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ama May 22. 2022

#138. 안전하게 술 마시는 방법

#누만예몸 #극사실실천법 #그딴거없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애롭고 관대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 결정, 관계의 범위와 강도를 수시로 맘대로 변경합니다. 설령 그게 잘못된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나르시시즘은 자애롭고 관대하게 스스로를 중심에 놓고 합리화를 해버립니다. 괜찮습니다. 그래야 살죠. 물론 다른 해결책도 있겠지만 모두가 위기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자기 객관화 따윈 잊고 스스로에게 관대함을 유지하며 삽니다. 


    반면 사회는 냉엄합니다. 자애롭고 관대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데 남에게는 그렇지 못한 지 뻑뻑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특히 이해관계에 있어선 관대함이 1도 없는 날 선 칼 같습니다. 자신이 손해 보는 것 같다면 참질 못합니다. 신의 따윈 애초에 없었던 말 취급합니다. 물론 자신의 그런 행위에는 당연히 관대합니다.


     그런데 SNS에선 다들 천사 같습니다. 똥밭 같고 지옥 같은 현실에서 노예처럼 전사처럼 살면서 SNS에선 유독 자애로운 천사 같습니다. 저는 이것을 '강요된 사회적 관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매트릭스의 파란 약' 같은 것이죠. 현실은 최대한 숨기고 서로에게 관대함을 보여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 파란 세계에서는 예쁘고, 섹시하고, 부유하고, 맛있고, 멋진 곳이 주로 등장합니다. 재밌게도 '인스타 스퀘어'에는 실제 현실에 가까울수록 많은 사람이 등장하고, 광각이 사용됩니다. 반대의 경우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거나 클로우즈업이 많이 사용됩니다. 결국 냉혹한 현실을 SNS라는 필터로 가리고 있는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공통되게 관대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술입니다. 담배나 다른 약물에 비하면 엄청나게 관대합니다. 왤까요? 저는 이미 엄청난 규모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금 걷기에도 좋고, 일자리나 알코올 중독 치료/예방 같은 경제적 파생 효과도 엄청 날 테니깐요. 이와 같은 사회적 관대함 속에서 술을 재테크로 활용하고, 과시하고,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근데 건강에도 좋을까요? 혹시 또 다른 파란 약은 아닐까요?




<적당한 술은 오히려 건강에 좋아요!>

    건강에 좋은 술은 없습니다. 좋고 나쁨에 관한 양도 특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술은 기본적으로 나쁩니다. 누가 더 잘 견디냐 못 견디냐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안전한 양의 알코올은 없습니다. 


<괜찮아요! 나만의 해장법이 있어서 금방 깨면 돼요!>

    소주 한 병을 마시면 이 알코올을 발암물질로 분해하는데 평균 10시간이 소요됩니다. 가만히 누워 있건, 찬물로 샤워를 하건, 에스프레소를 마시건, 햄버거나 피자를 먹건, 알로에 주스를 마시건 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냥 여러분들의 느낌일 뿐이에요. 개인이 가진 알코올 분해 능력만큼 시간은 무조건 걸립니다. 


<독한 소주 대신 맥주나 와인을 마시면 괜찮아요!>

    휴먼! 바보입니까? 소주 한 잔이나, 와인 한 글라스나, 맥주 한 병이나 섭취하는 알코올 양은 같아요. 주종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스트레스 푸는데 이만큼 좋은 방법이 없어요!>

    사실은 반대입니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스트레스가 더 강해집니다. 알코올이 스트레스 강도를 더욱 높이고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을 증가시킵니다. 스테로이드가 우리 몸에 나쁘게 작용하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우리가 술을 마실 때 즐겁고 편안한 느낌을 받는 것은 술을 마시러 가는 과정과 목적에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이성을 꼬셔 보겠다며 갖는 술자리가 재밌지 않을 수 없죠. 하지만 우리 신체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적당한 음주는 심장과 혈관에 좋다구욧!>

    맞습니다. 그렇게 알려져 있었죠. 하지만 '적당한 음주'라는 권고치는 한계량을 의미합니다. 맥주로 치면 하루 한잔입니다. 하루 한잔이 맥시멈 한계입니다. 근데 문제는 이것도 꾸준히 하면 오히려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맥주를 하루에 한잔만 한다고요? 그러면 그게 약이지 술입니까? 저처럼 알코올 가성비가 높은 사람이 아니고선 절대로 실천 불가능한 권고치입니다. 


