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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May 29. 2019

19년 차 기획자가 알려주는 '리얼 기획안' 쓰는 법

[직장인 과외] 아무도 안 알려 주는 숨겨진 노하우

    처음 기획안을 던 때가 기억난다. 사령장을 받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고객 감성 물씬 풍기는 입사원 전자결재로 기획안을 올렸더랬다. 사전에 아무런 소통 없이 말이다.


    나는 전자결재가 그런 시스템인 줄 알았다. 누군가 기획안을 품의하면 과장, 팀장이 먼저 보고, 맘에 안 들면 반려하고, 수정하고 하는 그런 필터링 과정을 거쳐서 최종 결정권자에게 기획안 결재를 득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렇다. 난 회사 시스템을 과대평가했던 이상주의자였다.






    회사에서 뜬금없이 신입사원인 여러분에게 기획안을 쓰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하는 일의 무엇이 되었건 기획안처럼 작성해서 제출한다면 아마도 여러분의 가치는 우상향 할 것이 틀림없다.


    왜냐고? 회사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문서가 있다. 일상적으론 메일, 메모, 업무 기획안, 품의서, 결과보고와 같은 것이 있다. 거창 하게는 사업기획, 전략기획, 신규사업 등이 있다.


    종류도 많고, 작성법도 조금씩 다르지만 잘 생각해 보면 핵심은 같다. 모든 것의 기본은 서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짜임새와 맥락이 있는 것이 '기획안'이다. 사실 모든 문서의 abc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엔 입사 후에 신입사원 프로젝트를 하는 곳이 많다. 신입들이 주제를 정하면 기존 선배들이 멘토가 되어 기획안을 발표하는 것이다.


    아니면 부서 배치가 되었는데 팀장이 주제를 하나 주더니 기획안을 작성해 보라고 한다.


    여러분은 어찌할 것인가?


    제일 하수는 네이버를 열어서 '기획안 샘플'이나 '기획안 쓰는 법'을 찾아볼 것이다.


    조금 써칭에 능하다면 구글을 열어서 'how to plan a  business'라고 찾아볼 것이다.


    성격이 좋은 친구라면 선배를 물색해서 실제 기획안 샘플을 달라고 할 것이다.


    축하한다. 여러분은 이제 껍데기를 겨우 찾아냈다.


    껍데기도 물론 중요하다. 화장이나 카메라 필터가 중요하듯 콘텐츠를 담는 껍데기도 중요하다.


    하지만 껍데기가 있다고 저절로 콘텐츠가 채워지 않는다. 그게 문제다.


    획안을 쓰는 형식적인 방법은 천지사방에 넘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안을 잘 쓰는 사람은 왜 많지 않은 것일까?






    이제부터 기획안을 잘 쓸 수 있는 진짜 방법을 알려주겠다.



1. Positive인지 Negative인지 확인해야 한다


    '아니! 그걸 알기 위해서 기획안을 쓰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말하는 그대 순진하구나.


    신입사원다운 패기다. 만약 신입사원이 아닌데 이처럼 생각한다면 정말 큰 일이다.


    특정한 일, 서비스, 전략, 투자를 할지 말지를 정하기 위해서 기획안을 쓰는 법은 거의 없다.


    해야 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해서 말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다.


    회사는 가장 완벽한 독재 시스템이다. 독재자가 하고자 하는 걸 하게 해 주고, 하기 싫은 걸 하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월급이 나온다.


    디테일한 업무 분야에선 자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보다 상위의 '선택과 결정' 스테이지에서는 자유가 없다. 오로지 지시와 복종만 존재한다.


    그래서 기획안을 작성하기에 앞서 '하려고 쓰는 것'인지, '안 하려고 쓰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대부분 많은 경우는 '안 되는 환경'에서 '되는 기획안'을 써야 하는 경우다. 이게 젤 난이도가 높다.


    만약 여러분에게 이를 알려주지 않는다면 여러분을 싫어하거나 지시한 사람이 멍청한 것이다.






2. 매우 잘 알아야 한다


    해당 주제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매우 당연한 얘기다. 잘 알지 못하면 기획안을 쓸 수 없다.


    그냥 아는 수준으론 안된다. 상식과 신문기사 몇 개론 제대로 된 기획안을 쓸 수 없다.


    특히 택도 없는 환경과 역량을 가지고 '되는 기획안'을 써야 하는 경우는 엄청 디테일하고 넓게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O2O 같은 경우는 오프라인 전체 시장, 온라인 전체 시장, 해당 업태의 오프라인 시장, 해당 업태의 온라인 시장까지 모두 알아야 한다.


    주어진 시간에 잘 알 수 없는 주제라면 빨리 손을 들어야 한다. 사람을 더 투입하든 교체하든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한 지역과 연관된 주제나 폐쇄적인 시장 같은 주제는 짧은 시간에 금방 알기 어렵다. 그래서 경험이 있는 지역 전문가나 업계 전문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업계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멋지게 구현하고 싶다면 평소에 해당 산업과 유관 산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축적해 놓을 필요가 있다.


    주제에 관한 깊고 넓은 사고에서 통합과 융합의 묘수가 나온다. 설렁설렁 환경 조사만 잔뜩 한 기획안은 핵심을 찌르는 비즈니스 모델이나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


    그래서 기획안을 쓸 때는 해당 주제에 대해서 전방위적인 조사와 학습이 필수다. 1차 조사, 2차 조사, 대면 조사는 물론 찌라시나 소문에 풍문까지 전부 알 필요가 있다.


