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을 하면 실제 몸이 아플까요?

사랑을 잃고 나는 앓네

by 안노라

사회가 너무 우울하니 웃고 시작할까요?

지난 학기 도서관에서 미술사 강의 중 있었던 일입니다. 평일 낮 강의는 95%가 여성 수강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중세의 그림과 조각을 설명하다 질문을 하나 던졌지요?


"왜 고대의 서양 누드화에는 남자의 성기가 유난히 작을까요?"

혹시 여러분들도 그런 의문이 들지 않으셨나요?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 한 두점 보여 드릴게요. 확인해 보세요.


다비드 상.jpg 미켈란젤로 <다비드>
파르네제의 헤라클레스.jpg 파르네제의 <헤라클레스>
작자미상 <아폴론>

예술에도 신토불이가 있어 그리스 신을 이탈리아인이 조각하면 라틴 족의 풍모를 갖게 되지요. 북유럽의 게르만 족보다 이탈리아의 라틴 족은 체격이 작답니다. 그런 여러 사안을 감안하더라도, 종족의 우월성을 증거하는 듯한 조형적 비례와 식스팩의 복근, 우람한 체격을 가진 남성들의 조각에 유난히 성기가 작습니다. 그렇지요? ㅎㅎ


제 질문이 떨어지는 순간, 정 중앙에 앉아 계시던 남자 분이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낮이라서."


전 잠시 주저앉아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내뱉은 호흡에 오렌지 향기가 터져 나오는 듯 했지요. 상큼한 웃음들이 강의실을 꽉 채웠습니다. 주위를 웃길 수 있는 사람만이 천국에 갈 자격이 있다고 꾸란은 말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이 몹시 궁금합니다. 학자들 간의 정설은 그리스, 로마 시대 당시에는 작은 성기를 이상적으로 여겼기 때문이랍니다. 작은 성기는 '지적이고 절제적이기에 아름답다'고 여겨졌고 반대의 경우 '비 지적이고 성적으로 문란하기에 추하다'고 여겼다네요.


오늘은 지난 글 <왜 사랑을 하면 손을 잡고 키스할까요?>에 이어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가벼운 심리학 <실연을 하면 실제 몸이 아플까요?>를 올립니다. 지난 글에서 '접촉 위안'에 대해 설명 드렸습니다. 대상과의 따뜻한 접촉이 인격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구요. 유아시절 형성한 애착은 성인기가 되어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때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구요. 애착 유형은 나누었을 때, 안정형, 불안형.양가형, 회피형, 혼란형 애착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해요. 제 글은 심리학을 설명하는 글이 아니니 거칠게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위 일러스트는 구글 <연애의 과학>에서 가져 왔습니다.


안정 애착은 건강한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예요. 상대와 자신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하지요. 그래서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거꾸로 무심하지 않습니다. 적당한 거리에서 상대방을 지지하고 친밀감을 나타내지요. 불안정(불안) 애착은 상대방의 행동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집니다. 상대방이 멀어질까 두렵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는 몹시 서툽니다. 그래서 질투에 휩싸이거나 의심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이 두 유형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유형이니 이만 생략하고 회피형 애착에 대해서만 설명드릴게요.


회피형 애착은 계속 울어도 이를 몰라주는 무감한 양육자에게서 자란 형태입니다. 자신의 욕구가 대체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상처 받는 것과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근원적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애착 대상과 가까이 있고 싶은 욕구 자체를 제거함으로써 자신이 받을 지도 모르는 힘든 상황을 미리 예방하지요.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생존법을 익힌 경우라 독립적이고 감정표현이 단조로워요. 타인에게 상처받을 걸 염려해 일정한 거리를 두며 혼자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지요. 게처럼 자신의 약한 부분을 감추느라 딱딱한 외피를 두른 형으로 생각하면 될까요?

위 일러스트는 구글 <연애의 과학>에서 가져 왔습니다

이 회피형 애착을 형성한 사람은 속칭 '쿨한 연애'를 한다고 하지요. 그래서 One-night을 즐기는 사람의 유형 중 회피형이 가장 많다고 해요. 섹스도 테니스 한 게임 친 것처럼 생각한다는 거죠. 그리곤 상대방이 떠나면 바로 다른 연인을 만나구요. 물론 새로운 연인에게도 여전히 거리를 두고 올인하지 않아요. 대표적인 특징이 밀당의 고수라는 거예요.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랍니다. 상대방이 좋았다가도 가까이 오는 것 같으면 부담스러워 은근히 밀어내는 거래요.

연애의 과학 6.png 위 일러스트는 구글 <연애의 과학>에서 가져 왔습니다.


아, 이런 유형과 연애하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그가 또는 그녀가 바쁜 일정으로 잠시 연락이 소원해져도, 또는 의기소침하거나 흥분되어 있을 때도 인간이 갖는 감정적 너울을 이해하고 상대방이 안정적이 되길 여유있게 기다리시지요? 안정적 애착을 형성해서 그렇답니다.


애착에 대해 말씀 드렸는데 이제, 지난 글에 이어 뇌에 대한 스케치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해 보겠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 전두엽에 달려 있습니다. 사이코 패스의 뇌는 주로 전두엽이 활성화 되지 않았다고 해요. 그래서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라고요. 이 동영상은 아이가 보는 거라고 닫지 마시고 시간 날 때, 꼭 한 번 보아 보세요.


