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유나무 Jan 13. 2021

자연에서 크는 생각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단단한 힘


엄마, 나는 자연이 정말 소중해.
 나무는 항상 나를 기다려 주고, 햇살은 나를 안아주거든


만 5세 준우의 이야기입니다.


준우와 은유 남매는 자연에서의 놀이를 즐겨해요.

엄마 또한 자연, 특히 숲과 나무, 흙을 좋아하죠. 


2019년 12월. 

엄마와 남매에게 인생 최대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아이들의 외할아버지가 하늘의 별이 되신 것. 정말 많은 슬픔이 몰려왔고,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엄마, 외할아버지 하늘나라에서 바쁘시대? 휴가 내고 잠깐 내려오시면 안 된대?"

외할아버지와의 즐거운 추억이 많은 준우는 그때가 생각이 났는지 자주 묻곤 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자주 등산을 하고 여행을 다녔습니다.

잠은 특별한 곳에서 잤는데 그때를 생각해보니 우리 아빠는 차박(여행할 때에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름)의 선구자였어요. 비싼 호텔보다 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사람들을 태우고 여행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시던 아빠는 늘 큰 차를 선택하셨습니다. 아빠의 차 시트는 침대가 되었고 순식간에 우리의 집이 되었습니다. 


우리 집을 타고 도착한 숲, 저수지, 바다에서 나와 동생은 특별한 가이드를 받았습니다. 산골짜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아빠, 바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엄마 가이드가 바로 맞춤 가이드였죠.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아빠에게 배웠던 글자와 숫자는 사실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러나 부모님과 산에서 숲에서 뛰어놀며 들었던 이야기들, 냄새, 소리들은 나의 추억이라는 저장고에 모두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 추억과 기억들이 부모님과 나의 단단한 연결 고리의 접착제가 되어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힘으로 자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 그리고 아이들이 외할아버지와 함께 한 자연의 시간들이 그를 잃은 슬픔을 즐거운 추억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아빠의 고향에서 아빠의 옷가지들을 태워 하늘로 보내던 날. 아빠의 마지막 향기를 느끼며 다짐했습니다. 

'나의 아이들에게도 자연의 따뜻함을 꼭 알려주리라. 그 추억으로 살면서 닥친 시련에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생각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리라.'


이제 자연에 가면 아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빠의 그 크고 거친 손에서 건네받은 열매들, 아빠가 품은 향기들, 아빠가 들려주는 노래들, 아빠가 입은 알록달록 예쁜 색의 옷 등등으로 말이죠. 아이들도 그 따뜻한 추억을 가득 품기를. 그 추억에서 생각이라는 나무가 크기를 엄마는 바라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