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보가 배우는 '스포츠 클라이밍' - 세 번째
두 번째 교육이 끝나고 달라진 점이 생겼다. 높은 곳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일상을 살며 높은 곳에 대한 두려움이 뭐가 있겠느냐만 높은 곳을 보면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 사고 나기 딱 좋은 상태다. 알고 있다.
운전도 자신이 붙으면 사고가 난다. 겸손은 사고를 통해서 배울 때 가장 진정성이 생긴다. 하지만 그건 너무 값비싼 교훈이다.
겁 없는 호기심이 생길 때 한 템포 쉬어가는 게 필요하다. 나이 먹고 생긴 값진 교훈이다.
첫날은 두 번의 등반을 통해서 클라이밍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꽤나 힘이 필요한 운동이고, 나는 꽤나 힘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두 번째 강습에서는 연속 2회 등반을 통해서 효율적으로 오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캠핑 때는 완전하지 않았던 효율적인 매듭법도 완벽하게 숙지를 하게 되었다.
세 번째 강습에서 배울 것은 바로 확보(belay)다. 확보(belay)란 먼저 올라간 등반자가 떨어졌을 때 등반자를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아주는 다양한 기술을 뜻한다.
클라이밍이 안전한 스포츠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바로 페어를 이뤄서 한다는 것이다. 한 명은 선등자가 되고, 한 명은 확보자가 된다.
선등자는 루트를 개척하고, 확보자는 선등자의 안전을 보장한다. 추락의 두려움을 없애주고, 실제 추락했을 때 부상을 막아주는 것이 확보자의 역할이다.
산악연맹의 회장님은 퀴즈를 냈다. "등반하다가 추락하면 누구 잘못일까요?"
둘 중 하다. 등반자 아니면 확보자. 자! 골라 보시라!
정답은 등반자다. 이유는 의외로 심오했다.
등반자는 자신의 안전을 책임지는 확보자가 제대로 준비가 되었는지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확보자도 등반자가 제대로 로프를 매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 강습에서 배웠던 이중 8자 매듭은 제대로 매기만 했다면 웬만해선 잘 풀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안전사고는 확보 미숙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부부나 연인끼리 할 때 사랑하는 이가 추락을 하면 순간 놀래서 손을 들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로프를 잡고 있는 오른손이 올라가면 줄이 풀린다) 실제 그런 사고가 있었노라는 얘기도 들려주었다.
클라이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안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는 바로 '파트너 체크'다.
선등자와 확보자는 눈과 귀와 입으로 서로의 안전을 체크해야 한다. 선등자는 확보자를, 확보자는 선등자를 꼼꼼히 관찰해야 한다.
확보자는 선등자가 하네스를 제대로 착용하고 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뒤집히진 않았는지, 느슨하게 체결되진 않았는지, 끊어지거나 풀어진 곳은 없는지를 봐야 한다.
암벽화의 벨크로나 끈은 단단히 조여져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하네스에 로프는 제대로 매듭이 되어 있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는 모든 상황이 준비되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확보자의 몫이다.
반대로 선등자는 자신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확보자를 체크해야 한다. 확보자가 하네스를 제대로 착용하고, 확보기를 하네스에 제대로 장착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확보기에 로프를 바른 방향으로 넣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줄을 당겨서 제대로 체결이 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준비 상태를 확인해 주어야 한다. 이게 등반 전에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사항이다.
대충 잘했거니 하고 그냥 넘어가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사고는 방심의 순간을 기가 막히게 안다.
이번 시간에는 탑로프 상태에서 등반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미 줄이 암벽의 꼭대기에 걸려 있는 상태에서 등반을 하는 것이다.
만에 하나 등반자가 추락을 할 경우 추락 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줄을 적당히 팽팽하게 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한 최적의 동작을 배워야 했다. 안 그러면 줄을 팽팽하게 유지할 수가 없어 등반자의 등반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추락 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로프는 등반자 - 탑 앵커 - 확보자의 왼손 - 확보기 - 확보자의 오른손의 연결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왼손으로 줄을 당겨 확보기로 넣어주면 오른손은 그것을 받아 다시 줄을 정지 할 수 있는 상태로 가져가는 것이다.
이 날 배운 것은 정확하게는 '탑로프 비레잉(top rope belaying)'이다. '리드 비레잉(lead belaying)'은 또 다르다.
