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프로젝트] 일단 기어 올라가 보자!

40대 초보가 배우는 '스포츠 클라이밍' - 첫날

by Maama


클라이밍, 그중에서 스포츠 클라이밍이라고 부르는 것이 여러 개가 있다. 내가 배우는 것은 그 가운데 '리드 클라이밍'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실제 암벽이나 실외 인공 암벽에서 많이 하는 것이 '리드 클라이밍'이다.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면 '아! 리드 클라이밍이구나!'라고 구별할 수 있다.


15미터 인공 암벽


원래 클라이밍을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봤던 것처럼 바위 산을 오르는 운동을 말한다. 완만한 기울기부터, 수직벽 구간, 오버 행잉(직각보다 더 기울어진) 구간, 틈이 벌어진 구간 등등 다양한 형상의 바위를 오른다.


이렇게 험한 바위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무나 오를 수 없고, 아무나 시도할 수 없는 것이 클라이밍이었다.


그걸 스포츠화 한 것이 '스포츠 클라이밍'이다. 그래서 스포츠 클라이밍 안에는 실제 암벽을 오르는데 필요한 루트 돌파력, 난이도를 이겨내는 기술, 스피드와 근지구력 등을 다툰다.


그중 리드 클라이밍은 15m 정도의 암벽의 루트를 빠르게 읽고, 강한 근지구력, 균형력, 등반기술, 스피드를 이용해 등반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선수들 말이다.




첫날엔 간략한 장비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장비의 핵심에 대해서 짚어주겠다.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장비는 '암벽화(클라이밍 슈즈)'다. 가장 첫 번째로 장만하게 되는 장비다. 암장에 가면 대여 신발이 있지만 곧 구입하게 될 것이다.


바닥이 굽어 있을 수록 전문가용


클라이밍 자체가 워낙 전문적이어서 신발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발에 딱 맞게 신어야 한다거나 오히려 5mm 정도 작게 신어야 한다거나.


체험 결과는 이렇다. 발가락이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의 사이즈를 신으면 된다. 안 그러면 발이 너무 아프다.


태권도 가랑이 찢는 심정으로 클라이밍에 매진하겠다면 말리진 않겠다. 하지만 초보들을 많이 강습해 보신, 곧 60대이신 강사님 역시 처음엔 편한 신발을 신는 걸 추천했다.


브랜드병 있으신 분들은 신나실 것이다. 마음껏 지르실 수 있다. 가격도 만만찮다.


그리고 암벽화는 일반 신발보다 교체 주기가 더 짧다. 아무래도 거칠고 험한 환경에서 착용하는 것이어서 그럴 것이다. 주머니 사정에 맞게 신나게 질러 주시면 된다. 단, 모셔 놓으면 참 아름답지 못한 똥이 될 것이다.


사실 처음엔 암벽화 말고는 당장에 준비할 것이 별로 없다. 대부분은 암장에서 빌릴 수 있고, 빌려도 된다.




굳이 뭔가 허전하면 초크백과 초크볼 정도는 구매해도 좋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중간에 여유 넘치게 초크를 바를 틈이 없다. 체력이 소진되기 전에 올라가야 하는 초보니까.


저 안에 초크 가루가 들어 있음


뭐 그래도 크지 않은 가격으로 만족을 할 수 있는 아이템으론 초크백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하네스(Harness)라는 장비도 있다. 하네스는 체결과 이탈을 쉽게 하기 위한 장비다. 하네스에는 가장 중요한 생명줄(로프)이 체결된다. 그리고 등반에 필요한 퀵드로우나 캠, 너트, 초크백 등을 걸어 사용한다.


이것이 하네스


역시 초보 시절엔 당장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자신의 하네스를 사용한다고 뭐라는 사람은 없다. 정말 클라이밍을 잘해보겠노라고 다짐을 했다면 신나게 구입하면 된다.



