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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입니다.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숙제처럼 여겨져 쓰는 브런치입니다.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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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2024년을 마무리하며..
완벽한 삶을 꿈꿨다. 혹은 적어도 완벽한 삶을 꿈꾸는 태도를 지향했다. 크지 않아도 반듯하고 정돈된 집, 목표를 향해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직장생활, 똑똑한 머리보다 인성을 갖춘 아이들.. 2024년의 마지막 날, 둘째의 방 창문 틀에 검게 핀 곰팡이를 마주했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창 틀의 곰팡이까지 정성스럽게 다룰 의지가 없었다. 그나마 연말에 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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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31. 2024
태풍과 빗속의 기억
태풍이 온다고 했다. 여기 태풍의 먼 변두리에는 옅은 비가 내리고 싸늘한 바람이 간혹 일었다. 바람을 쐬려고 나갔으나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다. 고민스러운 마음에 우산은 사치인 것 같아서. 잠시 망설이다 비를 맞으며 걷기로 했다. 최대한 청승맞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그게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젖은 낙엽 냄새랄까, 뒷산을 훑고 오만가지 풀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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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2. 2019
되는 게 없는 날
갑작스러운 야근에 셔틀버스를 놓치고, 땀에 절은 채 정류장에 가서야 지갑을 집에 두고 온 것을 깨달았을 때, 먼 구름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참 되는 게 없다. 집에 전화해 나를 데리러 오라고 부탁한 뒤, 어둑해지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수십 년은 자란 듯 한 가로수 밑에, 몇 년은 보수되지 않고 방치된 보도블록이 있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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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03. 2019
고통
고통스러웠던 시간에 띄엄띄엄 썼던 글들이 SNS에 하나씩 올라온다. “2년 전의 추억”이라면서. 하나의 사진과 짧은 글이지만 그 날의 아픔은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그 고통은 나만 알 수 있다. 다른 이에겐 그저 생각 많은 사람의 생각의 조각일 뿐. 내가 아무리 그 고통을 자세히 글로 적어도 그날의 내 내면을 정확히 표현할 수 없다. 고통은 글의 형태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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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03. 2019
8/29-30
2019년 여름 마지막 날 밤의 의식의 흐름
밤 11시 업무는 사무실의 전등이 일괄 소등되고서도 삼십 분이 지난밤 11시쯤 돼서야 끝이 났다. 오,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 어디선가 파트장이 “이렇게 형편없는 걸 가지고 끝났다고 말하냐”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사념을 떨치고 싶은 마음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내일 휴가 결재를 올렸다.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새벽 2시 퇴근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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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29. 2019
실수하는 존재, 인간
어느덧 이 집의 전세 계약이 끝나가는 시기가 왔다. 2년 전 초겨울. 내 인생 최대이자 최악의 실수는 이 전셋집에 이사하던 그 날 일어났다. 외벌이에 모아놓은 돈도 얼마 없었지만 은행의 도움을 최대한으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다행히 전세 계약금을 준비했다. 전세를 어디에 살아야 하는지, 아이 학교는 어디로 가게 되는지, 직장은 어디로 가는지 등등 온갖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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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16. 2019
금요일
13인치 남짓한 작은 노트북 모니터 오른쪽 구석에 시간이 표시되고 있다. 오후 5시 32분. 큰 확장 모니터가 있음에도 나는 대부분 노트북 화면을 사용한다. 내가 하는 일을 들키고 싶지 않은 것과, 그 일이 별 볼 일 없는 것임을 들키고 싶지 않은, 소극적인 내 성격의 표현이다. 회사는 오전 8시 30분에 근무를 시작하고 오후 5시 30분에 마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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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10. 2019
데자와, 그리고 적응에 대한 이야기
때는 17년 전으로 돌아간다. 2002년, 대학 새내기로 입학하여 부푼 꿈을 안고 교정으로 들어선 뒤, 앞으로의 4년, 길면 5년이 내 생각하고 다르게 돌아갈 거라는 확신이 든 건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너무나 내성적이었던 나. 나 말고는 전부 이미 친구를 사귀어 삼삼오오 모여서 강의를 들으며 돌아다녔고, 나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 고독을 온몸으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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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10. 2019
수건을 삶는 시간
장마가 끝나가는 7월 말, 일요일 오후 3시. 아내와 아이들은 쾌적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낮잠이 들었고, 나는 별안간 눅눅하고 구린내 나는 수건을 떠올렸다. 지금이다. 그 수건들을 모아 삶기로 했다. 아내가 혼수로 들여온 9년 된 드럼 세탁기로도 수건을 삶을 수는 있지만 어째서인지 속이 후련하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모터 달린 기계에 넘겨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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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04. 2019
사회부적응자
"시발 *나 피곤하네" 나의 사수이자 나보다 한 살 어린 과장은 시도 때도 없이 중얼거린다. 그의 말은 늘 쌍시옷이 아닌 시옷 발음으로 시작하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욕이 아닌 가벼운 불평의 표출로 여겨지기를 바라는 것 같다. 늘 피곤하다 하고, 늘 하기 싫다 하지만 사실은 능숙하게 일을 처리한다. 그 능숙함의 수준이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완벽하다기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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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0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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