탑로프 비레잉은 확보자가 줄을 계속 거둬 드려야 하고, 리드 비레잉은 줄을 계속 풀어 주어야 한다.
등반자가 등반을 완료하면 확보자는 등반자를 하강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등반자가 '완료'라고 외치면 확보자는 줄을 최대한 잡아당겨야 한다. 줄의 유격을 없애는 것이다. 그래야 등반자가 스므스하게 내려올 수 있고, 확보자도 힘이 덜 든다.
확보자는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확보기 옆으로 줄을 내려서 하강 준비를 한 후 '완료'라고 외친다.
그럼 등반자는 손 발을 떼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게 된다. 그 상태에서 확보자가 '하강'이라고 외치고 등반자를 하강시키면 된다.
확보기에 무게가 실리면 절대 줄이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확보기의 하강 장치를 서서히 조작해서 줄을 풀어줘야 한다.
하강 역시 등반자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래서 천천히 내려줘야 한다. 특히 땅이 닿기 전에 잠깐 정지를 시키고 아주 천천히 내려서 등반자의 두발이 땅에 잘 착지하도록 해줘야 한다.
등반자의 두 발이 땅에 닿으면 줄을 완전히 풀어줘서 요상한 모습으로 매달려 있지 않도록 해주면 된다.
실제 확보를 해보니까 확보는 정말 힘든 역할이다. 등반자를 계속해서 주시해야 한다. 등반자의 동작을 보고, 소리를 듣고, 로프를 적정하게 거둬줘야 한다.
왜 실전에서 좋은 확보자가 각광을 받는지를 알 듯하다. 확보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다.
확보자의 등반자에 대한 집중력은 곧 신뢰가 된다. 그래서 등반자가 맘 편히 등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산악연맹 회장님이 그랬다. "오늘 등반은 연속 2회를 하는데 지난번보다 더 힘들 겁니다!"
왜지? 이제 막 자신감이 붙고 있는데? 왜지? 왤까? 뭐지?
이유는 '신뢰 부족'이다. 확보자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손과 팔에 힘이 더 들어간다고 했다.
실제로 확보를 처음 배우신 분이 나의 생명줄을 잡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더라.
등반 완료 후에도 밑에서 '완료' 콜이 왔는데도 손을 못 떼겠더라. 정말 무서웠다.
밑에서 강사님이 '괜찮다! 내가 잡고 있으니 손 놔라'하는데도 선뜻 손이 안 놔지더라.
신뢰와 믿음을 주는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다.
다음 시간은 '탑로프 클라이밍'이 아니라 '리드 클라이밍'을 위한 연습에 들어간다.
지금까지는 암벽 꼭대기에 줄이 걸린 상태에서 클라이밍을 한 것이었고, 이제는 줄을 걸면서 올라가는 것이다.
즉, 처음에는 맨 몸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암벽에 매달린 퀵 드로우에 로프를 하나씩 걸면서 탑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와우! 이제 진짜 리드 클라이밍을 배우는구나!!!
여전히 팔이 힘이 많이 들어간다. 힘이 떨어지면 나도 모르게 팔을 굽힌다. 그러니 팔이 더 아플 수밖에.
팔을 펴고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연습이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 머리는 이해를 했는데 몸이 안 따른다.
사십 대가 되면 누구나 생기는 일이다. 몸과 마음의 불일치. 신체 부조화 현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다른 부상 없이 진도를 따라가고 있다. 다른 40~50대 여성분들도 모두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다들 자신감을 엄청 뿜어내고 있다. 연습도 열심히 한다.
나는 좀 더 멋진 포즈로, 덜 힘들게 오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다. 등반욕은 올라가고, 두려움은 사라졌지만 힘이 빠지는 내 모습은 좀 두렵다.
그래서 자꾸 이미지화했던 동작들을 잊고, 힘이 빠져 추락하는 나를 만나고 싶지 않아 발악을 한다. 결국 탑까지 오르긴 하지만 멋지진 않다.
더 많은 이미지 트레이닝과 실전 연습이 필요하다. 폼이 조금 멋져지면 그 땐 보상으로 예쁜 초크백을 하나 사야겠다.
다음엔 진짜 '리드 클라이밍'이다! 신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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