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프로젝트] 암벽에 보험 들기

40대 초보가 배우는 '스포츠 클라이밍' - 네 번째

by Maama


이제까지 스포츠 클라이밍 교육을 네 번 받았다. 네 번의 교육을 통해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면 일반 대중의 클라이밍에 대한 오해가 크다는 것이다.


가장 흔한 오해는 클라이밍은 매우 위험하고 힘든 운동이라는 오해다. 물론 나도 그랬다. 거기엔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


영화 '엑시트'의 조정석은 극 중 엄청난 근력과 기술의 소유자로 나온다. 리드 클라이밍은 물론 프리 솔로 클라이밍까지 한다.


많은 산악 영화들이 대부분 크레이지 한 전문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클라이밍에 대한 인식은 점점 오타쿠적 인상을 짙게 한다.


영화 '엑시트'를 본 클라이밍의 여제 '김자인'은 그 상황이 되면 '그냥 가스 마시고 죽겠다'라고 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실제의 클라이밍은 40대가 해도, 평소 운동이 부족한 사람이 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오해와는 달리 안전하고 해 봄직한 운동이다.


심지어 강력한 성취욕도 채워준다. 온몸의 근력이 단련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다. 실패를 통해 중력 앞에서의 겸손함도 배우고, 체지방 제거에 대한 의욕도 불타게 된다.


그래서 나의 스포츠 클라이밍에 대한 도전은 계속 지속될 예정이다. 아직까지 무리가 없거든.






네 번째 교육이다. 이제까지는 '탑로프 클라이밍'을 배웠다. 이제부터 배울 것은 '리드 클라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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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클라이밍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바로 벽에 로프를 거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클라이밍 용어를 빌리면 '볼트 행거'에 '퀵드로우'를 '클리핑'하는 것을 익숙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까진 탑 앵커에 줄을 걸어 놓은 상태에서 오르는 연습을 했다. 아주 안전한 상태의 등반이다.


하지만 실제 암벽에는 탑 앵커에 줄이 걸려 있지 않다. 인공암벽도 마찬가지다. 항상 나를 위해 누군가가 줄을 걸어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줄을 걸며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암벽의 중간중간에 박힌 볼트 행거에 자신의 퀵드로우를 걸어야 한다. 그리고 그 퀵드로우에 로프를 클리핑 하며 등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 암벽엔 중간중간에는 볼트 행거가 박혀 있다. 그럼 실제 암벽은 어떨까?


실제 암벽에도 볼트 행거가 박혀 있는 곳이 있다. '개척'이란 표현을 쓰는데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루트를 개척해 초보자들도 오를 수 있도록 볼트 행거를 박아 놓은 곳이 있다.


그분들 덕분에 초보자도 암벽 클라이밍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 볼트 행거에 퀵드로우를 걸고, 회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네 번째 강습에서는 퀵드로우에 로프는 거는 '클리핑' 연습과 연속 2회 등반을 했다.


비 때문에 날이 습해서였는지, 등반 시 팔을 많이 써서 땀이 많이 나서 그런 것인지 손이 너무 미끄러워서 혼났다. 초크가 왜 필요한지를 여실하게 알게 된 등반이었다.


이번에는 성큼성큼 올라가는 형태로 도전을 해보았다. 한 번에 여러 홀드를 건너뛰어서 초반 스피드는 좋았지만 그만큼 힘도 빨리 소진됐다.


힘도 없는데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힘들었지만 죽기 살기로 버텼다. 최초의 추락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덕분에 터지기 직전까지 부풀어 오른 전완근을 볼 수 있었다.


등반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머리는 이해를 하는데 몸이 안 따라주고 있는 서글픈 상황이랄까.






클리핑 연습은 지상에서 한다. 한 손으로 홀드를 잡고 나머지 한 손을 이용해 퀵드로우에 로프를 거는 연습을 한다.


클리핑은 볼트 행거에 퀵드로우, 퀵드로우에 로프를 거는 것을 말한다. 퀵드로우를 볼트 행거에 거는 것을 '볼트 클리핑'이라고 한다. 그리고 퀵드로우에 로프를 거는 것을 '로프 클리핑'이라고 한다.


동작으로 보면 두 행위가 하나의 세트다. 볼트 클리핑을 한 후 로프 클리핑을 하는 것이다.


고정된 고리에 카라비너를 걸고, 비너에 줄을 거는 동작일 뿐인데 이게 안전과도 상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나름 심오한 규칙이 있다.


차례대로 장비와 동작에 대한 설명을 통해 아기자기한 클라이밍의 세계로 가보자.






실전에서 반복 연습을 하는 게 가장 좋은 학습법이긴 하지만 이렇게 한번 글로 정리해 보면서 핵심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먼저 볼트 행거는 박혀 있는 것이니까 이건 패스하자. 복잡하게 들어가면 한도 없다.


