

어제와 그제, 엊그제와 다름없는 오늘.

내일과 모레 그리고 글피와도 별 다를 일 없을 오늘.

한 장 남은 다이어리를 펴다 나의 1년을 본다.

365번의 손때가 묻은 낡은 다이어리.

한 장 한 장 새삼스레 넘겨 본다.

지난 많은 날들 속에 수북이 쌓인 기억들을 보니

거울 속에 나를 보듯 익숙하며 낯설다.

뭐 그리 해야 할 것도 챙길 것도 잊지 않아야 할 것들이 많았는지..

1년12달 365일. 그 속에 나에게 준 날은 얼마나 되었을까?

되돌아보니 나를 둘러싼 이들과 나를 제외한 일들에 마음을 다한 것들 뿐이다.

그 속에서 나는 치열했고 억척스럽지만 섣부르지 않고 냉정하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계획하여 이루려고 진심을 다 했던 나였구나.

한 장 한 장이 너덜 너덜하고 때가 탄 나의 2025년 다이어리를 보니 이른 새벽, 아무도 알아줄 리 없는 서러운 눈물이 흐른다.

오늘은 지내 온 어떤 날도 허투루 보낸 적 없던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가슴이 답답해서 벗어나고 싶을 만큼 크고 세게 꽉 끌어안아서 깊이 감싸 오래도록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새해라고 달라질 것은 없으리라.

다가 올 새해의 끝에서는 나를 좀 더 챙긴는 날, 나를 세심히 위로해 준 날, 나를 웃게 해 준 날이 있어 다이어리를 보며 미소 짓길 바란다. 나에게 조금 더 다정한 한 해 이 길 말이다.

'네가 행복하면 좋겠어.

드넓고 푸르른 잔디밭에 누워 눈부신 햇살 속에 하늘을 보며 배가 아프도록 웃음이 쏟아지는 나날들이 쌓이길 바라.'

낡은 다이어리를 덮어 가슴에 품고서 손을 뻗어 새 다이어리를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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