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프로젝트] 우리를 암벽으로 이끌어줘

40대 초보가 배우는 '스포츠 클라이밍' - 5번째

by Maama


스포츠 클라이밍의 5번째 시간이다. 시작한지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고, 이제는 저녁 날씨가 쌀쌀해졌다. 덕분에 모기 걱정은 줄었다.


5주 전엔 '과연 클라이밍을 이렇게 늦게 시작해도 되는 걸까?' 싶었다. 예전에 한번 20대 여성에게 한강에서 자전거로 발린 이후 나이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을 했다. 그런데 너무나도 다행스럽게 안전하고, 할만한 운동이라는 확신을 가져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스포츠 클라이밍도 극한으로 가면 한도 끝도 없는 스포츠다. 프리 다이빙처럼 자신의 한계점을 찾아 도전하게 되는 중독성 강한 스포츠 중 하나다.


나는 그러기엔 겁이 너무 많고, 너무 무겁다. 다행스러운 건 극한으로 가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울 것 같다.






이제까지 텅 비어 있던 하네스에 퀵드로우가 걸렸다. 물론 아직은 암장에서 빌려주는 퀵드로우다.


튼튼한 비너 두 개를 튼튼하게 박아 놓은 이 제품은 왠지 갖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다행스럽게 가격이 싸지 않아서 충동을 자제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네스의 왼쪽과 오른쪽에 나누어 걸면 처렁처렁한 소리가 난다. 뭔가 좀 더 그럴싸해 보이는 클라이머의 이미지가 완성되는 느낌이다.


Harnois_071516_0532_how_to_choose_quickdraws_lg.jpg 이런 느낌적인 느낌


기분이 좋은 것은 여기까지다. 다행히 기분이라도 충분히 즐겼으니 됐다.


이제까지 위쪽에서 잡아주던 줄이 사라졌다. 줄은 가랑이 사이 아래로 매달려 있었다.


첫 번째 볼트 행거에 클리핑을 하기 전까지는 맨 몸으로 벽을 타는 것과 같다. 나도 그렇지만 다들 겁이 없다.


실제 암벽이었다면 처음이라고 덜 위험하진 않을 것이다. 바위가 난이도를 조절해서 깎아지진 않을 테니 말이다.


첫 번째 볼트 행거에 볼트 클리핑을 했다. 오른손으로 클리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오른손으로 홀드를 부여잡고 어색하게 왼손으로 클리핑을 했다. 그리고 줄을 끌어올려 로프 클리핑을 할 차례.


생각보다 줄이 무겁다. 등반용 로프는 직경이 1cm에 달한다.


벽에 달라붙어 다시 어색하게 왼손으로 클리핑을 시도한다.


'어~ 어라! 이게 아닌데!'


반복 연습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잘 안 들어간다. 처음이라서 긴장을 해서 그런지 비너 게이트가 열리지 않는다.


전광석화와 같이 배운 것을 복기한다. 그리고 이건 연습이니 바른 동작으로 해야 한다고 되뇐다.


계속 오른다. 하지만 여전히 왼손과 오른손을 선택해서 클리핑 할 수 없다. 그냥 오르다가 닥치는 손으로 하게 된다.


줄은 점점 더 무거워진다. 홀드를 부여잡은 손에선 땀이 나고, 팔꿈치를 펴면 떨어질 것 같은 공포가 느껴진다. 그래서 더 납작 벽에 붙는다.


Indoor lead.jpg 줄을 끌어올려 퀵드로우에 거는 동작


볼트 행거에 클리핑을 하면 갑자기 급똥이 마려운 상태가 된다. 볼트 클리핑을 했다고 안전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이어 로프 클리핑을 해야 그때서야 비로소 나의 추락 거리가 줄어든다. 그래서 볼트 클리핑 후 맘이 급해진다.


로프를 걸면 마치 급똥이 해결된 듯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시작이 기다린다.


다음 볼트 행거까지 거리 1m. 평지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거리가 수직의 벽에서는 천리길 같다.


보통 13m 지점까지 오르면 힘이 거의 남지 않는다. 초보니까 당연한 거다. 40~60m를 오르는 멀티 피치 클라이밍을 하려면 참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 2m를 오르기 위해 젖 먹던 힘을 내본다. 이제까지 자세히 보지도 않았던 '탑 앵커'가 눈에 들어온다.


골뱅이처럼 꼬여 있는 엄청난 두께의 스테인리스 앵커에 로프를 건다. 로프가 걸리자마자 다급하게 '완료'를 외친다.


세상 이렇게 다급한 외침이 또 있을까? 정말이지 절규다.