퀵드로우라고 비너를 두 개 연결해 놓은 장비가 있다. 현장에서는 '퀵드로', '퀵도로'라고 부른다. 이 비너는 캠핑에서 쓰는 비너와는 다르다. 캠핑에서 주로 쓰는 비너와 크기가 달라서 섞일 일은 없겠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좌) 비너 두개를 연결해 놓은 장비가 퀵 드로우 (우) 캠핑용과 똑같이 생긴 데이지 체인


같은 아웃도어 장르라서 캠핑이랑 같은 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용어는 같지만 쓰임이 다르니 조심해야 한다.


캠핑에서 쓰는 '데이지 체인'은 컵 같은 걸 걸지만, 클라이밍에서 쓰는 '데이지 체인'은 사람을 건다. 캠핑용 데이지 체인을 클라이밍에 쓰는 사람은 없겠지?



로프도 매우 중요한 장비다. 하지만 초보 시절에 바로 구매할 필요는 없다.


온갖 기술의 총아


로프의 세계도 무궁무진하다. 온갖 과학기술이 접목된 기술의 총아다. 영화에서처럼 줄이 끊어져 문제가 발생할 일은 이젠 그리 커 보이지 않을 정도다.


만만찮은 가격의 소모품이다. 생명줄이니 사용과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초보니까 일단 패스.



로프와 함께 사용하는 확보기(belay device)가 있다. 확보는 줄을 잡아 고정하는 것을 말한다. 즉, 다른 사람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서 선등자와 연결된 줄을 잡아 고정시키는 것을 뜻한다. 잡아주는 사람은 '확보자(belayer)라고 부른다.


다양한 종류가 있는 확보기


그때 사용하는 것이 '확보기'라는 작은 장비다. 확보자(belayer)의 힘만으로 사람의 체중을 견디는 건 어렵다. 그래서 손이 아닌 장비를 이용해 줄을 잡는 기구다.


역시 초보 시절엔 필요가 없고, 확보(belay)를 볼 수 있을 때 질러주는 기쁨을 누리면 될 듯하다. 자동 확보기는 비싸기까지 하니 장비 지름에 제격이다.



확보를 볼 때 사용하는 확보용 가죽 장갑도 있다. 로프와의 마찰에서 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좌) 확보용 장갑 (우) 클라이밍 테이프


등반용 장갑도 따로 있으나 첨엔 소개도 안 해주셨다. 대신 클라이밍용 테이프를 알려주셨다. 손마디에 감아서 상처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쇠질 안 해본 사람이라면 손이 까질 수 있으니 알고 있으면 좋을 듯하다.


디테일한 장비는 많이 있겠으나 일단은 여기까지가 첫날 장비 소개의 전부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2회 등반을 하겠다며 나가서 장비를 착용하라고 한다. 직접 실습을 하면서 가르쳐 주시겠단다.





첫날 배운 것의 핵심은 딱 두 가지다.

1. 클라이밍은 안전하다!
2. JUST DO IT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놀라운 핵심이라 생각한다. 이유는 이렇다.


클라이밍은 안전하다. 물론 안전 수칙을 다 지켰을 때의 이야기다. 그런데 등반자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도 안전하다.


이유는 클라이밍은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가 '페어'다. 등반자가 있으면 확보자가 존재한다. 확보자는 최악의 사태를 막아준다.


확보자는 추락 방지도 해주지만 등반에 도움도 준다. 등반자가 힘들 때는 줄을 당겨서 끌어도 주고, 쉬게도 도와준다.


확보자와의 신뢰는 등반의 두려움을 없애고, 안전하게 오르는 것에 집중하게 해 준다. 그래서 클라이밍 모임에서는 좋은 선등자보다 좋은 확보자가 인기가 많다고 한다.


선등자(등반자)와 확보자


서로서로 '로프 파티(rope party)'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 줄 수 있다면 클라이밍은 매우 안전하다. 물론 꼼꼼한 장비 점검과 기본 원칙 준수 그리고 절대로 무리하지 않는다는 조건은 필수다.


