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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Jun 03. 2019

19년 차 기획자가 알려주는 '회사의 권한 구조'

[직장인 과외]아~ 회사가 이렇게 되어 있구나~

    회사엔 '대리'가 많다. 사장도 대리고, 본부장도 대리고, 사업부장도 대리고, 팀장도 대리다. 모두들 대리처럼 군다.


    인사팀에서는 승진 시마다 직급과 직책에 맞는 역할과 권한을 언급한다. 하지만 실제로 가장 직급과 직책에 걸맞지 않은 짓을 하는 건 '그들'이다.


    왜냐고? 많은 한국 기업들은 조선의 임금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울트라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일성이나 박정희가 가졌던 권력이 회사 내에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사장이 자기 내키는 대로 대리처럼 일을 챙긴다. 덩달아 본부장이나 사업부장도 대리처럼 일을 한다. 그러니 정작 대리는 대리답게 일을 할 수가 없다.






    직책과 직급에 맞는 권한이 없다 보니 사원이나 대리나 과장이나 차장이나 하는 일이 별반 다르지 않게 된다.


    신입들은 함 봐보기 바란다. 지금 회사에 직급에 따른 명확한 권한이 있는지. 그들이 그에 맞는 합당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지.


    적어도 내가 19년 동안 겪었던 회사 중엔 없었다. 그걸 확인할 때마다 회사를 옮겼었는데 남는 건 후회뿐이었다.


    그런 회사를 피해 이직을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뭉개고 있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그래서 회사가 어떤 권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건 중요하다. 그걸로 신입시절 이후를 결정할 수 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권한 구조의 특징에 대해서 알려줄 테니 참고 바란다.






1. 네 권한은 내 권한


    국내 회사의 문제는 권한을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권한의 구조가 마치 자동차의 '옵션질' 같다. 프리미엄 트림은 기본형의 모든 기능을 포함하고 거기에 몇 가지 추가 기능이 있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팀장은 실무자들의 권한을, 사업부장은 팀장의 권한을, 본부장은 사업부장의 권한을, 사장은 본부장의 권한을 맘대로 넘나 든다. 마치 러시아 인형인 '마트료시카'와 같은 권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권한 구조의 정점에 있는 사람은 '독재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회사를 독재 시스템으로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다.


    '그게 무슨 문제죠? 권한이 그런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경차 사러 갔는데 대형차를 사서 나온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용도에 맞는 결정을 못하고 결국엔 최고 사양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실무자가 해야 할 결정이 있고, 사장이 해야 할 결정이 있다. 그런데 결정 권한이 지켜지지 않으면 모든 것을 사장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 모든 보고과 의사결정이 사장 선에서 이뤄지고, 모든 사람들은 절대 권력자인 독재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2. 착한 독재는 없다


    선하고 뛰어난 독재자가 있다면 그것은 축복이다. 독재자 하나만 개고생 하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전 직원이 월급루팡을 해도 회사는 발전할 것이다.


    문제는 선하면서 뛰어난 독재자는 없다는 것이다. 뛰어나기만 해도 좋으련만 그들은 뛰어남으로 자리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리로 뛰어남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자리는 선해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보통의 경우는 능력은 그저 그렇지만 제대로 독한 사람이 독재자의 자리에 오른다.


    그리곤 자신이 가장 잘했던 대리 시절처럼 모든 일을 장악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모든 결정에 개입한다.


    '그게 사장이죠! 뭐가 문제죠?'


    독재자는 착하지 않아서 잘못된 결정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게 문제다. 책임은 누군가가 지게 된다. 


    외부의 말 한마디에 전략 방향에 휙휙 바뀌기도 한다. 이른바 '이 산이 아닌가 보다!' 


    내부의 고민은 믿질 않는다. 어디서 점을 보는 건지, 무슨 교수의 자문이라는 소문도 있고 여하튼 어디만 갔다 오면 '우리는 왜 이렇게 하지 않냐?'며 질책이다. 하지만 그 결정은 독재자가 했거든. 


    독재 치하에서는 모두가 다 이런 식으로 살게 된다. 임원도 직책자도. 생각해 보면 그들도 어쩔 수 없겠지? 이럴 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을 쓴다.






3. 실무자의 권한이 없다


    지들끼리 그러거나 말거나. 문제는 비 직책자들이다. 이런 구조하에서는 권한이 전무하다.


    '권한이 없으면 어때? 난 내 분야에서 내 할 일을 하는데!'


    이렇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그건 그냥 부품이 되었다는 선언과 같다. 그리고 언제든, 누구로든 교체가 가능하다.


    파트장이니 뭐니 회사의 공식 체계에도 없는 말로 완장을 달아주지만 차용증 없이 돈 빌려준 거랑 다를 바가 없다.


    자신의 권한을 보호받지 못했을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 권한이 없으니 지시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아닌데! 난 결정도 하고, 제안도 하는데?'


