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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Jan 22. 2021

#123. 우리 몸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누만예몸][극사실 실천법] #건기식 #PPL #종편 #마케팅


    '누만예몸' 칼럼에서는 SNS 특히 인스타그램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가 있다. SNS 플랫폼에 최적화된 촬영술과 도전적인 앵글 같은 것은 위험의 정도가 가볍다. 가장 위험한 것은 '의도적인 조작'이다. 이런 조은 자신의 몸을 위해 천천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빠르게 좌절케 한다.


    인스타그램의 대표적인 조작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빠르다', '쉽다'는 정보 조작이다. 우리 몸은 그렇게 빠르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적응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그 속도는 우리의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


    두 번째는 이미지 조작이다. 뷰티 기능을 사용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전문적인 보정, 편집 툴을 통한 조작도 흔하다. 심지어 '바디 프로필'이라 부르는 노력의 결과물을 남기는 과정에도 보정이 들어간다. 여기서의 보정은 화이트 밸런스나 채도 조정 같은 촬영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포토샵과 같은 편집 툴을 통한 피사체 이미지의 변형을 말한다.


    조작된 이미지와 함께 '빠르고 쉽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생활 속에서 '극사실적인 실천'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빠르고 쉽지도 않을뿐더러, 실제 하지 않거나, 개개인의 특성에 의해서 '가질 수 없는' 몸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심리적 좌절을 겪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속는 대표적인 사례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미디어를 통해서 제공되는 건강과 관련된 정보다. 이 정보는 건강기능식품과 관련된 마케팅이 깊게 관여한다.


    MBC 생방송 오늘 아침, MBC 기분 좋은 날, MBC 생방송 오늘 저녁, KBS 2TV 생생정보,  SBS 좋은 아침, SBS 모닝와이드, SBS 생방송 투데이, MBN 생생정보마당, MBN 최고의 한방, MBN 천기누설 스페셜, MBN 알토란, MBN 한번 더 체크타임, TV조선 건강다큐, TV조선 내 몸 사용설명서, TV조선 내 몸 플러스, TV조선 퍼펙트 라이프, TV조선 백세누리 쇼,  채널A 나는 몸신이다, 채널A 닥터지바고, JTBC TV 정보쇼 알짜왕, 기타 특집 편성 다큐 etc


    TV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본 적 있을 것이다. 포맷도 매우 비슷하다. VJ가 특이한 거 먹는 사람들 찾아가 뭘 먹었더니 어떻게 됐더라는 내용을 소개한다. 또는 연예인 몇 명과 의사, 한의사와 같은 전문가 패널이 특정 식품, 성분의 효능을 간증(?)하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건강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형식으로 포장이 되어 있다.


    타이틀은 대부분 이렇다. '따라 하면 성공하는 뇌 회춘 밥상 실천법', '혈관 왕성 푸드', '건강한 잠을 부른다 숙면을 돕는 식품', '막히면 죽는다 혈관 골든 타임'과 같은 건강과 관련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내용은 뻔하다. 특정한 성분이 들어 있는 식품을 소개한다. 그 성분이 몸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성분이 어디에 많이 들어 있는지 등을 설명한다. 누가? 흔히 쇼닥터라고 부르는 얼굴이 잘 알려진 또는 얼굴이 멀끔한 의사나 한의사가 그 역할을 맡는다.


    그 자체로는 약간의 과장, 과대광고의 여지가 있긴 하다. 하지만 정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그나마 억지로 이해를 해줄 수는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방송될 때 TV 채널을 돌려서 홈쇼핑 방송을 한번 보시라. 아마도 몇 개의 홈쇼핑 중 한 군데에서는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성분이 들어간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슨 말인가 하면 '홈쇼핑 판매자'가 정보성 프로그램의 시간을 돈을 주고 산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시간에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의 성분이나 효과를 설명한다. 그리곤 정보성 프로그램이 방송하는 시간대에 홈쇼핑 편성 시간을 구매하여 제품을 판매한다. 즉, 홈쇼핑 판매자는 정보성 프로그램과 홈쇼핑의 시간을 모두 구매하는 셈이다. (물론 홈쇼핑은 시간 구매 대신 수수료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이것을 '연계 편성'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포장한다. 이런 정보성 프로그램과 홈쇼핑 간의 연계 편성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건 두 미디어의 '편성 시차' 때문에 가능하다. 공중파나 종편의 편성은 2~3개월 전에 이뤄진다. 반면 홈쇼핑의 편성은 1개월 전에 이뤄진다. 즉, 2~3개월 전에 공중파나 종편 프로그램의 편성을 잡고 그 이후에 홈쇼핑 편성을 잡으면 된다. 홈쇼핑 편성이 안 잡히면 어쩌냐고? 그래서 웬만하면 잡아준다.


    이 우연처럼 보이는 채널 간의 콜라보는 놀랍다. 보는 이에게 친숙한 연예인과 전문가가 객관적인 정보인 냥 특정 성분이 몸에 좋다고 얘기를 하는데, 하필이면 그걸 옆 채널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니.


    사람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주입되는 정보를 진실로 믿는 경향이 있다. 가드 없는 상태에서 카운터 펀치가 훅 들어오는 것이다. 미디어의 공공성과 전문가의 권위로 포장된 정보를 객관적인 진실로 믿는 이들이 많다. 미디어와 전문가가 거짓말을 할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구매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와우! 완벽한 마케팅이다.


