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보가 배우는 '스포츠 클라이밍' - 7번째
우리는 '안다는 것'과 '할 수 있는 것'과의 차이를 경험적으로 안다. 읽고 보고 듣고 이해하고 지식으로 받아들인 것과 '할 줄 아는 것'은 실제론 천지차이가 난다.
멍청한 사람이 무언가를 꾸준히 하며 버티는 것과 똑똑한 사람이 옆에서 아는 척만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처음엔 오히려 아는 척만 하는 사람이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멍청한 사람은 아는 것을 넘어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똑똑한 사람은 여전히 그냥 아는 척만 하는 사람으로 남는다.
지식에 걸맞은 경험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경험은 지식의 오만함과 편협함을 알게 해 준다. 그래서 이해가 안 되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할 수 없었던 것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아는 것을 확인하는 체험의 과정은 인간으로서 성숙해지는 과정이다. 물론 이게 마냥 행복한 과정은 아니다. 핵심을 알아 갈수록 고뇌는 깊어지고, 스스로의 한계는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봐야 할 때가 있다. 아는 척만으론 금방 밑천이 바닥이 난다. 혹시 지금 그 해봄의 시간 중에 있다면 어쨌건 하길 바란다.
이제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기본적인 장비 운용법과 안전 수칙들을 모두 배웠다.
암벽을 오르고 내리는 순서와 그 순서에 맞는 준비와 대처에 대해서 배웠다. 기본적인 교육으로는 거의 전부가 아닌가 싶다.
이제는 장비를 착용하고,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알고 경험도 했다. 이제부터는 잘 오르기만 하면 된다.
클라이밍은 이론과 실제를 매칭 시키기 어려운 운동 중에 하나다. 내 몸을 지면으로부터 띄운다는 불안감과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몸이 행하는 온갖 긴장이 아주 간단한 클라이밍의 이론을 실천하기 어렵게 만든다.
클라이밍의 핵심은 '균형'과 '조화'다. 불균형한 암벽에서 몸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암벽에서의 불안한 마음과 걱정은 강한 체력으로, 점점 빠지는 힘은 강인한 정신력으로 조화롭게 극복해야 한다.
불균형한 지형을 내 몸의 균형을 이용해 오르는 것이 재미고 쾌감이다. 힘들어 죽을 것 같고,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과 공포가 해소되었을 때 역시 짜릿하고 즐겁다.
그렇기 때문에 이젠 잘 오를 필요가 있다. '잘'은 다른 말로 '멋지게'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스포츠는 반복적으로 행해지면서 가장 최적의 폼을 갖게 된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되고 효율적인 폼이 있다. 그 폼은 아름답다.
물론 그 폼이 '모두의 스탠더드'가 되진 않는다. 우린 모두 생긴 게 다르듯 몸도, 몸의 능력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몸에 맞는 커스터마이징의 시작점은 최적화된 그 폼이어야 한다. 그래야 수월하게 내 몸에 적용할 수 있다.
이제껏 느꼈던 내 폼의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가장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영상을 촬영해서 보면 된다.
난 키가 180이 넘고, 몸에 근육이 많은 편이다. 큰 덩치 때문에 몇몇 스포츠의 동작들은 아름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내 몸에 잘못 밴 평소의 자세나 습관이 문제였다. 특정 부위의 근력이나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도 멋진 자세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제껏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은 팔을 너무 많이 쓴다는 것이다. 그러니 12m 정도를 오르면 팔에 힘이 빠지는 것이다. 물론 무거운 것도 문제다.
또 하나는 너무 뻣뻣한 자세로 홀드를 좁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좀 있긴 하다. 바로 옆라인에서 교육자들과 함께 오르다 보니 발을 넓게 짚기가 어려웠다. 핑계다.
그래서 영상을 찍어서 보면 커다란 남자 사람이 종종거리면서 팔로 기어 올라가는 모습이 잡힌다. 아~ 아름답지 않다.