해양 스포츠 쪽에서는 스쿠버 다이빙을 매우 안전한 스포츠라고 한다. 물론 사실보다 안전성이 많이 부풀려져 있긴 하다. 바닷속은 산만큼, 어쩌면 산보다 더 많은 위험 변수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쿠버 다이빙에서의 사고는 개인적 체력 상태나 부력조절 문제, 급상승, 감압의 누락, 일반적인 스킬 부족, 귀의 압력 평행 문제, 공기잔압 확인 실패와 그로 인한 공기 고갈, 장비 고장, 수온, 조류 등의 환경 급변에 따른 긴급 상황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해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하다고 하는 이유는 '페어 다이빙'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걸 어기는 순간 위험 확률은 부지기수로 올라간다. 실제 레크리에이션 다이빙 중 발생하는 사고의 대부분은 들뜬 기분에 '페어 다이빙'이라는 기본을 지키지 않았을 때 일어난다.


다행스러운 건 클라이밍은 초보자의 경우 아예 혼자서는 올라가지도 못한다. '로프팀', '로프 파티'가 아니면 아예 시작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는다는 고수들은 몇백 미터의 암벽을, 안전 장비 없이, 몇 시간씩, 맨손으로 오르는 '프리 솔로 클라이밍'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그분들의 세계니까.






여하튼 초보자의 리드 클라이밍은 안전 그 자체다. 암벽에 오르기 전에 확보자는 선등자의 하네스의 체결 상태를 점검해 준다. 로프가 제대로 체결되었는지 확인해 준다.


선등자는 확보자에게 준비가 완료됐음을 알린다. '출발 준비 완료!'라고 외치면 확보자는 '출발!'이라고 커뮤니케이션한다. 눈으로 보고, 귀도 듣는 소통이 가능하다.


확보자는 선등자의 오름세에 맞춰서 줄을 적당하게 풀어준다. 오버 행잉 구간이 나오면 당겨주기도 한다.


그렇게 선등자가 '탑 로프(로프를 정상에 걸어 놓는 것)'까지 가면 선등자는 '완료!'를 외치고, 확보자가 '하강!'이라고 하면 선등자는 확보자를 신뢰하는 맘으로 손과 발을 떼면 된다.


중간에 떨어지면? 등반자의 하네스에는 정상의 고리에 걸려 있는 줄(탑 로프)이 매여 있고, 그 줄은 확보자가 잡고 있다. 그래서 떨어져도 추락은 없다.


확보자의 하네스에는 '확보기'가 달려 있어서 매우 간단한 동작으로 로프의 풀림을 막을 수 있다. 물론 확보자가 선등자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다른 얘기겠지만.





첫날 가벼운 장비 소개가 끝난 후 산악연맹의 회장님께서는 '오늘은 2회 등반'이라고 하셨다. 구구절절한 이론 교육을 예상했었는데 갑자기 바로 실습이라니!


처음 본 장비들을 착용하란다. 어떻게 착용하는 건지도 가르쳐주지 않으셨다. 그냥 보여만 주셨다.


이유는 간단했다. 백날 설명해 봐야 직접 해보는 게 낫기 때문이다.


발에 꽉 끼는 등반화도 신어보고, 번지점프나 짚 와이어 탈 때 안전요원들이 채워줬던 하네스도 직접 착용해 보고 해야 금방 깨닫기 때문이다.


신발은 신어보니 사이즈가 의미가 없었다. 신어보고 발이 견딜 수 있는지를 직접 체험해 봐야 한다. 그러니 암벽화를 살 때도 기왕이면 신어보고 사시라. 온라인 주문하실 거면 몇 개 사이즈 주문해서 나머지는 반품하시는 쪽으로 하길 권해 드린다.


하네스도 얄딱꾸리 하게 생겨서 신는 건지, 입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줄이 꼬이지 않게 착용을 해야 한다.


허리 벨트는 골반 위쪽으로 와야 하고 몸에 딱 맞게 착용해야 한다. 하네스도 사이즈가 있으니까 추후에 구매 시엔 착용을 해보길 바란다. 첫날 대여용 하네스를 착용했는데 한 치수 작은 사이즈였는지 착용 후 핏이 좀 우습긴 했다.


'직접 해봐야 빠르게 체감을 할 수 있다.' 나에게는 딱 맞는, 아주 필요한 교육법이었다.


실제로 15m짜리 인공 암벽을 오르는데 그 어떠한 사전 테크닉을 알려주지 않았다. 일단 올라보라는 것이었다.