EBS 다큐프라임 <남과 여>


간질을 치료하면서 발견하게 된 놀라운 결과는 좌뇌와 우뇌의 역할이었습니다. 의사들은 간질은 비정상적 신경 흥분이 폭발적으로 다른 반구로 확산되는 질병이라고 파악했어요. 그래서 뇌량을 절제해 분리된 뇌를 만들었지요.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간질의 증상은 현격하게 줄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미묘한 차이가 난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결론은 좌반구가 언어를 담당하고(언어중추는 왼쪽에만 있어요.) 우뇌는 공간을 담당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 뇌량을 절단하자 정보가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하게 되었지요. Roger Wolocott Sperry 박사님이 <분리된 뇌 실험>으로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사람의 몸에서 수학적인 규칙을 읽고 정리하며 뇌를 연구하던 학자들이 또 다른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던진 질문은 '몸(뇌)의 상태가 변하면 마음의 상태도 변할까요?' 또는 '마음이 변하면 몸(뇌)도 변할까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뇌와 마음이 영향을 주고 받을까요?' 하는 것이었지요. 정말 환경이 좋으면 지능이 높아질까요? 실연을 하면(마음에 통증이 있으면) 실제로 몸이 아플까요?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연애의 과학 9.jpg 위 일러스트는 구글 <이기진의 연애실험실>에서 가져 왔습니다


이에 대한 Rosenzweig의 실험입니다.

동성으로, 같은 어미에게서 출생한 생후 25일 된 생쥐에게 실험했습니다. 80일간 넓은 사육장에서 물, 먹이를 충분히 제공하는 대신 두 가지를 다르게 했어요. 하나는 함께 있을 개체 수와 신기한 물건이었습니다. 그룹은 세 그룹으로 나누었답니다.

첫째, 풍요조건 :10~12마리의 쥐와 함께 매일 신기한 물건을 바꾸어 주었습니다.

둘째, 표준조건 : 3~4 마리의 쥐만 함께 하되 신기한 물건은 주지 않았습니다.

세째, 결핍조건 : 한 마리씩 격리해 놓고 신기한 물건은 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미로에서 출구찾기> 실험을 했습니다. 역시 쥐들도 혼자 있는 건 싫어하더군요. 풍요조건의 쥐들이 가장 빨리 출구를 찾았습니다. 그래서 풍요조건 쥐들의 뇌를 절제해 무게를 달아봤습니다. 시각기능을 담당하는 후두엽의 무게가 증가했고 정보를 처리하는 수지상 돌기의 수가 증가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결국 몸(환경)의 상태가 변하니 마음(읮, 욕구, 지능)이 변한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다른 실험도 있습니다. A집단 쥐들은 고통없이 한 마리씩 격리시켜 놓습니다. B집단은 쥐가 있는 공간 바닥에 전류를 흐르게 합니다. B집단의 쥐는 움직일 때마다 전류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되었지요. 이후 격리 했을 때 통증을 느끼는 뇌의 부위와 전류로 인해 통증을 느끼는 뇌의 부위를 확인했더니 같았습니다. 거꾸로 쥐에게 마약을 먹이고 뇌에 전류를 흐르게 했더니 특정 부위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장남감을 주고 놀게 했을 때 활성화 되는 부위와 같았어요. 쾌락중추의 장소를 확인한 것이지요. 이처럼 정신적, 물리적 통증과 쾌락은 같은 부위의 뇌가 담당하는 것이라는 걸 임상실험에서 밝혀 냈습니다. 아마, 제 뇌는 세일을 한다는 말을 들으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이지 않을까?

뇌 활성화 일러스트.png


그럼 인간사회에서 왕따는 어떨까요? 이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나오미 아이젠버거 교수팀이 사이버볼(Cyberaball)이라는 게임을 통한 실험을 했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통해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지요. 이 때 뇌의 활동을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fMRI)으로 분석했습니다. 왕따를 당한 사람의 fMRI를 분석하자 전두대상피질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이 영역은 신체적 고통을 당할 때 활성화 되는 부위입니다.

학자들의 실험으로 인해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은 뇌의 동일한 부분에서 지각하고 느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유추해 보자면 왕따를 당하는 고통은 심리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매를 맞는 것과 같은 고통을 느끼는 거지요. 그래서 "왕따는 신체적 폭력입니다."


최근엔 fMRI 자료에 대한 정교한 분석을 통해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고통은 다른 회로를 통해 처리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해요. 과학자들의 관찰과 실험은 이론에 대한 중요한 근거입니다만 저는 왠지 왕따나 실연을 당하면 실제로 아플거라고 확신합니다. 왜냐면 실연을 했을 때, 실제로 몸이 아프지 않았나요?

"아~ 실연당한 경험이 없으시구나! 전 짝사랑의 대가여서..."


아무도 저랑 놀아주지 않는 날, 장남감 상자에 잡다한 블럭을 쏟아넣듯 시시콜콜한 얘기를 다 쓸어 담아 보았습니다. 이제 다시 제가 좋아하는 브뤼헬의 도판을 보며 여러분과 나눌 얘기를 만들어야겠습니다.


폴 포츠의 <넬슨 도르마> 입니다. 왕따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니 이 영상이 떠 오르네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녀의 뒷모습엔 장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