    한번 노하우가 쌓이면 다른 업태로 확장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물론 여러분이 회사 생활의 기본기가 있다면 말이다.




3. 회사 전체를 아울러야 한다


    여러분이 어떤 부서에 속해 있던 회사 전체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영업을 하는 기획자는 영업에, 마케팅을 하는 기획자는 마케팅에, 재무를 하는 기획자는 회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첨부터 기획만 했던 기획자는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떠있는 느낌이 있다.


    회사의 가용자원을 총동원하고, 개선 가능한 프로세스를 전부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의 자회사라면 모회사에서 지원 받거나 임차 가능한 역량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대기업의 지주회사라면 자회사의 역량을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기관이나 유관단체에서 얻을 수 있는 지원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즉, 자기가 익숙한 업무뿐 아니라 업태의 업무 전반에 대해알고 있어야 한다.


    '전사 부사도 아닌데 이걸 어찌 아나요?'


    이건 관심이다. 여러분의 인트라넷이나 전체 메일에는 전사의 중요한 정보들이 매일 공개된다. 여러분이 안 볼 뿐이다.


    고객 유입을 책임지는 마케팅 부서에 있으면서 영업 매출은 안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반대로 영업에 있으면서 마케팅이나 제조, 물류, 고객에 대해서 관심 없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여러분이 공채라면 전사에 동기들이 있을 것이다. 모여서 부서 뒷담화만 하지 말고 정보를 공유해 보라. 모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회사의 다양한 프로세스에 대해서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업의 핵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생긴다. 물론 생각이란 건 해야 생긴다.




4. 실패하지 않는 기획을 해야 한다


    기획한 일이 성공한 것은 기획을 잘해서인가? 꼭 그렇진 않다. 일의 성공은 기획을 못했어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이 실패를 하는 것은 어떤가? 기획을 못했다면 일은 무조건 실패한다.


    좋은 기획은 성공의 여러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나쁜 기획은 실패의 유일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기획은 기획이 하고자 하는 일이 실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공을 위해 기획을 하다 보면 성공의 요인들을 과대평가하고, 실패의 요인들을 간과하게 된다. 신입이 아닌 많은 사람들 이 같은 실수를 한다.


    반대로 실패를 하지 않는 기획을 하다 보면 성공요인에 대해 안전장치를 추가하게 되고, 더 많은 실패 요인을 찾아내게 된다. 


    매출이나 M/S를 확대한다 했을 때 성공을 위한 기획은 고비용 저이익 매출이나 고비용 고 클레임 확장이 될 수 있다.


    실패를 하지 않는 기획이라면 매출을 확대하는 데 있어 비용 효율성이나 이익 관리가 추가되어 채널 믹스를 한다거나 재고를 활용한다거나 회계적 처리를 가미할 수 있다.


    또한 M/S를 확대할 때도 유관부서의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원활한 업무 지원을 통해 영업과 고객을 지원 할 수 있다.


    말장난 같지만 매우 중요한 관점이니 깊게 생각해보자.




5. 메이크업을 잘해야 한다


    기획안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 - 글, 폰트, 선, 굵기, 길이, 도형, 크기, 색, 이미지 등은 헛으로 있는 것이 있으면 안 된다.


    그 모든 것은 말하고 뜻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기획안을 구두로만 pt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결국 기획안은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다. 콘텐츠 그 자체인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템플릿만 가지고는 좋은 기획안을 만들기 어렵다. 그 템플릿을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처음엔 모방과 복사로 시작하겠지만 결국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 하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형식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기획안 한 장 만드는 데에 하루씩 걸리고 그러는 것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헤어진 애인 결혼식에 가듯 완벽한 '풀메'가 필요하다는 점 잊지 말자.






    신입들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이거다!' 싶은 눈에 딱 띄는 기회는 없다. 원래 기회는 기회가 아닌 듯 오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떤 기회가 오냐면 유력자에서 서면 보고를 하거나, 급하게 무언가를 정리해서 제출하거나, 갑자기 모두가 도망쳐버린 보고를 대신하거나 하는 기회다.


    이런 기회는 그 사람의 업무역량과 연관된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이런 이미지는 결정적인 순간에 위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면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할 사람을 정하거나, 승진이나 포상 대상에 포함되는 것과 같은 결과로 돌아온다.


    친절한 멘토가 항상 곁에서 이런 사소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디테일하게 도와주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흔하지 않다. 멘토가 여러분을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결국은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평소 기본기를 잘 다지고, 모든 보고에 대해서 생각과 노력을 스스로 하는 게 필요하다.






    물론 기획안을 잘 쓰는 방법은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부분이지만 챙겨야 하는 중요한 요소들도 있고, 각 구성단계마다 고려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도 많다.


    직접 써보면 제일 좋지만 기회가 늦게 올 수도 있다. 그럴 땐 기획안을 쓰는 사람의 서포터가 되어서 전체 과정을 경험하면 좋다.


    그것도 쉽지 않다면 남이 쓴 거라도 많이 보는 수밖에 없다. 단, 생각을 많이 하면서 봐야 한다. 그래야 결정적인 순간에 직접 쓸 수 있게 된다.


    남이 쓴 기획안에 가타부타 만 해선 스스로 목차를 잡지도 못한다. 그러니 직접 쓰는 것처럼 작성자와 의식의 흐름을 일치시켜서 봐야 한다. 매우 피곤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첫술에 배 부르려다 입 찢어진다. 천천히, 대신 단단히 전진하길 기원한다. 모두의 건승을 기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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