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막막함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나서야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특별하게 노력을 더 하지는 않았습니다. 큰 기대 없이 준비했는데 운이 좋게도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은 안도.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소득이 생긴다는 점과 목적 없이 흘려보내는 나날들을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다음으로는 걱정, 불안, 두려움, 강박 등 부정적인 감정들의 향연.
'면접에서 잘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는데 기대치에 못 미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어떡하지?'부터 시작해서 '해당 기간 동안 근무 평가를 통해 전환 가능성이 있지만 정말 전환되지 못하면 어떡하지?', '어쩌다 보니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게 되었지만 나는 외국어에 자신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나를 과대 평가하면 어떡하지?' 등등
항상 저의 능력에 비해 과분한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멋있는 사람들이 소속되어 있는 단체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저도 그런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 감정은 오히려 위태로운 감정으로 변했습니다. 그들이 뛰어난 것이지 내가 뛰어난 게 아니지 않은가, 어쩌면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까지가 끄적이며 말을 굴리다 결국 서랍에 넣어놓은 내용이었습니다. 일을 시작하며 정신없이 적응하다 다시 열어보니 참 많이 걱정했었구나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걱정과 달리 한 달 정도 지난 지금 자신감 있게 살아가고 있더군요.
You tend to underrate yourself.
Sometimes you have to pad yourself on the back.
봄의 끝자락에서 여름이 가장 뜨거울 시기까지 참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 결국 지나갈 거라고 되뇌었지만 그럼에도 그 시간 속에서 견뎌내는 건 정말로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주어진 환경 탓이라 치부하기 싫어 스스로를 많이 미워하기도 했지만, 증명하기 위한 처절함 끝에 결국 두발 딛고 서있는 현재의 저를 한껏 다독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