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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Feb 08. 2021

#124. 노화의 상상이 필요한 이유

[누만예몸][극사실 실천법] #미경험 #노화 #공포 #상상 


    인간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공포가 있다. 무지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내적 심연에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은 오감도 부족해 육감까지 동원해서 무지의 장막을 걷어내기 위해 애를 쓴다. 무지가 가져다주는 공포가 죽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 모르는 짐승, 모르는 열매로 인해 죽었던 시절의 공포. 그 공포로부터 삶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우리의 DNA에 있다.


    많은 문학, 예술 작품들이 미경험의 세계를 표현한다. 특히 SF 또는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불리는 장르는 완전한 미경험의 세계를 다룬다. 판타지 장르와 더불어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가상의 세계를 상상하여 표현한다.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기에 역설적이게도 무제한의 영역이어야 하는 상상은 비빌 곳이 없어 제한적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허용하는 상상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인 사실이 베이스가 되거나, 그럴듯한 디테일이 표현되어야 납득이 된다. 그래서 SF 장르를 잘 살펴보면 지구에 외계인이 오는 형태도 많고, 우주선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그게 아닌 경우는 디테일의 표현이 거의 없다. 


    2021년 2월에 나온 한국의 스페이스 오페라 '승리호' (영어 제목이 더 낫다는 느낌적 느낌)가 그렇다.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의 우주 생활을 보는 두배의 생경함이 있다. 우리가 상상해보지 못한 이미지들이 보인다. 그래서 자꾸 뒷얘기들이 궁금해진다. 비빌 현실의 언덕이 필요한 것이다. 그 시절의 교육 제도가 궁금하고, 교통수단이 궁금하고, 스마트폰의 형태가 궁금하다. 경험해보지 못한 이미지들을 현재의 현실에서부터 이어가려는 시도가 내면에서 용솟음친다. 그러다 보니 편안하게 화면을 보지 못하고 리뷰 평도 박해진다. 미경험에 생경함이 더해진 탓이리라. 한국인이 느끼는 생경함보단 나아서 그런지 이 영화는 외국에서의 흥행과 평이 더 좋다. 

    



    우리 몸도 그렇다. 틴에이저가 되기 전까지 우린 우리 몸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부모님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마른 아이는 살이 찔 것이라 생각하고, 살찐 아이는 그게 키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엔 운동이나 호르몬 요법을 사용하는 초등학생도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생후 10여 년은 몸에 크게 신경 쓰고 살지 않는다. 


    그러다가 빠르면 사춘기에, 늦으면 성인이 되면서 몸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그때는 젊음의 항상성으로 버틸 수 있는 시기다. 그렇게 버틴다. 그러다가 서른이 넘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몸은 크게 변화한다. 늦어진 사회생활과 결혼과 출산은 노화와 맞물려 우리 몸의 변화를 더욱 크게 느끼게 한다. 예전엔 마흔에 대학생 자녀가 있었지만, 요즘엔 마흔이면 초등 저학년이다. 


    변해버린 몸은 생경하기 그지없다. 우주에서 한국말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서울역과 KTX에 좀비가 뛰어다니는 모습과도 진배없다. 전혀 상상해 보지 않았던 모습이다. 머릿속의 내 모습과 거울 속의 모습의 괴리가 뚜렷해진다. 그래서 두렵고 고통스럽다.

    



    우리의 사고와 경험과 인격은 시간이 지나며 농익는다. 반면 몸은 노화한다. 좋게 변하길 기대할 뿐 예상할 수 없다. 예상할 수 없지만 예상하고 싶기에 요즘 미래 의학이 한껏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노화의 방향성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방향 내의 다양한 변주는 알 수 없다. 그저 준비할 뿐. 


    포동포동한 살집이 키로 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그나마 성장의 방향성 내에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노화의 방향성 내에서의 막연한 기대는 리스크가 크다. 물론 알 수 없다. 그 알 수 없음에 베팅을 하겠다면 그건 자유 의지니까 행운을 빌어 줄 순 있다. 


    언어의 장벽이 사라진 시대에 왜 사연 가득한 한국인들만 승리호에 타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쨌든 영화 승리호는 우리가 잘 생각하지 않았던 시공간을 우리에게 상상을 해 보여줬다. 거기에 디테일이 더해지면 '마블 시네마틱스 유니버스'와 같은 'K 시네마틱스 유니버스'가 탄생하는 것이다.


    기아의 위험이 사라진 첫 번째 시대를 보낸 인류가 우리다. 미래 보단 과거에 가까운 현재를 살았던 인류도 우리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 모습에 대한 상상력은 조금 뒤떨어진다. 특히 우리 몸의 미래 모습은 더더욱 그렇다. 이젠 우리가 우리 몸의 미래를 상상해야 할 시점이다. 과거와 다름을, 과거처럼 되지 않음을 고통스러워할 것이 아니다. 과거와 다름을, 과거처럼 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가장 먼저 미래의 우리 몸의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어떻게 노화할 것인가를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상상에 부합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찐 살이 키로 갈 것이라는 베팅은 밑져도 본전인 성장기의 이야기다. 할증인 시작된 노화기엔 이겨도 본전이다.


    구체적인 상상은 행동을 불러온다. 우리 몸에 대한 상상을 실체화하는 행동은 더 이상 선택 옵션이 아니다. 예전처럼 계속해서 옵션이라 생각한다면 우리의 시간과 스트레스와 맞바꾼 소중한 자산을 생애 주기 마지막에 의료비로 쏟아붓게 될 것이다. 우린 가장 늦은 은퇴를 해야 하는 첫 인류고, 가장 오랜 은퇴 시기를 겪을 첫 인류기 때문에 의료비 관리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니 공부할 동기를 못 찾은 학생처럼 굴지 말자. 온갖 세상사를 겪은/겪고 있는 어른답게 제대로 먹고, 움직이고, 쉬어보자. 코로나 19라는 좋은 핑계가 있지만 안타깝게 코로나 19는 70억 인구의 공통 핑계인지라 가중치는 없다. 심지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방역 선진국에 살고 있지 않는가!


    스페이스 오페라의 낯선 모습도 곧 매우 익숙해질 것이다. 우리 각자도 스스로의 '퍼스널  바디 오페라'를 그려보고 익숙해지기 바란다. 우리 모두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예쁜 몸'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상상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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