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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Aug 02. 2019

[직장인 과외] 그 '열정'은 쉬는데 써보자

회사에서 하면 안 되는 일(3) - 열정 불태우기


    회사는 일을 하려고 모인 사람들의 집합이다. 그런데 그런 회사 내에서 신입사원들이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이 있다.


    심지어는 많다. 물론 이걸 드러내 놓고 언급하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누가 알려주기 전엔 알아채기 힘들다.


    신입이 아닌 사람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이 시나브로 직책과 권한을 갖게 되면 아주 '지독한 꼰대'가 된다. 무지의 순수함을 어찌 이기리요. 탓을 해도 알아먹질 못하니.


    나는 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상상외로 많은 노력을 했노라 자부한다. 그 많은 노력의 결과를 생면부지의 후배들과 나눠 볼까 한다. 아껴봤자 똥 밖에 더 되겠나!


    '하면 안 되는 일' 시리즈의 세 번째로 '회사 내에서의 열정'에 대해서 공감을 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열정을 가져라!'라는 말 참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열정은 주로 갖거나 찾는 것으로 많이 표현된다. 그리고 주로 지시형이나 명령문 형태로 많이 봤을 것이다.


    '열정적으로 살라'는 말도 많다. 특히 청춘들에게 하는 소리가 많다. 전형적인 꼰대 짓이 아닐 수 없다. 뭐든 '해라! 마라!' 하는 건 다 꼰대 짓이다. 냅둬라 자기 인생 어찌 살던.


    열정은 좋은 것이다. 열정의 사전적 뜻은 뜨거운 사랑, 열열한 애정이다.  그 대상도 제한이 없다. 좋은 말임에 틀림없다.


    좀 더 멋들어지게 표현해보면 열정은 욕망이다. 뭔가를 하게 하는 힘이다.


    좋은 말이어서 그런지 회사는 신입사원들에게도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열정을 가져라!', '열정적으로 임해라!'라고 말이다.


    사전적 의미에서는 매우 옳은 말이 아닐 수 없지만 과연 현실에서도 그럴까?






    우리는 회사에서 열정을 가져야 할까? 회사에서 열정을 가지면 좋은 것일까?


    아이가 엄마 젖을 찾는 것이나 우리가 음식을 탐하는 것은 열정이 아니다. 그것은 본능이다. 생존의 DNA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욕에 열정이 생기면 식도락이 된다.


    열정은 이처럼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하게 해주는 좋은 에너지다. 이런 좋은 에너지가 회사에 충만하면 참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열정은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것이다. 열정은 개인 단위로만 존재한다. 열정이 있다, 열정이 강하다, 열정이 샘솟는다는 것 모두 개인 단위의 이야기다.


    그래서 열정은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종류가 다르고, 정도가 다르다. 회사엔 그런 다른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계층을 이루고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사원의 열정보다 대리의 열정이 우위에 있다. 대리보단 과장의, 과장보단 차장의 열정이 더 우월하다. 회사가 주로 수직적인 계층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그런데 이 열정이란 게 비교우위가 있는 걸까?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일까?


    열정은 개인단위의 에너지다. 서로 절대적인 비교를 할 수 없다. 심지어 상대적인 비교조차 불가하다. 그냥 특정인의 특정한 열정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가치를 가진다.


    때문에 회사는 개개인이 열정을 갖고, 표출하기엔 부적절한 환경이다.






    회사라는 독재 시스템에서는 단 하나의 열정만 존재한다. 그 하나의 열정만이 '열정의 실현 가능성'과 '열정 의지'에 대한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그 외 나머지 열정은 발현되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열정은 일방적으로 강요된다. 자발적인 열정은 있을 수 없다. 자발적인 열정이 가능하려면 강요된 열정에 감정이입과 공감을 하는 수밖에 없다.


    강요된 열정을 내 것인 양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한 일인가 싶다.


    이렇다 보니 회사는 구성원 개인, 특히 신입사원의 열정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업무의 부품으로써의 부하를 견뎌주고, 예상하는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길 원한다. 그걸 제대로 해내겠다는 열정만 높게 산다.


    왜냐고? 그대들의 의지는 충만할지 모르나, 당장의 능력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괜히 열정을 높이 사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권한과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바로 신입사원- 회사 내에서 열정을 가지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른바 사고를 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는 그대들의 열정을 말로만 높게 살뿐, 열정을 통제하고 감독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회사에서 그대들의 열정이 불필요하다.






