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보가 배우는 '스포츠 클라이밍' - 6번째
클라이밍은 재밌다. 보는 입장에서는 '왜 저런 고역을 자청해서 할까'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실제로 해보면 재밌다.
재밌는 포인트는 여러 가지겠지만 나에게 와 닿았던 점은 애매모호한 밀당에 있었다. 할 수도 있을 듯하기도 하고, 없을 거 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좌절과 승부욕의 줄다리기가 뻘처럼 가라앉은 내 영육의 도전욕을 끌어당겼다.
거기에 헷징이 가능한 리스크도 한몫을 했다. 사고는 주로 기본을 무시했을 때 생긴다. 그런데 나는 기본의 힘을 믿는 사람이라서 기본기로 헷징이 되는 리스크는 언제나 짜릿하게 느껴진다.
줄을 매고 높은 곳을 오르는 단순한 움직임이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안전과 파트너십에 대한 철학 역시 맘에 든다. 원칙이 충동적이지 않음도 좋고, 파트너에 대한 믿음과 신뢰도 좋다.
부족한 기술 때문에 힘이 모두 소진된 후의 몸이 느끼는 긴장과 이완도 기분 좋다. 죽기 살기로, 손에서 땀이 날 정도로 매달려 보는 리얼한 상황을 어디서 맛볼 수 있겠는가?
리딩을 해서 올라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빌레이(확보) 해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빌레이면 다 똑같은 거 아닌가 싶지만 조금 다르다.
탑로프 클라이밍과 리드 클라이밍은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탑로프는 탑 앵커에 줄을 걸어 안전을 확보하지만, 리드 클라이밍은 등반자가 방금 전에 클리핑 한 퀵드로우에 등반자가 직접 줄을 걸어 안전을 확보한다.
등반 환경이 다르니 등반자를 조력하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탑로프 클라이밍은 등반자가 줄에 매달려 올라간다. 그래서 확보자는 줄을 당겨서 등반자의 안전을 확보해준다.
하지만 리드 클라이밍은 등반자가 줄을 달고 올라간다. 그 줄을 끌어당겨 벽에 걸면서 안전을 확보한다. 그래서 확보자는 줄을 풀어주고 다시 거둬들이면서 등반자의 안전을 확보해준다.
탑로프 빌레이는 확보자가 줄이 느슨해지지 않게 줄을 잘 거둬들여야 한다면, 리드 빌레이는 확보자가 줄을 잘 풀어줬다가, 거둬들이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당연히 등반자가 추락을 했을 때 추락하는 거리를 줄여주기 위해서다. 줄이 타이트하게 당겨져 있었다면 추락을 하게 되더라도 2~3m에서 막을 수 있다.
다만, 등반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너무 당기거나, 줄이 타이트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확보자는 등반자가 오르는 것을 잘 지켜보고 등반 상황에 맞게 줄을 풀거나 당겨야 한다.
그래서 확보자가 주변 사람과 잡담을 하거나, 딴청을 피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주변 사람도 확보자에게는 말을 거는 것을 삼가야 한다.
이런 게 기본이다. 이런 사소한 기본이 상황적 실수와 결합되면 대형참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빌레이를 보는 것은 힘들다. 계속해서 고개를 쳐들고 등반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거북목 있으신 분들은 교정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리드 클라이밍을 위한 빌레이도 기초는 같다. 우선 자신의 하네스를 바르게 잘 착용해야 한다.
그리고 확보기에 로프를 바른 방향으로 장착해야 한다. 그런 후 비너로 하네스와 확보기를 연결하면 준비는 끝이다.
등반자의 하네스 착용 상태와 매듭 상태를 확인하고, 확보자도 등반자에게 확보자의 준비 상황을 체크하게 한다. 이러면 리드 빌레이를 위한 준비는 끝이다.
탑로프 클라이밍과 다른 점은 등반자가 출발하고 나서부터다. 최초의 로프 행거가 있는 2미터 정도까지는 등반자는 안전장치 없이 등반을 하게 된다.
그래서 확보자는 등반자가 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잘 밀착시켜주고, 추락에 대비해야 한다.
첫 번째 퀵드로우를 걸기 전에 떨어진다면? 사랑하는 만큼 받으면 된다.
등반자가 4번째 퀵드로우를 걸 때까지 확보자는 벽 가까이에서 등반자의 속도에 맞춰서 로프를 내주면서 추락에 대비한다.
4번째 퀵드로우까지의 높이는 6m 정도다. 이때까지는 떨어지면 줄의 느슨함 + 줄의 탄성 때문에 추락자가 바닥에 닿을 우려가 있다.
