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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학교도서관 Aug 27. 2023

중1 아들의 첫 교제와 결별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 3

3편 황순원 <소나기>



그런데 생각할수록 

그 여학생의 제갈공명 빰 후려치는 전략에 40대 중반의 나조차 감탄하게 된다



과거로 돌아가보자 

우리 중학교 1학년때를 생각해 보라

일단 하굣길 떡볶이와 오징어튀김 생각이 뇌의 80%를 차지하고 남은 20% 가까스로

호감이 있는 이성(혹은 그냥 이성)을 보게 되면 

내 뇌는 이성 앞에서 시냅스가 뉴런으로 전기신호 발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음을 

표정과 행동으로 뚝딱거리며 보이지 않았나?



그런데 아들 여친(공식적이다)의 전략을 복기해 보자



1단계  저 빼빼씨에게 관심이 생겼으나 절대 뚝딱 거리지 않는다

2단계  빼빼씨의 주위를 맴돈다

3단계  빼빼씨가 나한테 관심이 있는지 살펴본다 -> 없다 그렇다면 다음단계

4단계  다른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지 분석한다 -> 없다 다음단계

5단계  나에게 고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을 짠다


그 결과


6단계 빼빼씨로부터 "나 좋아하는 애가 (뜸 들이다...) 너야"라는 말을 이끌어 냈다




나는 내 아들의 <오늘부터 1일>인 여자 친구의 미래가 주목된다 

이 친구는 적어도 우리나라 국방부의 중요한 요직의 정보전략관이 되거나 

혹은 글로벌하게는 외교정치분석 전문가가 되어 CIA에서 스카우트해 갈 것이다

CIA에서 그녀는 가장 골치 아프다는

중동지역 문제도 뛰어난 전략으로 단번에 해결하며 세계평화에 이바지할 인물이 될 것이다


이윽고

그녀에게는 노벨평화상이 주어질것이고

나는 현수막을 자랑스럽게 내 걸 것이다 

<대한의 딸 ooo!! 20여년 전 우리 아들의 첫 여친 이었습니다아아아~~>

주책바가지라고 해도 할 수 없다 현수막 주문하고 다시 오겠다



우리 뚝딱이 같은 (아무 생각이 없던) 중 1 아들을 탁월한 전략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비밀리에 전략을 실행하여

결국 고백을 (한 게 아니라 상대가 하도록) 이끌어 내는데 

고작 하겐다즈 비용 5000원으로 이 대단한 업적 (우리 가정의 평화)까지 이뤄냈으니 말이다



참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가 아닌가






그렇게 하굣길에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단둘이 영화 '엘리멘탈'도 봤다(주인공의 키스신은 눈 둘 곳이 없어서 난감했다는 후문)


비 오는 날 분위기를 만끽하며 단둘이 산책도 하고

우리 아들은 분위기 (혹은 라테에) 취해 

여자 친구에게 "Singing in the rain"을 부르며 물텀벙을 하고 뛰어다니며 애교를 떨었다나

덕분에 새로 산 운동화도 홀딱 젖어서 귀가하는 등 

(다음날 신고갈 수 있도록 말리느라 내가 고생함)


풋풋하고 귀여운 연애를 무려 78일이나 했다

1952년작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 포스터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풋풋한 시골 소년의 설렘이

윤초시네 막내 딸인 소녀의 건강악화로 비극적 끝을 맺었듯

아들의 풋풋한 연애에 여름방학이라는 그림자가 몰려오고 있었다


출처 영화 소나기 포스터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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