아래서 들려오는 '완료' 소리에 홀드에서 손을 놔버린다. '아~ 불태웠다!'






확실히 벽에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엄청 힘들다. 힘을 아낄 수 있는 등반법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다양한 이미지 트레이닝이 아직 실전에 녹아나지 않고 있다. 이제 겨우 10회 정도의 등반을 했을 뿐이라서 그럴 것이다.


하강 후 장딴지 만해진 전완(아랫 팔)을 보았다. 손바닥에서 땀도 계속 났다.


전완근이 자극을 받았다는 것은 홀드를 너무 강하게 쥐었다는 의미다. 등과 코어, 하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는 증거기도 하다.


덕분에 별도로 운동하지 않는 전완이 운동이 돼서 좋기는 하다. 한데 이제 긴 팔 입을 건데 누구 보라고 이러나 자괴감이 드네.






이제는 클리핑 한 퀵드로우를 회수할 차례다. 암벽에 걸어 놓고 갈 순 없으니 회수를 해야 한다.


두 명이 암벽에 갔다고 생각해 보자. 한 명이 선등자가 되어 리드 클라이밍을 하며 퀵드로우를 걸며 올라간다.


그럼 줄이 걸린다. 그럼 후등자는 '탑 로프 클라이밍'을 하게 된다. 오르면서 퀵드로우를 회수한다.


후등은 선등보다 안전하다. 처음부터 탑 로핑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출발한다. 성큼성큼 2m를 올라가 첫 번째 클립을 푼다.


'앗! 그런데 푸는 건 안 배운 거 같은데...'


클립온을 하는 연습은 열심히 한 거 같은데 푸는 건 안 배우고, 연습조차 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푸는 것도 어색하다. 역시 왼손, 오른손 컨트롤이 안된다.


일단 손이 닿는 대로 풀어보지만 쉽게 풀리진 않는다. 이론 상으론 '백 클리핑' 같은 상황을 만들면 된다.


즉, 바깥 로프를 다시 클리핑 하면 줄이 풀리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말로는 쉽다.


실제론 비너 게이트를 열고 줄을 꺼내기 급급하다. 로프를 푸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힘이 들기 시작한다. 매달려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악순환이 시작된다.


떨어질까 싶어 홀드를 더 꽉쥐게 되고, 팔꿈치를 굽혀 힘을 쓰게 된다.


그러니 아름다운 동작이 나올 수가 없다. 그저 팔뚝이 터질 듯한 괴로움에 떨며 노란 벽에 붙어 있는 나방 같달까.


도중에 쉬면서 올라가더라도 아름다운 동작으로 오르고 싶다. 모든 스포츠는 폼이거든!






리드 클라이밍의 핵심은 벽에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또는 효율적으로 벽에 붙어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을 위한 동작들이 능숙하고 간결해야 한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하네스에서 퀵드로우를 빼고, 그걸 볼트 행거에 걸고, 로프를 들어 올리고, 퀵드로우에 로프를 거는 동작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동작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 손이 열일을 하는 동안 홀드는 잡고 있는 손과 양다리의 모양도 중요하다. 최대한 힘을 아끼고 특정 부위에 힘을 소진해선 안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강 시에도 퀵드로우에서 로프를 빼고, 볼트 행거에서 퀵드로우를 빼고, 하네스에 퀵드로우를 거는 동작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동작이 되어야 한다.


한 가지 팁을 얻은 것이 있다면 회수를 할 때 퀵드로우를 하네스에 걸면서 티셔츠가 비너에 찝힌다는 것이다. 그래서 잘 안 걸린다.


티셔츠를 바지 속으로 넣던지 티셔츠 위로 거는 연습을 하던지가 필요할 듯하다. 클라이머 영상을 보면 웃통을 까고 하던가, 타이트한 탑을 입고 하는데 다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실제의 등반과 비슷해지고 있다. 물론 초보의 기준이다.


하드코어하고 익스트림한 세계로 가고픈 생각은 없다. 인공암장을 이용하고, 가끔 안전한 암벽에 가보고픈 수준이면 족하다.


이번에도 딱히 체력적 문제로 등반을 하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내 나이가 중간 정도라 생각하면 다들 대단하다.


별도로 체력 훈련이라도 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다. 교묘하게 조금씩 더 어려워지는 것에 익숙해지기 때문일까?


실패 없이 끝까지 다 오르는 걸 보면 클라이밍이 남녀노소에게 모두 좋은 운동이라는 사실을 계속 체감하게 된다.


다음번엔 '리드 빌레이'다. 리드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확보해 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니까.


점점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모습이다. 팔뚝 왕이 되기 전에 아름다운 폼도 완성해 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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