    근데 어쩌냐. 우리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특정 성분에 대한 효능이 모든 이들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건강기능식품의 옛 이름은 건강보조식품이다. 식품을 보조를 할 뿐 대체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연계 편성에 의한 과장된 정보와 판매는 마치 식품을 의약품처럼 느끼게 한다. 이런 느낌은 건강 유지에 들어가는 정당한 노력을 폄훼한다. 결국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보조적 행위를 과대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의존하게 만든다.


    의약품에는 1회 투여되는 적정량이 존재한다. 1회 얼마 큼을 복용하고 최대 얼마를 넘지 말라는 규정이 명확하다. 건기식은 어떤가? 건기식은 하루에 얼마를 복용해야 몸에 가장 좋은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하루에 얼마를 넘지 말라고만 말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


    우리는 흔히 음식으로 섭취할 수 있는 양을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500mg을 먹으려면 오렌지 20개를 먹어야 한다'라는 메시지가 먹힌다. 누구도 하루에 오렌지를 20개를 먹진 않으니까. 하지만 지금 몸 상태에서 필요한 영양소가 오렌지 반쪽인지, 1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까 한도를 정해놓고 얼마 이상만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미디어를 활용한 건기식의 판매가 위험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음식을 통한 다양한 영양소의 섭취를 잘못된 정보와 신념으로 방해하는 것이다. '누만예몸'의 진리는 명확하다. 제대로 움직이고, 제대로 먹고, 제대로 쉬면 된다. 하지만 연계 편성과 같은 방식은 '제대로' 하는 것을 방해한다. '정도' 이외에 '왕도'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연계 편성은 SNS에서도 이뤄진다. 홈쇼핑 방송 전에 체험단 형태로 뿌려지는 경우도 많다. 뿐만 아니라 특정 인플루언서는 자신이 직접 제품을 발주하여 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보니 특정 인플루언서의 외모가 특정 보조식품 때문에 가능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미디어와 쇼닥터의 권위를 인플루언서의 외모가 대체하는 것이다.




    특정 영양 성분이 어떤 식품에 많이 들어있다는 것은 팩트다. 특정 영양 성분을 섭취했을 때 몸의 어떤 부분이 반응을 한다는 것도 팩트다. 하지만 팩트는 여기까지다.


    특정 영양 성분은 여러 식품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비타민 c는 사과와 오렌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추에도 피망에도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다. 특정 영양 성분을 특정한 음식을 통해서만 섭취할 이유가 없다.


    특정 영양 성분을 먹었을 때 우리 몸에서 흡수하고 활용하는 것은 성별, 나이, 유전적 차이, 식습관,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이유로 다를 수 있다. 필요량도 다르고, 흡수량도 다르다. 또한 특정 영양 성분이 다른 성분과 어떻게 콜라보를 하는지, 또 다른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일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변수 통제를 할 수가 없다. 피실험자 모두에게 동일한 행동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와 같이 비슷한 생활 패턴을 가진 그룹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많은 이유다.


    우리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를 먹으면서 스스로에게 무언가 결핍되어 문제가 있는 이미지를 상상한다. 약처럼 생긴 이 한 알을 먹으면 정상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로 알약을 한 움큼씩 먹는다 해도 그게 얼마큼 흡수되고 사용될지는 알 수 없다.


    건강기능식품과 그것을 홍보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판매하는 홈쇼핑은 '건강 면죄부'를 팔고 있는 셈이다. 약처럼 생긴 모양으로 만들어, 약처럼 포장을 하고, 약처럼 '복용'을 하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스스로의 몸을 방치하고 망가뜨린 것에 대한 죄를 사함 받기 위하여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제물을 준비하여 매일매일 성스럽게 의식을 치루라는 것이다. 그리하면 이제까지 몸을 망가뜨린 죄를 모두 면죄해 주겠노라 하는 것이다.


    특정 영양 성분의 극심한 결핍은 병이다. 의료 기술과 의약품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이외의 자잘한 결핍들은 우리 몸이 알아서 해결을 한다. 급한 데로 당겨 쓰기도 하고, 몸에 경고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대부분은 몇 끼니의 정상적인 식사와 휴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결국은 또 기본이다. 하루 세끼, 일주일 내내 다 잘 챙겨 먹을 수 없다. 하루에 한 끼라도, 일주일에 두서너번이라도 좋은 식사를 하려고 하면 된다. 그리고 편안 마음으로 잘 쉬어주면 몸은 금세 항상성을 유지한다.


    우리 몸은 끊임없이 운영되는 거대하고 복잡한 화학공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 엄청난 화학공장에서는 끊임없이 과잉과 결핍의 문제가 생긴다. 그럴 때마다 이 놀라운 화학공장의 수많은 공정 라인들은 정지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과잉과 결핍은 이 복잡한 화학공장에서 상시적으로 발생되는 일이다. 이 아름다운 화학공장을 오랫동안 잘 운영하는 방법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운동이라는 일 포상제도, 휴식이라는 주 포상제도, 행복이라는 평생 포상제도를 운영해주면 된다.


    속지 말자. 모든 종류의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보이는 내용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일부를 확대한 것이거나, 다른 각도에서 본 것이거나, 일부러 거짓과 과장의 경계까지 간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우리 몸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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