단, 하나 떨어져 죽을 일은 없으니까 안심하고 오르라는 얘기는 해주셨다. 그 외는 아무런 지식 없이 다들 올랐다.


살아 있는 실제 교육은 현장에서 이뤄졌다. 하강 후 확보자의 조언이 있었다. 그런 것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각자 2회의 등반을 마치고 산악연맹 회장님은 '올라 보니까 뭐가 부족한지 알 수 있지 않느냐'라고 하셨다. 사실 그랬다. 올라 보니 알 수 있었다.


왜 손아귀가 아픈지, 팔은 왜 아픈지, 어떤 근력이 더 필요한지, 신발은 왜 저렇게 생겼는지, 하네스는 어떻게 착용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안전이 담보되어 있어서 체험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아주 좋은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 얘기를 좀 들어보고 훗날을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웬걸 바로 신발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고로 손아귀와 전완근이 아픈 이유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힘을 너무 썼기 때문이다. 안전하다고 말은 했지만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홀드'를 너무 꽉 쥐고, 팔에 힘을 주고 몸을 끌어당겼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클라이밍은 다리로 밀어 올려야 한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기본이 그렇다는 것이지 땅에서 발이 떨어지는 순간부터는 온몸의 근육들을 다 이용할 수밖에 없다.


다리로 밀어 올리려고 해도 코어의 힘이 필요하고, 지탱해 주는 손아귀나 전완근의 힘도 필요하고, 당길 수 있는 이두근이나 등 근육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떨어지지 않고 탑 로프까지 오르기 위해 순간적으로 전력을 다하게 되기 때문에 정말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아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일단 체중을 줄이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이 됐다. 어차피 중력이랑 싸우는 운동이다 보니 가벼우면 수월하다.


레크리에이션 클라이밍이 목적이면 모든 운동을 골고루 해주고, 클라이밍 자체를 운동 삼는 것도 좋다. 단, 여건 상 클라이밍은 자주 할 수 없으니까 모든 종류의 근력 운동을 평소에 해주면 좋을 듯하다.


신발은 편한 걸 신는 게 맞다. 초보 때는 홀드가 많고, 밟기가 좋게 되어 있다. 그러니 전체적인 근력이 향상되고, 장비가 익숙해질 때까지는 일단은 편한 신발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하네스도 몸에 맞게 제대로 착용을 해야 한다. 이게 풀려 버리면 그냥 그 바위가 무덤이 된다. 그래서 골반뼈 위로 착용을 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끈도 절대 풀리지 않도록 정리를 잘해야 한다.




클라이밍의 또 다른 매력은 힘 세고 젊은 사람이 꼭 잘하는 운동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기 무게에 해당하는 중력을 이겨내는 일이다 보니 작아도, 나이가 들어도 할 수가 있다.


실제로 첫날 완등을 못한 사람은 40대 남자였다! (난 아님 ㅡㅡ+)


이 운동 잘 배워놓으면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선등을 못하면 확보라도 보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이런 기쁨을 나눠주는 것도 가능할 듯 싶었다.






이렇게 첫날의 수업이 끝났다. 폭풍 같이 휘몰아친 시간이었다.


하네스에 줄을 걸 때의 긴장, 첫발을 암벽 홀드에 뗄 때의 두근거림, 금세 마주친 체력의 한계, 떨어지면 창피해서 어쩔까 싶은 두려움이 짧은 영화처럼 지나갔다.


겨우 2회 등반을 했을 뿐인데 밀려오는 뿌듯함이라니 이런 맛에 몸을 움직이는 것이지!


다음에는 연속 2회 등반을 2회 한다고 하셨다. 엄청 스피디하다.


'아~ 도대체 무슨 꿍꿍이시지? 체력의 한계를 빨리 느껴서 연습을 해오라는 것일까?'


산악연맹의 회장님께서는 12주가 짧다 하셨다. 할게 많기 때문에 진도를 빨리 빼야 한다고 하셨다. 뭔가 더 신이 나신 것 같은 기분은 착각인가?


어쨌든 이렇게 첫날의 폭풍 같은 강습은 끝이 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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