    회사에서 열정을 가지면 안 되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가 또 있다. 회사 내에서 열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이상하게 작동하는지 알아보면 답이 나온다.


    한 임원이 있다 치자. 임원이니 계약직이다. 그래서 고용이 불안한 이 임원의 개인적인 열정은 '자리를 지키는 것'에 있다.


    마음이 순수한 사람은 생각한다. '자리를 지키려면 성과를 내야 하니 일을 열심히 하면 되겠네!'라고 말이다. 그러니 이 임원의 열정과 회사의 목표는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리를 지키겠다는 열정이 꼭 그리 아름답게만 현실 발현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보자.


    이 임원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을 '성과'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성과는 '나의 성과'이지 회사의 성과는 아니다. '내가 잘해서 이룬 것'이라는 것을 티를 내고 증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존의 정당하고 합당한 전략을 폄하하고 그 실행을 폄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고 무리한 업무를 지시한다.


    그리고 진두에 서서 그 일에 드라이브를 걸며 예산을 투여하고, 전사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걸 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1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실무자들은 예산과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불안하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일단은 시키는 데로 한다.


    만약 실무자의 열정이 회사에서 반영이 된다면 이쯤에서 '자리를 지키겠다는 열정'과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싶다는 열정'이 충돌을 해야 한다.


    왜냐면 실무자에게는 그 일의 성과가 자신의 커리어로 작용하기 때문에 잘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유독 일부 경력직들은 뻘짓을 포장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회사의 구조상 뻘짓을 했을 것임이 분명한데도 나중에 들어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일이 없다.


    그 임원은 실무자의 열정 따윈 안중에도 없다. 심지어 실무자의 열정이 회사의 목표에 부합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새로운 전략과 실행을 무슨 수를 쓰든 '있어빌리티'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실무자가 가져야 하는 열정이 된다.


    그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타당한 전략과 실행을 하고 있던 사람들 중 하나는 바보가 된다. 이른바 희생양. 그 사람은 역적이 된다. 나쁜 평가까지 받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억지 전략과 억지 실행이 잘되면 1차적인 공은 임원이 가져간다. 그리고 그걸 꾸역꾸역 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은 다른 조직원들의 눈총과 더불어 좋은 평가라는 이득을 얻는다.


    만약 잘 안된다면? 억지 전략과 억지 실행을 한 사람들은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된다. 기회도 주고, 힘도 실어줬는데 해내지 못한 사람이 된다.


    그러면서 억지 전략은 기존 전략으로 살포시 되돌아간다. 그럼으로써 최악의 상황은 면한다. 당연히 얻을 수 있는 결과를 힘들게 얻게 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숨기고 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임원은 억지 전략에 실패한 사람들을 경질하고, 조직을 쇄신한다며 조직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그렇게 뭔가 회사의 조직에 큰 문제가 있던 것을 바로 잡은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이 그 임원이 가진 열정의 결과가 된다.


    만약 그 임원과 일하는 부장의 열정이 다른 곳에 있다면 어떻게 될까? 둘은 같이 일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임원은 오너나 대표에게 부장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할 것이다. 고인물이고 적폐며 악의 축을 발견했노라고 말할 것이다. 부장은 한직으로 물러나거나, 회사를 관두게 될 것이다.


    만약 그 부장이 팀원들의 괜찮은 멘토였다면? 팀워크는 붕괴하고 팀만 남게 된다.


    이렇게 회사 내에서 영향력을 가진 유일의 열정은 나비 효과가 되어, 다양한 곳곳에 아주 복잡하게 작동한다.


    예를 든 것이 임원이 아니라 사장이나 사업부장이나 팀장이어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 다양한 '상하위' 열정들과 부딪히며 복잡하고 부정적인 상호 작용을 할 것이다.


     그 와중에 신입사원인 그대들이 열정을 가지면 어찌 될까? 아웃 오브 안중이다.






    회사는 각종 열정이 넘쳐난다. 허용되지 않은 열정들이 물밑에서 부글부글 하는 곳이 회사다.


    그렇다면 영혼 없는 시계 불알 역할을 해야 한단 말인가? 그건 아니다.


