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ama Jul 05. 2019

[직장인 과외] 뭐라구요? 잘 모르겠는데요?

회사에서 하면 안 되는 일(2) - 예! 알겠습니다!


    회사는 일을 하려고 모인 사람들의 집합이다. 그런데 그런 회사 내에서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이 있다.


    심지어는 많다. 물론 이걸 드러내 놓고 언급하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알아채기 힘들다.


    신입이 아닌 사람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이 시나브로 직책과 권한을 갖게 되면 아주 '지독한 꼰대'가 된다. 무지의 순수함을 어찌 이기리요. 탓을 해도 알아먹질 못하니.


    나는 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상상외로 많은... 


    많은 노력의 결과를 생면부지의 후배들과 나눠 볼까 한다. 아껴봤자 똥 밖에 더 되겠나!


    '하면 안 되는 일' 시리즈의 두 번째로 '예~ 알겠습니다'에 대해서 공감을 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하면 안 되는 일 두 번째 - 예! 알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아픈 경험을 가진 지구 상 유일의 분단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대는 주권을 수호하는 중요한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군대가 준 이익도 크지만 반대로 군대 때문에 잃는 것도 크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잘못된 재사회화'다.


    군대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입소하는 날 위병소를 통과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달라진다. 우리가 알고 있던 수많은 사회화의 결과물들이 전부 부인된다.


    그리고 짧고 굵게, 강압적이고 고통스럽게 새로운 사회화가 시작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들려오는 대학 내 '똥 군기 사건'을 보면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대다수는 군대 경험이 없는 여대나 고등학교에서도 '똥 군기'가 문제가 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밀레니엄 세대들이 어울리지 않게 '베이비 붐 세대'의 흉내라니. 뉴트로인가?


    그나마 회사는 그런 '똥 군기' 문화가 많이 희석되었다. 대표적인 똥 군기 문화인 '까라면 까!', '안되면 되게 해!' 같은 것들은 사라졌다.


    사라진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문화가 회사의 이익에 해가 되기 때문이다.


    '까라면 까'나 '안되면 되게 해' 같은 것들은 비효율적인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자살 폭탄과 같다.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시전 하기 힘든 스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잔재가 있다. 바로 '예~ 알겠습니다'이다.


    복명복창에서 복명이 빠진 '예~ 알겠습니다'는 단순히 보면 예의 바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는 그리 간단하고 단순하지 않다.


    




    '예~ 알겠습니다' 정말 알았을 때 해야 하는 말이다. 그냥 관용어처럼 말끝마다 붙이면 안 된다.


    지시 내용이 이해가 안 되는데 '예~ 알겠습니다'라고 해버리면 이제 책임은 그대에게 넘어온 것이다. 공을 토스받은 셈이다.


    재밌는 건 능력이 있는 상사는 그걸 알아챈다. 제대로 이해를 했는지, 그냥 한 소린지를 알 수 있다.


    그대에게 호감이 있다면 '정말?'하고 정정의 기회를 줄 것이고, 호감이 없거나 악감정이 있다면 그냥 놔둘 것이다. 그냥 놔두면 문제가 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획을 함께 토론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디어나 기획을 공고하게 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서로 '반론'을 해보는 것이다.


    한참 난상토론을 하다 보면 고개는 끄덕거리지만 눈빛이 흔들리는 후배들을 볼 수가 있다. 정해진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없는 답을 만드는 과정인데도 그들은 답을 잃은 사람처럼 불안해한다.


    열심히 따라오다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일말의 '끄내끼'를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은 기특함을 넘어 사랑스럽다. 첨부터 정신줄 놓고 멍 때리는 것과는 명확한 차이가 있으니 쓸데없이 위장할 생각은 하지 말자.


    그리곤 어느 순간부터 흐름을 놓치고 입으로만 '예~ 알겠습니다'를 연발한다. 이때 좋은 선배는 '정리'란걸 해준다. 맞다. 내가 정리를 해줬다. 내가 좋은 선배라는 '지자랑'이다.

    

        




    그대들이 직장에서 좋은 선배를 만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므로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게 좋겠지?


