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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journey

부끄럽지만 토해내고 싶은 마음

by 학교도서관

사진출처 : 가수 우즈 (드라우닝 그 가수 맞음) 조승연 Journey 뮤직비디오 캡처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간다는 말처럼

결정된 결말을 알면서도

나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의미와,

과정에서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과정에서의 퇴화가 더 쓸쓸하다는 것은

누가 경고해 주었는가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젊었던 신체의 배신이고

늙어가는 비루한 몸이라는 현실이

괴롭다


혹자는

꿈의 소멸이 신체의 노화보다 두렵다고 하지만 말이다




어젯밤부터 시작된 낙뢰와 천둥이 아침까지 이어졌다

늘 밝았던 학교도서관의 불빛이

낙뢰를 맞아 잠시동안 깜. 빡. 깜. 빡.


학생들이 빠져나간 도서관에 덩그러니 서있는

이 세계의 내가

메타버스 아바타처럼 잠시 깜.빡. 깜. 빡



호르헤 후이스 보르헤스는 "픽션들"이라는 저작에 실린 "원형의 폐허"에서

현실의 허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노인이 만들어낸 소년은 불에 타지 않았으므로

소년이 허상인 것을 알게 된다

그 소년을 만들어낸 노인 본인도 불에 타지 않는다

그 노인도 누군가의 허상이었다"


도서관의 불빛이 깜.빡.깜.빡.

그 짧은 순간에 느껴지는

회복 되지 않는 허상인

메타버스 속

나의 아바타가

슬프다


나의 신은

육체와 정신의 노화 프로그램을 연동시키지 않아서


한없이 젊은 청년의 마음에

탈피 할 수 없어 결국 소멸하는

갑각류 같은 육체를 준 것일까?


마음보다 먼저 저만치 앞서 늙어버린 몸이

서글프다





현생이 바빠

브런치에 글쓰기가 사치처럼 느껴졌었다


퇴근 후 글을 쓰는 일이

내가 누리기엔 마치

단칸방의 그랜드피아노처럼 버겁다던 누구의 표현처럼,


욕심같았다


그러나

이렇게 쏱아내고 보니

글쓰기란


결국 흩어져 별의 일부가 될

사막의 항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모래바람 속의 숨은 고요였다



"깊은 마음속 내 작은 섬엔

나를 담아놓은 내가 있다"는

조승연의 노래처럼



모래바람에

흩어진 나의 조각들이 내려앉은

나를 담아놓은 작은 섬으로

돛을 펼쳐야 할 때가 온것 같다




언젠가

너의 작은 섬을 찾아

다시 길잡이를 시작해야하는 시절이 올 때

보르헤스를 읽어보라셨던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20년도 더 된 때늦은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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