    회사가 구성원에게 원하는 열정은 명확하다. 회사 발전에 대한 기여를 하고자 하는 모든 것에 열정을 갖길 원한다.


    성실근로뿐 아니라 항상 120%의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 구성원들끼리 잘 지내길 바라고, 더 나아가 끌어주고 밀어주길 바란다.


    실패 좌절하지 않고, 성공에 자만하지 않길 바라며, 항상 새롭고, 언제나 창의적이길 바란다.


    매출도 늘리고, 이익도 내길 바라고, 성장률까지 좋길 바란다.


    그게 월급이 가지는 가치다. 통장을 핥고 지나가는 '꼴랑 월급'은 의외로 엄청난 요구에 대한 대가이다.


    하지만 이런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열정을 현실에서 찾는 건 고역에 가깝다. 윗 기수 선배들의 설익은 경험담과 편견 가득한 조언과 팀에서 멘붕의 시간을 몇 개월 겪고 나면 출근하면서 영혼은 물론 열정도 집에 놔두고 오게 된다.






    현실에 존재하는 가상의 선배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본인의 열정을 집에 놓고 올 망정 식히진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열정이 식은 사람은 무관심과 비난으로 점철된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그건 매우 억울한 일이다.


    회사는 열정이 사라진 개인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는다. 오히려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이용된다.


    회사는 우리 삶에서 그리 가벼운 위치에 있지 않는다.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뿐 만이 아니다. 회사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하게 되며 그 가운데 기쁨과 고통의 인생 과정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열정 자체가 식은 채 회사에서 생활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매출을 달성하고,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고, 자신의 일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것은 열정이 아니어도 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은 이성적인 판단으로도 가능하며, 전략적인 접근으로도 가능하다. 회사의 미션과 벨류가 명확해도 가능하며, 메뉴얼만 잘 되어 있어도 가능하고, 전사가 공유하는 대시보드만 있어도 가능하다.


    거기에 굳이 열정까지 덧붙이는 것은 과한 욕심이고, 설탕에 꿀을 붓는 짓이다.


    그것보단 그 인간 자체가 개인이 가진 어떠한 열정에 의해서 불타고 있는 상태가 좋다. 그런 상태로 회사에 와주면 되는 것이다. 굳이 회사일에 열정을 갖지 않아도 말이다.






    나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일을 해본 적이 있다. 그들의 개별적 열정을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들의 열정에 나의 관심이 쉽게 가진 않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들은 매우 열정적인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 열정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자극해서 계속해서 뜨겁게 해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업무와 상관없어도 괜찮았다.


    열정 달아 오른 사람들은 합리적인 수용이 가능했고, 기꺼이 자신의 열정 에너지의 일부를 나와 함께 하는 일에 써주었다.


    그 기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짜릿하고 행복한 기간이었고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다.






    그래서 나는 아침 차가운 사무실의 기운이 싫다. 열기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자하면 저항하고, 반대하고 마침내 무관심해진다. 그리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조직력과 팀워크를 논하기 앞서 이건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방법이 아니다.


    회사가 무엇을 해야 하고, 관리자가 무엇을 해야 하고, 팀워크를 어떻게 해야 하고에 앞서 스스로가 열정을 식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그런 상태라고 하면 조직은 그 개인의 열정에 다시 불이 붙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 탄 숯처럼 골라 버릴 것이 아니라 말이다.


    회사는 새 숯을 넣는 것으로 유지하려고 하면 안 된다. 수시로 위치를 바꿔주고, 공기구멍을 조절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은 외부에서 불이 붙은 새 숯을 가져와 다 식을 때까지 두었다가 다시 버리는 일을 반복한다.


    사무실의 차가움은 어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열정적인 상태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의욕을 앞세운 업무에 대한 열정 불태우기는 쓸데없는 짓이다. 잘못하면 오버스런 '할리우드 액션'으로 순수한 열정을 매도당할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냉철한 판단과 사고로 학습하고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기가 신입사원 때이다. 열정의 온도를 잘 조절하면서 장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열정은 비교 불가한 유일한 가치 에너지이지만 전염도 된다. 내가 밑불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가 밑불이 되어줄 수도 있다.


    인생은 이렇게 사는 것인가 보다. 누군가에게 물려 물려주면서 말이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대의 열정은 안녕하신가? 그대들이 계속해서 뜨겁길 기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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