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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Jun 24. 2024

183. 런중우천을 경험한 결심 35일 차

#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런린이 #펀러닝 #나이트런 #런중우천


    오늘도 달렸다. 메마른 사막에서 단비를 기다리는 선인장이 첫 비를 맞은 것처럼 신선했던 경험을 했던 것이 어제였다. 우후 성장통에 아직 종아리가 얼얼한데 반갑게 오늘도 비 소식이 있었다. 그런데 날이 너무 좋아서 예보가 틀린 줄 알았다. 


    주말 3연런의 마지막 날인 일요일 저녁. 후텁지근한 공기가 뭔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트랙 위에 섰을 땐 바람도 불고 있었다. '설마 비가 내리려나?' 일단 달렸다. 그렇게 30분을 달렸을 무렵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요란하게 번개가 쳤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이대로 끝나려나 싶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황사비라고 했는데...'라고 걱정을 하기엔 너무나 소나기였다. 일단 비를 피했다. 그렇게 5분 정도 몸을 풀며 대기를 했다. 빗소리가 장마빗소리 같았다. 모든 소리를 집어삼킬 정도로 크고 강력했다. 이대로 오늘의 달리기는 끝인가 생각하던 차에 비가 살짝 주춤했다. 그때 함께 비를 피하던 누군가가 뛰쳐나갔다. 이때다 싶어서 나도 나갔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비도 달리기에 적당했다. 


    트랙엔 모두 4명이 있었다. 첫 번째 소나기 때 대부분은 트랙을 떠났다. 4명이 비 오는 트랙을 뛰고 있었다. 시원하고 좋았다. 어제의 좋았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렇게 목표했던 km 수를 채우고 있었다. 다시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비는 괜찮았는데 번개가 무서웠다. 잠시 후 두 번째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잠시 트랙 입구에서 몸을 풀며 기다렸다.



    비는 꾸준하지 못했다. 강 중 약약 강 중 약약을 반복하고 있었다. 국지성 호우라고 하나? 후드득 쏟아지면 한동안은 잠잠했다. 쏟아지는 빗속을 뛰기엔 관종력이 부족했다. 내가 원하는 건 그 정도의 광기는 아니었다. 역시나 비는 급하게 불같은 물을 쏟아내고 다시 잠잠해졌다. 당연히 다시 달렸다. 목표 km가 아직 남아 있었다. 


    트랙 위엔 나와 어떤 여성분만 남아 있었다. 서로 반바퀴 차이를 두고 달렸다. 비 내리는 밤에 달리는 미친 자와 누가 근접해서 달리고 싶겠는가. 이건 매너지! 그렇게 남은 km를 다 채웠을 무렵 저 멀리서 말발굽 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비가 이동하는 소리였다. 나름 장관이었다. 돌비 서라운드처럼 멀리서 들리던 소리가 점층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압도적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가까운 출입구로 뛰었다. 


    오늘 뛸 거리도 다 뛰었겠다 쿨다운을 하며 비가 주춤하길 기다렸다. 역시 비는 짧고 굵게 내리고 잦아들었다. 이제 집에 갈 시간. 트랙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인가. 최후의 미친 자가 된 것인가. 어쨌든 뿌듯하면 된 거 아니겠는가!


    내 머리칼은 풍성하지만 잘 지켜야 했다. 황사비가 걱정이 돼서 후다닥 씻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찬물 샤워. 찬 빗물에 불타는 몸뚱이가 가려져 있었다. 찬물을 들이붓고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이젠 우중러닝이 되었건, 런중우천이 되었건 내 계획대로 달리면 될 것 같다. 장마철도 과격하지만 않으면 잘 보낼 수 있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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