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과외] 오프라인 기업의 온라인화 잘하고 있나?
패션 시장은 2012년 이후로 급격히 성장률의 둔화를 겪고 있다. 2012년 이후 연간 4% 이상 성장을 달성한 해가 없다. 2017년까지는 3년 연속 2%대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제성장률 대비 낮은 수준의 성장이다. 뿐만 아니라 가구당 월평균 의류 신발품목의 실질 지출액은 최근 4년간 감소했다. 소비자의 지출이 줄었다는 의미다.
유통경로로 봤을 때 저성장의 원인은 오프라인 판매 채널의 부진 때문이다. 옷을 만들고, 매장을 열고, 매장 매니저를 고용하면 판매가 이뤄지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이렇게 하면 매출이 생긴다. 다만 수익이 크지 않다. 이 단순하고 파워풀한 방식에 정체가 온 것이다.
그나마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은 이유는 온라인 판매 채널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는 오프라인 판매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 백화점 등의 입점 수수료와 매장 매니저에 대한 판매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패션 회사들이 자사몰을 만드는 이유다. 자사몰에서, 직접 제조한 상품을 팔면 가장 높은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래서 온라인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온라인 패션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16%의 높은 성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대기업 기반 패션업체들은 온라인 판매 채널을 '수익성 좋은 대리점'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수익성 좋은 대리점'에서 재고를 많이 소진해 주길 원한다. 온라인에서 수익성을 보전해 주면, 백화점 입점도 계속할 수 있고, 일정량 이상의 재고를 생산해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기업 기반 패션업체들의 자사몰은 경쟁력이 없다. 기존 e커머스와 비교해서 우위에 있는 것이 없다. 느리고, 불편하고, 혜택도 없다. (혹자는 높은 할인율을 보고 혜택이 있다고 하는데 최초 소비자가가 부풀려져 있다면 높은 할인율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지하방, 효도방에서 쓰는 방법 아닌가?)
현재 대기업 기반 패션업체의 온라인 핵심은 '기존 e커머스 따라 하기'이다. 온라인에 자사몰이라는 '대리점'을 하나 만들고, 적은 비용으로 많은 트래픽을 일으키고, 높은 전환율로 많은 매출을 만들기를 바란다. 기획전을 만들고, 프로모션을 걸고, 쿠폰을 뿌리고, 제휴를 하고, 청구할인을 건다. 이건 기존의 e커머스들이 너무나도 잘하는 것들이다. 그들보다 더 잘할 수 없다. 더 잘하려면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이 바닥에서는 디테일이 없으면 돈이라도 잘 써야 잘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왜 여기서 사야 하는가?'
'왜 여기서 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없다.
상품이 많은가? 싼가? 편리한가? 재밌는가? 정보를 주는가?
항상 새로운가? 볼거리가 있는가? 합리적인가?
국내 온라인 패션과 글로벌 온라인 패션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온라인 패션'을 하기 위해 전통적인 프로세스에 변화가 생겼는가의 여부이다. 글로벌 온라인 패션 시장은 전통적 프로세스와 완전히 다른 프로세스나 어프로치를 적용해 성장을 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 반면 국내 온라인 패션은 전통적 프로세스에 변화가 없다. 판매 채널만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심지어 국내 패션업체들은 내부에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의 갈등도 존재한다. 오프라인은 온라인의 할인이 매출 부진의 사유라고 생각한다. 온라인은 브랜드를 망치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도 오프라인의 돌발적인 할인이 매출 부진의 사유라고 생각한다. 오프라인에서 하는 할인은 온라인처럼 티가 나지 않는다. 오프라인을 비겁한 엄살쟁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업체는 오프라인 매장에 있는 상품을 그대로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같은 디자인, 같은 컬러의 똑같은 상품이다. 일부 '온라인 전용'이라는 상품이 있다. 그런데 이 상품도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똑같이 같은 방식으로 같은 공간에서 판매한다. 온라인 전용 상품은 매장 전시가 없다. 따라서 소비자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상품 상세 페이지밖에 없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입어 볼 수 있는 상품과 같은 형태로 정보를 제공한다. 디테일이 없다.
자사몰을 가지고 있는 기존 패션업체들은 트래픽을 모으는 방법을 모른다. 트래픽을 모으기 위한 콘텐츠가 없다. 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고객에 대한 분석이 없다. 그러다 보니 트래픽이 많은 기존 유통업체에 입점을 한다. 할인에 유통업체의 혜택이 더해져서 자사몰보다 싼 가격에 팔린다. 대리점보다 자사몰이, 자사몰 보다 제휴몰이 가격이 더 싼 이유다. 가격에 민감한 패션 소비자들은 브랜드 옷의 가격이 어디가 싼 지 다 안다.
내가 만든, 내 상품을 두고 제휴몰과 경쟁을 한다. 심지어 가격도 제휴몰이 싸다. 제휴몰은 내 상품으로 트래픽을 만들어낸다. 나의 비용 효율은 늘어나지 않는다. 악순환이다. 기존 패션업체의 자사몰이 안고 있는 문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최적화되어 온 기존의 프로세스에 '온라인'을 포함시켜야 한다. '수익성 좋은 대리점'에 재고 입고하는 수준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고객이 다르고, 상품이 다른 신사업이다. 신사업에 준하는 기존 프로세스의 변화가 필요하다.
온라인에만 노출하는 상품은 표현이 달라야 한다. 체험을 할 수 없는 단점을 보완해줘야 한다. 온라인에서 소구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그 콘텐츠는 새롭고, 재밌고, 정보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오프라인과 자사몰, 자사몰과 제휴몰에는 단독 상품이 있어야 한다. '왜 여기서 사야 하는가?'에 대한 물리적인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 단독 상품을 통해서 각자가 트래픽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오프라인과 자사몰에 각각의 단독상품이 있으면 서로 적대적일 필요가 없다. 오프라인에서는 온라인을,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게 된다.
제휴몰은 자사몰과 상품이 겹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야 같은 상품을 두고 비용을 쓰는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고객들이 제휴몰을 통해 구매 경험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 고객은 자사몰로 절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은 '디테일'이다. '엣지'라고도 한다. 나의 브랜드, 나의 상품을 알리는 데 있어 섬세함이 필요하다. 고객들은 그런 것에 가치를 느낀다. 온라인에서 가격, 최저가라는 요소는 강력하다. 하지만 브랜드의 가치를 망가뜨릴 수 있는 요소이다. 가격 이외의 디테일을 갖춰야 한다.
패션업의 온라인 비즈니스와 수수료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다르다. 동일하게 적용될 부분도 있을 것이다. 반면 패션이기 때문에 다르게 적용될 부분도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에 최적화해놓은 제조, 생산관리, 재고처리 등에 대한 노하우를 온라인을 포함해서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진정한 시너지라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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