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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Nov 25. 2021

#133. 지옥을 피하는 방법

[누만예몸] [극사실 실천법]계속 지옥에서 살 것인가? (feat 지옥)


    지옥이 공개되는 시간에 맞춰 넷플릭스를 켰습니다. 그리고 가볍게 6편을 연달아 봤지요.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으렵니다. CG의 퀄리티가 어떻고, 개연성이 어떻고, 디테일이 어떻고는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다 끝난 일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거 딱 질색이거든요. 주로 지능 낮은 꼰대(연령 구분 아님)들이 다 끝난 일에 의견 제시랍시고 얘기하는걸 하도 겪어서요. 심지어 핵심도 아닌 걸 가지고......




    저는 '지옥'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내의 '시연'이라는 것은 우리 삶에 찾아오는 '불행의 이벤트'를 시각화한 것은 아닐까? 수많은 불행의 징조를 애써 무시하고 외면하다가 혹은 나로부터 기인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나에게 오는, 그래서 오는지 조차 알 수 없는 불행이 어느 날 나타난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저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 특히 기질적으로 쫄보인 사람들은 불행의 이벤트가 시작되면 원인을 찾기 시작합니다. 대부분은 자기 자신을 탓합니다. 영화에서 '시연은 죄지은 사람이 받는다'라고 했던 부분이죠. 스스로가 잘못했기 때문에 불행한 일들이 찾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인과관계는 뚜렷해지기는 한데 그렇게 규정을 해버리고 나면 자책의 시간이 찾아오게 됩니다. 고통과 괴로움의 시간이죠. 그 시간을 겪고 나서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 게 대부분이죠.

    더 잔혹스러운 상황은 주변인들의 반응이죠. '고지'를 받으면 죄인 취급을 하는 영화 속의 새진리회나 화살촉 그리고 그들을 추종하는 군중처럼 특정 개인의 불행을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찾는 게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죠. 특정인의 불행을 가지고 개인을 비난하고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는 억측을 사실처럼 규정하는 현상이 우리 곁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죄, 잘못, 실수 등과 불행의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거의 랜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비종교인이 느끼는 의아한 점 중에 하나가 바로 '왜 악인이 벌 받지 않으며, 왜 선인이 고통을 받는 일이 생기는가?'입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권선징악을 배웠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이라는 걸 만든 것이죠. 물론 그 법이 공명정대한지는 다른 문제지만요.


    불행이 랜덤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따르게 됩니다. 왜냐면 우리들은 나름의 삶의 시나리오가 다 있거든요. 행복 회로가 작동한 그 시나리오에 맞는 삶을 살고 싶거든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대응'보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무한대에 가까운 변수를 다 고려해서 계획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래서 결국엔 계획 보단 대응이 더 중요해집니다.

    저도 마음이 쫄보라 어떤 상황을 앞두고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봅니다. 제 경험과 지식의 범위 내에서 예측 가능한 '대응 시뮬레이션'이죠. 큰 줄기의 대응 방향을 정해 놓으면 조금 맘이 편해집니다. 그러면 계획하지 않은 일이 생겨도 패닉에 빠지진 않거든요.

    그런데 계획과 대응이 뭐가 다르냐고요? 계획은 명확한 '목표'가 있고, 대응은 '짝'이 있습니다. 휴가로 예를 들어 볼까요? 휴가 계획을 짜죠?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언제 뭘 하고 등을 시간별, 동선별로 짭니다. 왜죠? 휴가를 잘 보내고 싶다는 목표를 위해서죠. 그래서 휴가 계획 A는 '휴양'이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휴가 계획 B는 '관광', C는 '쇼핑' 같은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휴가를 보낼지 목표에 따라서 계획은 달라집니다.  반면 대응은 이런 것입니다. 현지 맛집을 찾아갔는데 임시 휴무일 경우 어떻게 하죠? 옆집에서 끼니를 해결할지, 다른 맛집으로 이동할지, 다른 곳을 먼저 방문할지를 정해야 합니다. 즉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 맞춰서 행동하는 것이 바로 대응입니다.

