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들에게
언제부턴가 회고를 시작했다. 부족함을 돌아보고 더 나아가기 위함도 의미 있지만, 흔들림이 많았던 터라 그래도 잘 지내왔다고 스스로 인정해 보는 나름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오늘은 이상한 날이었다. 후련하기보다는 공허함이 더 크다니. 두서없이 혈기만 가득했던 탓일까. 아니면 여전히 확신 없이 또 다른 출발선에 서게 된 탓일까. 문득 이럴 거면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달려왔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철인 3종 풀코스를 준비하셨던 것을 기억한다. 지긋하신 나이에 하고많은 것들 중에 하필 그 힘들다는 트라이애슬론이냐는 아들의 물음에 마음 가는 건 해봐야 이해하고 후회도 없지 않겠냐라고 답하셨다. 그러곤 20시간이 넘는 기록으로 결국 완주하셨다.
그 모습이 인상 깊었는지 어느 순간 내 삶의 형태도 마음이 가는 건 저지르고 보는 식이었다. 시작하기 전에 효율을 따지느니 관두더라도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길 수 십 번.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아보겠다고 문이과예체를 모두 기웃거렸다.
그렇게 만들어온 길은 어딜 가든 물음표가 따라왔다. 제멋대로 산 책임으로 끊임없이 설득하고 증명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더욱 결과에 집착했다. 안 풀리는 순간이 오면, 지금까지의 결정들이 과신과 자만은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몰아세웠다.
거거거중지 행행행리각. 가고 가고 가다 보면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행하다 보면 깨닫게 된다는 의미.
미련하더라도, 헤매더라도 결국 그 시간들을 무던히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수많은 선택 속 일희일비했던 결과들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부딪히고 고민했던 그 과정들이 매번 변함없는 목표였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