PETZLCOEURHABO10MM.jpg 볼트 행거


볼트 행거는 등반용이 따로 있다. '공업용 볼트 행거를 사용하면 위험하다' 정도만 상식으로 알면 된다.



그다음은 퀵드로우. 퀵드로우는 카라비너 두 개를 연결해 놓은 장비다. 한쪽은 볼트 행거에 걸고, 한쪽은 로프를 건다.


그럼 퀵드로우의 카라비너 중 어느 쪽을 볼트 행거에 걸고, 어느 쪽을 로프를 걸까? 아무렇게나 막 걸면 될까?


그렇지가 않다. 이게 정해져 있다. 전문 회사의 제품을 보면 이 퀵드로우에도 특허가 있을 정도다. 나름의 과학과 원리가 있다.


구별법이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비너 게이트 모양이 다르게 생겼다. 관찰력이 뛰어나다면 알아챌 수 있었겠지만 난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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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게이트와 색으로 구별 가능한 퀵드로우 (우) 슬링의 박음질로 구별 가능한 퀵드로우



볼트 행거에 거는 비너 게이트는 1자(스트레이트 게이트)다. 반대로 로프를 거는 비너 게이트는 휘어져있다. (벤트 게이트)


두 번째로 색깔이 다르다. 게이트 모양도 다르고 색도 다른 경우도 있다. 사용상의 편의를 위한 배려다.


그런데 모양도 색도 똑같은 경우가 있다. 이럴 때 구별할 수 있는 세 번째 구별법은 슬링의 박음질이다. 볼트 클리핑을 하는 쪽은 슬링 박음질이 여유가 있고, 로프 클리핑을 하는 쪽은 슬링 박음질이 타이트하게 되어 있다.






그다음 문제는 방향이다. 위아래 구별은 했는데 퀵드로우를 왼쪽으로 걸어야 할까? 오른쪽으로 걸어야 할까?


물론 등반자의 편의대로 거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반드시 주의를 해야 할 것이 있다.


등반하고자 하는 방향과 비너 게이트의 방향이 반대가 되어야 한다. 매우 명확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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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등반 방향에 바른 비너 게이트 방향 (우) 비너 게이트가 등반 방향과 같은 경우 생길 수 있는 일


등반에서 안전의 핵심은 '추락'을 막는 것이다. 클라이밍을 하면서 여러 가지 부상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추락'이다.


클라이밍이 안전한 이유는 완벽한 안전 장비와 확보자 때문이다. 이 전제조건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안전장비의 올바른 사용법을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어렵지도 않다. 심지어 잘못 걸었으면 다시 걸면 된다.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사고의 가능성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이 이외에도 퀵드로우를 걸면서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는데 보면 매우 상식적인 것들이다. 바위나 볼트 행거에 비너가 접촉하면 파손된다는 그런 수준이다.






이제 퀵드로우까지 걸었다. 이제 로프를 걸면 된다.


퀵드로우의 비너에 로프를 거는 방법에도 몇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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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 클립법, 스냅 클립법


'아니 뭐가 어렵다고... 그냥 걸면 되지...'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모르면 그럴 수 있다. 해보기 전엔 나도 그랬다.


굳이 여러 가지 방법이 나온 것도 이유가 있다. 일단 퀵드로우의 비너 게이트 방향과 클리핑 하는 손의 방향에 따라서 좀 더 쉬운 방법이 존재한다.


그리고 처져 있는 로프를 끌어당겨서 걸어야 하는데 이게 녹녹지 않다. 거기다가 클리핑을 하는 시점에서는 한 손으로 버텨야 한다.


즉, 안전을 확보하고 체력을 아끼기 위해서는 매우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클리핑을 하는 게 유리하다. 그래서 이런저런 방법들이 생겼고, 연습으로 숙지를 하면 보다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 클리핑을 연습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불의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클리핑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실수가 있다. 바로 '백 클리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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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클리핑은 몇 가지 경우에 발생한다. 클립법을 잘못해서 로프가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면 추락 시 줄이 카라비너의 게이트를 눌러서 로프가 풀리게 된다.


하네스에 매여있는 쪽의 로프로 클리핑을 시도하면 잘못된 '백 클리핑'이 발생한다. 그래서 클리핑 연습이 필요하다.


등반 방향과 카라비너 케이트의 방향이 같을 때도 줄이 풀리는 상황이 생긴다. 퀵드로우의 슬링이 꼬여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된다.






한 손에 천 번씩은 연습을 해야 손에 완전히 익는다고 한다. 별거 아닌 거 같은 동작인데 안전하고 즐거운 클라이밍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5회 차 교육에서는 직접 리드 클라이밍을 하게 되는데 그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야 그냥 오르는 데 집중하면 됐지만 이제는 한 땀 한 땀 클리핑을 해가며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즉 벽에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뜻이다. 그 얘기는 더 많은 근력과 지구력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하체를 써서 오르는 방법, 팔에 피로가 덜 가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 뭔가 진짜 클라이밍이 시작된 것 같다. 신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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