그래서 추락 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벽 가까이에서 확보를 보는 것이다. 재빨리 추락을 멈추기 위해서다.
등반자가 4번째 퀵드로우를 로프 행거에 걸면 확보자는 뒤로 물러나 확보를 본다. 로프는 타이트 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아야 한다.
그 상태에서 등반자가 로프를 당겨 퀵 드로우에 걸 때는 로프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로프의 줄의 장력은 유지한 채 등반자가 퀵 드로우에 걸 수 있는 만큼 암벽 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된다.
퀵 드로우에 로프를 클리핑 하다가 추락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 때도 추락 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로프를 여유 있게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로프 길이만큼 걸어 들어가 주는 것이다.
퀵 드로우에 로프가 걸리면 추락 거리가 최소화된다. 이때 확보자는 로프의 장력을 유지하면서 뒤로 물러서서 등반자의 상태를 주시한다.
이렇게 등반자가 퀵 드로우를 걸 때마다 걸어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등반자가 큰 불편 없이 등반을 하면서 동시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리드 빌레이에서 가장 안 되는 부분은 로프를 어느 정도로 팽팽하게 잡아야 하는지 하는 부분이다. 경험 부족에서 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팽팽하면 조금 더 안전은 하겠지만 등반자가 불편할 수 있다. 반대로 느슨하면 등반자는 줄로 인한 불편은 없지만 추락 시 조금 더 공포를 맛봐야 한다.
그래서 등반자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안전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정도로 로프의 장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주 해봐야겠지만 경험 이외에도 해결법은 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재밌게도 클라이밍에는 커뮤니케이션 용어가 있다.
이를 '빌레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는데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초보자들은 알기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다.
새로운 일이던, 환경이던 가장 빨리 적응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그 동네의 '용어'를 빨리 익히는 것이다. 그래야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다.
'출발 준비 완료 - 출발', '완료 - 완료/하강'과 같은 것이 바로 그런 커뮤니케이션인 셈이다. 이것 이외에도 사용하는 용어가 있는데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있진 않다.
또 외국어로 되어 있는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다 보니 재밌는 변형도 생긴다. 예로 올라가다 힘이 빠져서 쉬어야 하는 상황에서 등반자가 "tension(텐션)!"이라고 외치면 확보자는 줄을 세게 잡아당겨서 등반자가 쉴 수 있게 해주는 커뮤니케이션 용어가 있다. 텐 = 쉴 테니 줄에 텐션을 주라는 의미다.
이 용어가 우리 클라이머들 사이에서는 "텐"으로 통한다. 등반자가 "텐"을 외치면 확보자가 줄을 잡아당긴다.
그런데 글로벌하게는 "TAKE"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즉, 쉬고 싶을 때는 'take 테이크'를, 로프가 느슨해서 좀 팽팽하게 해달라고 할 때는 'tension 텐션'을, 반대로 로프가 너무 타이트해서 느슨하게 해달라고 할 때는 'slack 슬랙'이란 용어를 쓴다.
국내에서는 '텐', '줄 줘', '줄 당겨'와 같은 용어를 쓰는데 좀 더 경험을 해봐야 할 듯하다.
그리고 용어를 쓸 때는 큰 소리로 해야 한다. 그래야 명확한 소통이 가능하다. 그리고 명확한 소통을 위한 또 하나의 원칙. 우리 암장에서는 통성명 없이 등반하기 바빠서리 못하고 있는데, 원래 커뮤니케이션 용어를 사용할 때는 다른 팀과의 혼선을 없애기 위해서 이름을 꼭 붙인다고 한다.
'OO 텐션!', 'OO 테이크!', 'OO 슬랙'과 같이 말이다. 매우 타당하고 합리적인 원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6번째 교육 시간에는 앞사람의 리드 빌레이 1회, 탑로프 빌레이 1회를 봐주고, 클립온 1회, 클립 오프 1회의 등반은 연속으로 했다.
역시 아직도 연속으로 등반하는 것은 힘들다. 왜 힘들까?
여전히 팔로 오르기 때문이다. 왜 팔이 아픈데도 팔로 오르는 것일까?
머릿속에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땐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온몸으로 오르는 클라이밍이지만 주된 동력은 상체다. 그럼 편하게 오르려면 상체의 힘을 아껴야 한다. 그게 우선이다.
다음에는 꼭 상체를 최소한으로 이용해서 아름답게 올라가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오늘도 펌핑 아웃된 전완근을 부여잡아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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