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을 걷어내면 남을 알맹이
최근 인터뷰라는 행위를 좋아하게 되었다. 상대에 대해서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인터뷰어의 질문, 그에 보답하는 인터뷰이의 진심이 오가는 상호작용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에 '최성운의 사고실험' 채널을 즐겨보고 있는데 이종범 작가님과의 인터뷰에서 성운님의 질문과 종범님의 답변이 개인적으로 울림이 있어 이제야 나의 언어로 각색해보고자 한다.
인터뷰 1부 막바지의 성운님은 종범님에게 이렇게 질문하신다.
'당신을 가장 뜨겁게 만드는 이야기 조각은 무엇인가요?'
이에 종범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저는 자신과의 화해를 마주한 순간의 인간을 보면 항상 눈물이 나요'
문득 나는 자기 화해의 순간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솔직해지자면 어려서부터 관심받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성향에 모든 학창 시절 학급 회장은 물론이요, 학생 회장이라는 자리도 두 번 경험할 수 있었다. 덕분에 책임감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일찍이 생각해 볼 수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나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바르고 선망의 아이였어야 했다. 그렇게 어린 마음에 나는 눈치 보는 아이가 되었다. 누구에게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나의 모습을 한껏 부풀리며 살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밖으로 보이는 나의 모습이 진짜 나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완성된 인간이고 싶었나 보다.. 주제에
가끔 스스로 던지는 '거품을 걷어내면 나에게 남은 알맹이는 얼마 날까?'라는 질문에 두려웠다. 이젠 누구에게도 실망시키고 싶어서가 아니라 거품을 걷어냈을 때 정말 나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아깝고 후회가 되었다. 내가 정말 더 나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노력한 시간들이.
스스로에게 떳떳한 나를 마주하고 싶었다. 그래서 타인에게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았던 나의 열등감과 무력함을 아득바득 극복해 나가는 20대를 보내며 스스로랑 많은 화해를 하고 있다.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한들 여전히 나 자신이 온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다만, 종범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나중에 언젠가 나쁘지 않은 인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토닥여주고 있다.
종범님의 인터뷰 1부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린 역작 <배가본드>의 중간을 보게 되면 자기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미아모토 무사시를 보면서 열등감에 시달리는 친구 마타하치가 등장하죠. 마타하치는 미아모토 무사시의 눈부신 삶을 보면서 자기를 부정하고 자괴감 속에 삽니다. 그런 마타하치에게 모친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해준 말이 있어요."
갈지 자로 걸으면서 방황하는 자신을 너무 부정하지 마라. 나중에 가서 뒤를 돌아보면 네가 걸어온 길이 그 누구보다 넓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