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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Jun 10. 2019

19년 차 기획자가 알려주는 '현타 방지하는 법'

[직장인 과외]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사회생활을 첨하면 초반에 겪는 어려움이 하나 있다. 바로 내가 하는 일이 회사 내에서 어떤 기여를 하는 일인지, 회사에 어떤 영향을 주는 일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이걸 모르면 조직 내에서 마치 '주변인'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한 팀이란 느낌도 안 들고, 뭔가를 하긴 하는데 뭔가 허드렛일 같고,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고 그렇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불안하기도 하고, 재미도 없어진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다들 지들 일만 바쁜 척할 뿐 신경을 써주지도, 설명을 해주지도 않는다.


    적응도 어려운데 이렇게 '조직 내 자존감'마저 낮아지면 일에 치이는 사람이 되거나, 정 줄 놓고 회사 다니는 사람 된다.


    '세상 참 무섭다'라고 한탄이 무르익을 무렵이 되면 새로운 신입들이 연수를 받는다는 소식이 들린다. 배운 것도, 아는 것도 없는데 시간만 훌쩍 가버렸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찬다.


    12번의 월급만큼 마음의 빚만 잔뜩 생긴다. 도대체 난 뭘 하는 사람이고, 뭘 하면 되지? 그냥 시키는 일만 하면 되나?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건가? 사람들이 말하던 월급루팡이 난가?






    '전 인사팀이어서 알 것 같습니다.'


    그럴 거 같지? 업무의 성격은 명확할지 몰라도, 업무의 방향성은 회사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제대로 잡기 어려울 수 있다.


    인사나 재무 같은 지원업무는 일은 명확하지만 일이 바라보고 추구하는 지향점은 회사의 지향점과 정확하게 똑같아야 한다. 그래서 최고경영진이 새로 오면 인사팀과 재무팀의 수장들이 함께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재밌게도 10여 년 직장 생활을 한 사람 중에서도 이걸 잘 모르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10년 차 이상에서는 이걸 아느냐 모르냐로 실력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


    내가 사랑하는 후배들에게도 제대로 시간을 내서 알려주지 못한 얘기를 생면부지 후배들에게 함 해본다.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회사는 바다다. 월급날은 남태평양 바다 같고, 결산 날은 삼각파도가 몰아치는 버뮤다 삼각지대 같다. 분기, 반기 마감일엔 해일이 몰려온다. 때론 난데없이 벼락이 치기도 하고, 뻔히 보이는 폭풍으로 배머리가 향하기도 한다.


    우린 그 위에서 두둥실 파도를 타야 한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 그대가 천하무적 '핵잠수함'이라면 모르겠지만 보통의 신입들은 그냥 '오리배' 수준이다.


    이 뒤뚱거리는 오리배의 페달을 '언제, 어디로' 밟아야 하나? 이 고민은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로 가야 하는 고통과 손에 익지 않는 업무와 안 친해지는 사람들과 함께 직장 생활의 큰 문제 중 하나다.


    시키는 일만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시켜서 하는 일도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 알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래서 이제부터 회사를 파악하고,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업무의 기본적인 가이드를 파악하는 법을 알려주겠다. 그걸 알아야 난 뭘 하는 사람이고, 뭘 하면 되지? 에 대한 답이 나온다.






1.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악하라!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아는가? 사업모델 말이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의 이윤을, 어떻게 지속하는지 아는가 말이다.


    정말 좋은 회사라면 신입 사원 연수 시에 배웠을 수도 있는데 아마도 흔하진 않을 듯하다. 왜냐면 이런 정보는 사내에도 의외로 잘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에 관심이 많은 친구라면 한 번쯤은 찾아봤을 수도 있겠지만, 리얼한 현장의 숫자들은 쉽게 보기 힘들 수 있다.


    그냥 단순하게 무언가를 만드는 회사,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고만 안다면 그건 소비자나 고객이 아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어떤 제품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팔고, 어디서 얼마만큼의 돈이 벌리고, 어떤 부분에서 돈이 쓰이는지를 알아야 한다.


    어떤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제공하고, 어떤 형태로 수익이 생기고, 어느 부분에서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어떤 부분의 수익을 극대화하려는지, 어떤 부분의 비용을 최소화하려는지, 그게 계절지수나 경쟁 상황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무엇이 회사의 차별화된 경쟁력인지, 어떤 경쟁력을 더 갖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경영진은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본인이 영업이라고 회사가 영업에 신경을 안 쓴다고 욕 해봤자 상황 파악 못하는 사람만 될 뿐이다.




2. 사장처럼 생각하라!


    '아니... 알바 밖에 안 해본 신입사원이 무슨 사장처럼 생각을 해요?'라고 대꾸라도 할 수 있다면 훌륭한 것이다.


    보통은 생각이 멈춘다. 생각의 진도를 못 빼는 것이다. 뭘 알아야 생각도 하는 것이다.


    '내가 사장... 그렇다면 뭘 해야지? 음..... 음..... 음......'


    사장은 결정을 독점하는 독재자다. 뭘 결정할 것인가? 그걸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보통은 '고객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건 여러 가지 결정할 것 중에 한 가지일 뿐이다.


    고객은 좋은 걸 싸게 사고 싶어 한다. 편리한 걸 공짜로 얻고 싶어 한다. 고대로 해주면 고객은 좋아한다.