    그렇다. '예~ 알겠습니다'는 정말 알았을 때만 해야 한다. 모르겠거나 의심이 든다면 절대로 '예~ 알겠습니다'로 끝내면 안 된다.


    이 포인트에서 많은 사람들이 쓸데없는 고민을 한다. '면전에서 다시 묻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와 같은 것을 고민한다.


    혹자들은 '일단 그냥 알았다고 하고 나중에 다시 묻는 게 좋다'라고 하기도 한다. 회사란 곳이 워낙 또라이가 많은 곳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회사가 무슨 서당도 아니고, 예의는 사회인으로서 지켜야 할 것만 지키면 된다. 저 정도 예의는 오너나 사장한테만 하면 된다. 그분들은 기준 자체가 높으니까 조금 오버를 할 필요가 있다.






    그대들에게 지시를 하는 선배나 팀장에겐 바로바로 피드백을 해주는 게 좋다. 경청했다는 티를 낼 수도 있고, 시간을 아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피드백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잘 들어야 한다. 무슨 말인지 들으면서 이해를 해야 한다. 들으면서 이해가 되는 부분과 안 되는 부분을 구별해야 한다.


    그래서 이해를 한 부분은 확인을 받고, 이해가 안 된 부분은 그대가 이해한 만큼 설명을 해야 한다. 그럼 추가적인 지시를 받을 수 있다.


    듣기가 잘 안되면 이해를 할 수 없다. 들으면서 바로바로 실시간으로 이해를 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지시의 방향성에 대해서 명확하게 파악을 하고 확인을 받아야 한다. 지시의 방향이 좌회전인지, 우회전인지, 비상 깜빡이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확인하는 방법은 '~는 무엇입니까?'라고 직접적으로 질문을 할 수도 있고, '저는 ~ 생각을 했는데 이겁니까?'라고 그대의 생각을 보여주고 물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뜻밖에 방향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럴 땐 방향성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요청을 하면 된다.





    무언가를 결정하는 일은 외롭고 힘들다. 신입사원인 그대에게 회식 장소를 결정하라고만 해도 얼마나 괴로운가?


    '뭐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응~ 난 다 좋아~ 너 알아서 해!'라고 하면 정말 죽이고 싶지 않나? 알레르기 있는 음식 잔뜩 먹이고 싶은 기분일 것이다.


    여러분의 선배나 팀장도 같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그대들은 '난 다 좋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선배나 팀장에게 엿을 먹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무조건 '예~ 알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예~ 알겠습니다'는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도 그닥 좋지 않다. '예~ 알겠습니다'는 수동적이고, 생각이 깊지 않고, 짐스러운 이미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정상적인 회사, 정상적인 팀일 경우에 한해서다.


    물론 '오늘 야근 각!'이라는 말에 '예~ 알겠습니다'라고 첫 빠따로 말할 수 있으면 로열티 1점을 획득할 순 있을 것이다. 이런 게 먹히는 회사라면 잘 고려해서 사용해 보던가...


    




    좋은 말도 남발하면 진심을 느낄 수 없게 된다. 특히 듣는 사람의 입장이 항상 달라진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신입의 좋은 점은 약간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잘 몰라서 그랬습니다.'가 통한다는 말이다.


    당구 다이도 몇 번 쳐봐야 '시내루'가 얼마나 먹는지 파악을 할 수 있고, 볼링도 몇 번 굴려봐야 레인의 특성을 알 수 있다. 화장품도 몇 번 써봐야 발림성이나 유분감이 어떤지 알 수 있다.


    연습이 가능한 시절을 잘 보내길 바란다. 그 시절은 봄가을 같아서 금방 끝난다. 곧 폭염과 혹한이 온단 말이다.


    이런 기본이 없는 선배들은 얼마나 덥고 춥겠는가? 여전히 회의 시간에 멍 때리고 나와서 '뭐래는 거야?'라는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이다.


    그대들은 그러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뭐가 좋냐고? 회사를 떠나보면 뭐가 좋은지 알게 될 정도로 쓰임새가 많다.


    자! 그러니 잘 듣고, 잘 생각하고, 잘 말해 보길 바란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



* 공감, 댓글, 공유, 질문 등은 항상 감사합니다.

* 추가로 궁금한 사항은 댓글에 남겨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 과외]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니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