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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추가 깨달음을 얻은 결심 43일 차

#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러닝 #런린이 #펀러닝 #나이트런 #깨달음

by Maama


오늘도 달렸다. 소나기를 기대했지만 그딴 건 없었다. 몸은 금세 염전이 되어버렸다. 기상청이 6개월, 1년 후 예보를 하겠다고 했다. 십중팔구 사람들은 '내일 날씨나 제대로 예보해!'라고 했을 듯싶다.


43일을 꾸준하게 트랙을 찾다 보니 사람들의 패턴이 보인다. 뭐든 꾸준하게 하면 얻어지는 자신만의 데이터가 있다. 요일과 날씨에 따른 성별, 연령대가 보인다. 어떨 때 사람들이 늘어나고, 어떨 때 줄어드는지가 보인다. 기획을 하던, 마케팅을 하던, 영업을 하던 꾸준하게 자기 필드를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보이는 게 있는 법이다. 단순한 증감뿐 아니라 흐름이 보인다. 특히 수치화하고 객관화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심리가 보인다. 그리고 사람의 심리는 돈이 된다.


금요일은 트랙에 나오는 사람들이 적다. 또 적은 날은 토요일 그리고 흐린 날이다. 특히 여성 러너들은 비가 살짝만 와도 나오지 않는다. 향수를 뿌리고 나오는 러너들은 주중 동호회 활동에 많다. 거듭 말하지만 향수는 살짝 뿌려야 더 섹시하다. 오늘은 날이 습해서 뛰는 사람보다 걷는 사람이 더 많았다.


달리기에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는 쓸데없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숨 쉬는 것, 발바닥이 땅에 닿는 것 그리고 느껴지는 사소한 통증들에 신경을 쓰자면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발바닥 감각에 집중을 하다 보면 숨 쉬는 것을 잊는다. 숨을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잊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하는데, 인지하는 순간 숨이 가빠진다. 다시 숨을 고르고 나면 발바닥으로 신경이 옮아간다.


런린이답게 계속 발바닥, 호흡, 팔치기를 돌아가며 신경을 쓰며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엄청 편해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 감각을 반복했다. 어떻게 했을 때 그 감각을 느낄 수 있을까. 또다시 흩어져 있던 깨달음 사이에 연결 고리가 이어졌다. 아! 그 말이 이 뜻이었구나! 아! 그때 느꼈던 게 이거였구나! 평소처럼 천천히도 뛰어보고 좀 더 빠르게도 뛰어보면서 연결 고리들을 옹쳐맸다.


나는 수영을 정식으로 돈을 내고 배운 적이 없다. 해외 출장지 호텔 수영장에서 '물과 싸우지 말라'는 가르침으로 자유형을 터득했다. 그러고 나서 제일 이해가 안 갔던 것 중에 하나가 '음파음파'하고 자유형 호흡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직접 해보니까 절대 '음파'가 아닌데 왜 음파음파를 하라고 가르치지? 저렇게 배워서 호흡을 할 수가 있다고?


달리기에도 비슷한 것이 있었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없는 설명이 너무 많았다. 명확하게 설명을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도 아니었다.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진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답변도 다 두리뭉실했다. '발을 들었다 내려놓으세요', '뒤꿈치로 엉덩이를 차세요' 이런 식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코끼리 상아를 만지면서 코끼리는 털이 없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할 수 있었다.


오늘 달리다가 흩어져 있던 부분 부분의 깨달음들이 연결되는 동작을 찾아냈다. 그 동작만 점검하면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빠르게도 느리게도 달릴 수 있었다. 여러 장님이 코끼리를 설명한 말을 듣고 드디어 전체 코끼리 모양을 그려낸 기분이었다. 이렇게 되면 내일 달리기가 또 기대가 안 될 수가 없지! 제발 비가 조금만 내려서 더운 습기를 씻어주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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