    그럼 그 비용은 어디서 만들어 낼 것인가? 이건 다른 차원의 또 다른 결정 거리다.

    

    좋은 걸 싸고, 편리한 걸 공짜로 제공하라는 압력은 모든 회사가 받는다. 그럼 차별적인 경쟁력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것 또한 다른 차원의 또 다른 결정 거리다.


    이렇듯 비즈니스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파악하고, 그 각각에 어떤 가치가 부여되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런 후에 'CEO의 마인드'로 내 업무를 보면 내 업무의 위치와 가치가 보인다. 그런데 낮거나 대체 가능하다고? 그럼 빨리 탈출하거나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한 가지 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조직도와 함께 생각해 보면 어떤 조직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가 보인다. 그게 잘 안 보이면 비즈니스 모델이 이상하거나, 조직이 이상한 것이다.

 



3. 다 알았다면 범위를 축소해 실천하라!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도 확인을 했고, 어떤 의사결정 요소들이 있는지, 무엇이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알았다면 내 조직과 내 업무의 방향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장이랑 디렉트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 위에는 여러 명의 직책자들이 있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제대로 모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이유로 경영진이 합리적이지 않은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깜짝 놀랄 만한 이유들이 많다.


    회사가 아주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서 굴러가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하지만 이 작은 '봉건 군주제' 조직은 '왕'의 취향에 따라서 혹은 '지방 영주'의 사적 판단에 따라서 합리적이지 않게도 굴러간다.


    그러니 역사의 방향을 알았다 한들 지방의 일개 '궁수'가 뭘 어쩌겠는가? 운 좋게 왕에게 발탁된다면 뜻을 펼칠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방 영주'가 열려 있는 사람이라면 앞선 두 가지 노력은 빛을 발 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는 본인의 업무 스코프 내에서 바른 방향으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좋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어떻게 현실에 적용을 하면 좋을까? 만약 내 조직과 업무가 비즈니스 모델 상이나 전략상 크게 중요하지 않다면 업무의 방향성은 시스템화로 잡아보자. 즉, 매일매일 사람을 갈아 넣는 일을 없애는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람은 중요한 일에 쓰는 것이다. 그러니 숫자를 뽑거나, 데이터를 정리하거나, 뭔가를 누적하는 일 같은 건 시스템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우리 회산 시스템이 없는데요~' 그럼 투입 인력을 줄이면 된다. 쓸데없이 복잡한 숫자를 보는 경우도 많다. 그 숫자를 쳐다봐서 얻는 것도 없는데 그냥 복잡하게 많이만 만들어 놓고 일하는 척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시스템이 없거나 약할 때는 난이도를 낮춰서 투입 인원과 시간을 줄이면 된다.


    대신 뭔가 회사의 방향성과 일치할 만한 일을 프로젝트로 만들어보자. 새로운 도전을 싫어하는 회사는 없다. 기존의 일을 줄이고, 뭔가 새롭게 보이는 일을 한다고 하면 좋아할 것이다.


    쓸데없이 숫자 놀이하는 시간을 줄이고, 고객의 소리에서 뭔가를 얻어 낸다거나, 원가 절감의 요소를 뽑아낸다거나,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다거나 뭔가 있을 것이다.


    만약 여러분의 조직이나 업무가 돈을 쓰는 일이라면 당연히 돈을 더 적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면 좋아할 것이다. 아니면 효율을 더 높여야 하는데 경험상 효율보단 적게 쓰는 게 편하다.


    '말이 쉽지! 넌 해봤냐?'


    말은 쉽다. 실천이 어렵지. 난 미치광이 신입이었다. 고로 난 해봤다! 그것도 아주 잘!






    큰 그림이 머리에 들어와 있으면 복잡할 일이 별로 없다. 큰 그림이 안 보이면 아침 출근길에 머리가 복잡하다. 아니면 텅 비어 있거나.


    회사의 큰 그림이 하나 명확하게 그려져 있으면 세부적인 그림들은 쉽게 그려진다. 심지어 옵션을 붙여서 여러 개의 그림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내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분명해진다. 지금은 쉬엄쉬엄 가도 되는 타이밍인지, 힘을 바짝 줘야 하는 타이밍 인지도 파악이 가능하다.


    이 조직에서 뼈를 묻을지, 다른 업무로 전환을 할지도 판단이 가능해진다.


    어떤 생각을 가진 선배나 직책자가 생존을 할지, 일찍 전사를 할지도 슬쩍 보인다.


    큰 그림과 작은 그림이 없으면 현타가 온다. 일이 힘들게 느껴지고, 출근이 고역이 된다.


    현재의 내 위치와 내 업무가 회사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를 파악하고 있자. 그래야 현타가 오는 것도 막고, 기회도 잡을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앞서 가진 말자. 여러 사람이 여러 가지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이 회사니 핵심 이외의 변수도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변수를 미리 고려하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말 그대로 변수다. 일이 생기면 그때부터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


    자신감이 생기고, 맘이 편안해지면 회사 다니는 게 조금은 즐거워진다. 조금의 고생이 긴 행복을 보장하는 법이다.


    싫으면 그냥 살아도 좋다. 사는 법은 많으니까. 손발 고생하는 게 체질이면 그것도 존중한다. 다만 같이 일하는 경우는 없길 바라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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