    계획은 만들어 간다는 개념이 큽니다. 계획을 세운 이유인 목표를 위해 단계별로 해야 할 일이 있고 달성해야 하는 세부목표가 존재하는 것이죠. 반면 대응은 흘러간다는 개념입니다. 막히면 돌아가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이죠. 다들 방학 계획표 만들어 보셨죠? 동그란 원을 잘개 쪼개서 여러 가지 일들을 적어 놓죠. 그냥 놔두면 어떻게 되나요? 거의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계획이라 그렇습니다. 계획은 노력해서 만드는 것입니다.


    불행은 랜덤입니다. 나쁜 짓을 해서도 아니고 대충 살아서도 아닙니다. 불특정 하게 찾아오는 것이 불행입니다. 이 불행을 막자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아무런 쓸모없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불행을 막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애를 써서 노력을 해도 불행은 옵니다. 우리는 모두 정도와 방식이 다른 불행을 직면합니다. 누구는 그것을 지옥의 고통처럼 느끼고, 누구는 불행인 줄도 모르고 지나칩니다. 개개인의 상황과 기질에 따라서도 다르고, 타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불행의 고통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불행을 피하고자 삶을 계획하지 마세요. 계획이 있어도 불행은 오고, 없어도 옵니다. 문제는 대응입니다. 이미 와버린 불행에 대한 대응이 그 불행의 크기와 강도를 결정합니다. 불행에 매몰된다면 불행의 객관적 실체보다 큰 고통을 겪게 됩니다. 반면 불행을 직시하고 인정하여 불행이 점유한 만큼 내외연을 넓히면 불행은 홀로 메말라 갑니다.

    우리는 '고시'도 '시연'도 보이지 않지만 마치 보이는 사람들처럼 불행에 빠져듭니다. 불행의 자책으로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합니다. 정상적인 관계를 망치고 이상한 사람들을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홀로 증오를 키우고 복수를 꿈꾸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삶터가 지옥으로 바뀝니다.


    삶터를 지옥으로 만들지 말지는 불행에 대한 대응에 달렸습니다. 대응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 대응의 방식은 상황에 따라 다 다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합니다. 정신적 대응을 하던 육체적 대응을 하던 뭐가 되었건 에너지가 필수입니다. 에너지가 뭐냐고요? 바로 체력입니다.

    '병신보다 쌍년이 낫다'라고 외치려면 긍정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뭐 어쩌라고!'라고 돌아설 때도 대담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존버 가즈아~'를 외칠 때도 지구력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 에너지들은 결국 체력에서 옵니다. 체력은 운동으로 유지가 되고요.


    체력이 약하면 옆으로 지나가는 불행도 내 불행처럼 느껴집니다. 작은 불행이 알박기를 했을 때 외내연을 확장하지 못해서 불행에게 지분을 빼앗기는 것도 약한 체력 때문입니다. 누릴 수 있는 수많은 '다행'도 체력이 약하면 못 누립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사랑하는 기본적인 욕구도 체력이 약하면 다 흐트러집니다. 운동선수들이 정신력으로 뛴다고요? 그거 다 체력입니다.




    불행은 랜덤이고 우리는 그런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누구는 힘들어하고 누구는 더 힘들어하면서 말이죠. 있지도 않은 인과관계를 만들어내서 어떻게 살아야 불행이 오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조금만 오래 살아보면 다 뻥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수많은 계획충들은 오늘도 불행을 피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죠. 하지만 골프 스코어를 맞추고 내일 주가를 예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불행에 대한 가장 좋은 기초 대응은 체력입니다. 체력은 우리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어주고, 지구력, 인내심, 침착함, 분석력, 활기참, 즐거움 등등의 기본 재료입니다. 어떻게 만드는지는 '누만예몸'의 글들을 참고하세요.


    '지옥의 사자'들도 걷는 법이 없이 항상 뛰어 다니더군요. 우리도 부지런히 체력을 만들어 보시죠. 체력이 좋아지면 덩달아 좋아지는 게 많습니다. 심지어 꽤나 짜릿하답니다. 어때요? 땡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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