<매일 술을 마시지 않으니 괜찮아요!>

    매일 술을 마시느냐 안 마시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알코올 중독의 척도는 술을 얼마나 자주 마느냐가 아니라 일단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조절할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1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을 마시더라도 알코올 의존도가 높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재미있고 기분 좋게 술자리를 이어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술을 과도하게 마시는 사람이 있습니다. 스스로 조절을 못합니다. 술이 술을 마신다고 하는 상태에 돌입해서 통제력을 잃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동일한 수준의 효과를 보기 위해선 점점 더 많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내성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보다 얼마나 더 많은 양을 마셔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양을 조절하지 못하고 통제력을 잃게 됩니다. 그리곤 결국 블랙아웃이 되고 맙니다. 매우 위험한 상태입니다. 범죄나 사고의 위험에 자신을 내던지는 꼴입니다.


<맥주는 물이지! 술이 아니라 음료라고!>

    안타깝게도 맥주만 마시는 알코올 중독자가 엄청 많습니다. 


<내가 아는 누구는 평생 술을 달고 살았는데 장수를 했다구!>

    적당한 음주를 하는 사람이 아예 먹지 않는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는 얘기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법한 내용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음주와 장수에 관한 연구의 결과는 "적당한 음주를 한 사람이 술을 아예 안 마시는 사람 또는 과음자보다 장수한다"로 동일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텍사스 대학 오스틴 캠퍼스의 심리학 교수 Charles Holahan과 공동 연구팀은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말합니다. 그들은 연구 표본에서 상당한 수의 절대 금주자(teetotalers)가 이전에는 문제가 있었던 음주자였으며, 중간 정도의 음주를 하는 사람들에 비해 열악한 신체 활동 및 높은 수준의 흡연과 같은 건강 문제 및 건강 위험 요소가 있는 사람들임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전에 알코올 중독자였거나, 조기 사망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어서 술을 절대적으로 끊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연구진들은 말합니다. "적당한 음주의 유익한 효과가 과대평가되었을 수 있다"라고 말입니다.




    이런 분들은 술을 마실 때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1순위는 암과 관련된 가족력이 있는 경우입니다. 특히 여성분들은 더더욱 주의하셔야 합니다. 소량의 알코올 섭취도 유방암 위험 증가와 큰 관련이 있습니다. 술 속의 에탄올은 발암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가 됩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DNA를 손상시키고 손상된 세포가 복구되는 것을 막습니다. 그러면서 에스트로겐 같은 호르몬 수치에도 영향을 줍니다. 에스트로겐은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지시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데 술이 더 많은 세포가 분열하게끔 지시합니다. 무언가 잘못될 확률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알코올은 비타민 A, C, D, E와 엽산 같은 중요한 영양소의 분해와 흡수를 방해합니다. 즉 세포의 손상과 분열을 마구 일으키고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해서 암이 발병할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죠. 


    2순위는 체중 관리를 하는 경우입니다. 술은 Empty Calories라고 합니다. 열량 이외에 어떤 영양소도 없습니다. 몸을 나쁘게 만드는데 직빵입니다. 뱃살을 더욱 찌우고, 마른 비만을 강화합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관대롭다고 하나 어쩌다 가끔씩은 자기 객관화를 진하게 할 때가 있습니다. 현타와 멘붕이 옵니다. 그럴 때 술을 찾죠. 혹은 이성을 만나고 더 깊은 관계를 갖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기회를 만들고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맑은 정신에 만나도 뒤통수를 갈겨대는 세상인데 음주 상태의 만남이 얼마나 나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술은 좋은 해결책은 아닙니다. 그저 술과 함께 즐거웠던 젊은 시절의 짜릿함을 다시 느껴보려 기회가 되면 들이붓는 것이죠. 하지만 결과는 피곤함이 1주일은 가고, 암 발생 위험이 약간 상승한 것 밖에는 없습니다. 


    세상에 나쁜 걸 좋게 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나쁜 걸 참아 내고 하거나 좋다고 우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어려운 걸 쉽게 하는 방법도 없습니다.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애쓰지 않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타고난 매력 자산을 가지고 쉽게 살 수 있는 것은 10대~20대 초반밖에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 매력 자산은 섹시한 신체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폭넓은 인맥, 합리적 이성, 인문학적 소양, 활기찬 건강, 긍정적 사고와 같은 요소들이 추가됩니다. 


    술을 마시는 것의 이점은 건강의 위험을 능가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논리나 핑계로도 과음의 이점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나이와 건강 상태에 맞는 사고와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할 수 있다면 모든 힘듦과 리스크를 극복하고 10대처럼 사시는 것도 응원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하루 한 잔의 술을 열 병처럼 마시는 지혜로운 행동을 하시길 바라 마지않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




* 공감, 댓글, 질문은 항상 감사합니다.

*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많은 공유 클릭 부탁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37. 잠 못 드는 밤에 잘 자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