    디테일하고 작은 실무 분야는 어느 정도 자유도가 있다. 지금 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님이 오전까지 깨끗한 마당을 보고 싶다고 했으면 마름은 오전까지 마당이 쓸려 있음 되는 거다. 마름은 돌쇠가 마당을 왼쪽에서부터 쓸었는지, 오른쪽에서부터 쓸었는지까지 개입하진 않는다. 이걸 가지고 돌쇠에게 마당을 쓸 권한이 있다고 하진 않는다.


    돌쇠가 마당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쓸고, 물은 언제 뿌리고, 둘레에 꽃을 심을 건지, 조각 장식을 놓을 건지, 자갈돌을 깔지, 대리석을 깔지, 마당 출입은 누구까지 허용하고, 개방은 몇 시까지 할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마당 담당이 돌쇠라면 돌쇠가 이런 권한을 갖는 것은 타당하다. 마름은 돌쇠가 이런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마님들의 이동 편리성을 해치지는 않는지, 돈이 너무 많이 들지는 않는지, 마님들의 동선과 작업 시간이 겹치지 않는지를 판단하고 조정이나 수정을 하는 권한을 가지면 된다.


    내가 실무자들에게 항상 했던 말이 있다. '이 결정은 실무자가 한다. 실무자가 전문가이니 나는 그 결정을 지지한다.' 


    그렇다. 열라 멋진 척한 거다. 여하튼 이렇게 실무자에게 힘을 실어주면 외부에서 실무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물론 내 힘의 일부는 빠진다. 하지만 이게 맞다.

    





4. 권한은 내 거, 책임은 네 거


    권한이 없으니 책임도 없다. '내가 책임질 테니 맘대로 해봐!'는 현실엔 없는 영화 대사로 더 적합하다.


    물론 현실에도 이런 대사를 읊은 직책자나 임원이 있다. 문제는 첫째 겉멋이 들었거나, 둘째 그들이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에겐 책임을 질 권한이 없다. 책임은 독재자가 지라고 할 때 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멋진 대사를 읊는 사람들은 금방 사라진다.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 따론 자발적으로.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고, 공정한 평가와 합당한 상벌이 공존하는 회사는 극히 드물다.


    혹시 자신의 회사가 그런 것 같다면 그곳에서 오래 머무를 생각을 하는 게 좋다. 그런 곳이라면 일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보통 이직을 할 때 그 회사의 레떼루나 연봉, 복리후생 등만 보는 경우가 많다. 이직의 목적이 그거라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회사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는 이직하고자 하는 회사가 어떤 결정 권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5. 좋은 상사는 도와야 한다


    국내 기업 중에 직급과 직책에 맞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이 있을까? 내가 경험한 대기업 몇 군데와 그 외 기업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여기엔 약간의 운이 작용을 한다. 바로 '누구와 일하느냐!'라는 변수가 있다. 


    간혹 좋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장이나 임원, 직책자를 만날 수 있다. 그럴 땐 그들이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열심히 돕는 게 남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그런 '태평천하'가 오면 '저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보단 태평치세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혹은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일쑤다. 그래서 그들은 정해진 임기를 연장하는 법이 적다. 


    권한을 임파워먼트 하는 것은 외롭고 힘든 일이다. 권한 위임에 따른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힘든 결정이다. 그걸 감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그게 서로 남는 장사다.






    흔히 신입 시절을 '멋 모르는 시절'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가장 투명하고 편견 없이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시절이 신입 시절이다.


    그래서 신입 시절엔 회사의 권한 구조, 인맥 관계도, 계파와 같은 것들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


    '알면 뭐합니까? 어차피 난 월급루팡 할 건데~'


    자기 입으로 '월급루팡' 운운하면서 노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런 사람들이 더 전전긍긍 메여서 일한다. 


    월급루팡을 제대로 하려면 회사의 권한 구조를 잘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권한도 없는데 책임질 일을 하지 않을 수 있고, 권한을 받았는데 멍 때리고 있지 않을 수 있다.


    나에게 임파워먼트 해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인지도 살펴봐야 하고, 임파워먼트를 받았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놔야 한다.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흐름'이란 게 보인다. 차들은 고속도로 위에 평균적으로 분포해 있지 않다. 일정한 시간을 가다 보면 그룹이 생긴다. 


    어떤 그룹은 답답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떤 그룹은 흐름이 아주 시원시원해서 결국 앞선 그룹을 따라잡아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기도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흐름이란 게 있다. 답답한 흐름도 있고, 시원시원한 흐름도 있다. 답답한 흐름을 의지적으로 벗어 날 수 있는지, 좋은 흐름을 타고 갈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누가 승진하고, 어떤 사람들이 채용되는지를 보면 지금이 어떤 흐름인지를 파악하는데 힌트가 된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항상 존재한다. 그렇다고 비관적 현실주의자가 될 필요도 없고, 비현실적 이상주의자가 될 필요도 없다. 


    괴리가 있음을 인식하고 자신만의 판단 룰을 가지고 있다면 바람이 어떻게 불던, 파도가 어떻게 치던, 흐름이 어떻든 간에 나름의 길을 갈 수가 있다.


    그 룰이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라면 더욱 좋고 말이다.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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