나도 거미처럼 성큼성큼 멋지게 오르고 싶단 말이다!!!
이제부터는 계속해서 리드 클라이밍을 한다. 퀵 드로우를 걸고 올라 간 후 바로 다시 퀵 드로우를 딴다.
처음에는 리드 클라이밍을 하고, 두 번째는 탑로프 클라이밍을 한다.
빌레이(확보)를 볼 때도 처음에는 리드 빌레이를 보고, 두 번째는 탑로프 빌레이를 본다.
처음 몇 미터는 그런대로 괜찮은 거 같다. 그런데 퀵 드로우를 몇 번 걸고 나면 팔이 힘이 급격히 빠진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팔을 살짝이라고 굽히게 되면 근육을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아마도 퀵 드로우를 걸고, 따는 과정에서 팔에 힘을 쓰는 게 아닌가 싶다.
효율적인 등반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팔을 절대로 굽히면 안 된다. 팔을 굽혀야 하는 경우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다음은 균형이다. 이론적으로는 '삼지점'을 말한다. 손과 다리가 만드는 삼각형을 이르는 말이다.
삼각형의 무게중심이 있는 위치에 몸의 중심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효율적으로 암벽에 붙어 있는 상태가 된다.
손과 발이 만드는 삼각형의 무게중심에 몸 중심이 있으려면 개구리처럼 살짝 주저앉는 자세가 된다. 뒤에서 보면 다리가 M자인 상태로 암벽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다.
근데 이 삼각형과 무게중심을 만드는 순서가 헷갈린다. 마치 평형의 발차기와 스트로크의 순서가 헷갈리듯 말이다.
스스로 파악한 순서는 이렇다. 1. 삼지점 자세에서 2. 먼저 일어선 후에 3. 홀드를 잡고, 잡은 손에 맞추어 4. 다시 다리로 삼지점을 만드는 것이다.
말로 하면 간단한 듯싶지만 이상하게 암벽에 붙으면 손 올라가면서 다리도 함께 올라가고, 하체로 밀어 올리는 건지, 팔로 당기는 건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렇게 된 핑계를 굳이 찾자면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의 말이 조금씩 다르다. 물론 그 말들을 전부 풀어놓으면 결국 핵심은 같을 테지만 일단 듣기엔 다름이 있다.
성큼성큼 올라가면 그래서 힘든 거라 하고, 종종 올라가면 그래서 힘든 거라 하신다. 물론 중간이 없는 나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걸 안다.
보면 각자의 스타일이 있으신 것 같다. 각자 배우고 경험했던 방식이 조금씩 다른 것이 보인다.
어떤 분은 사다리를 오르 듯이 하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삼지점 이동을 말하시는 분도 있다. 어떤 분은 똑바로 오르라고 하시고, 어떤 분은 좌우를 넓게 쓰라고 하시는 분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며 효율적이고 아름답게 오르는 것 아니겠는가! 기본기를 철저하게 해 놔야 나중에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
스포츠 클라이밍(=짐 클라이밍 =인도어 클라이밍)은 결국 '삼지점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기본자세를 만들면서 올라가는 것이다.
물론 실제 암벽이나 난도가 높은 암장은 기본자세를 기반한 응용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본자세에 대한 이해와 반복적인 경험이 없다면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실제 암벽도 아니고 난도가 높은 것도 아닌데 기본자세를 이어가질 못하니 경험을 더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깊어진다.
고민은 한다고 해결책이 전부 체화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고민들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는 데는 꼭 필요하다. 물론 고민과 더불어 경험을 이어가는 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만.
이제 알게 모르게 팔도, 손아귀도 힘에 세지고 있다. 이제 3회 정도 오르기가 가능해졌다. 몇 번 더 지속한다면 5~6회도 가능할 날이 올 것이다.
몸을 지탱하는 게 편해지면 자세도 더 잘 나오게 될 것이다. 멋지게 오를 수 있게 되는 그 날을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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