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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지옥에서 천당까지 경험한 결심 42일 차

#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러닝 #런린이 #펀러닝 #나이트런 #폭우

by Maama


오늘도 달렸다. 아니 헤엄을 친 걸까? 처음에는 사우나 같은 습기 속을 헤엄쳤고, 나중엔 진짜 물속을 헤엄쳤다.


일주일 내내 우산 모양이 그려진 예보가 너무 임팩트 있고 외우기 쉬워서였을까? 머릿속엔 계속 비가 와야 하는 것으로 입력이 되었는데 비는 오지 않았다. 동북아의 전형적인 여름처럼 덥고 끈끈했다. 습기가 없으면 좀 참아 볼만할 텐데 습하니 숨이 턱턱 막혀왔다. 그 와중에 바람 온도는 시원했다. 혼돈의 대 짬뽕.


정말 야외 운동을 하면 안 되는 날씨였다. 예전 근력 운동을 할 때는 여름 걱정이 없었다.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땀을 빼는 맛이 좋았다. 근데 야외는 일단 호흡이 너무 어려웠다. 몸을 금방 지치게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페이스도 자연스레 떨어졌다. 더 떨어질 페이스도 아닌데 거기서 더 떨어졌다. 민망했다. 하지만 민망할 겨를이 없었다. 너무 힘들었다. 물론 어제가 휴식일이어서 그런 것도 있다. 언제나 휴식을 하고 난 다음 날은 두 배로 힘들었다. 무엇을 위한 휴식인가! 23일을 뛰고 7일을 쉬는 셈인데 7일을 쉬고 다음 날은 두 배로 힘드니 편안하게 뛰는 날이 며칠 안되었다.


평소 7분대 페이스가 8분대 페이스가 되었다. 다리가 아픈 게 아니라 숨쉬기가 너무 힘들었다. 7분대 페이스면 항상 하는 말이지만 '걷는 이 중 가장 빠르고, 뛰는 이 중 가장 느린' 그런 속도다. 좀 뛰는 것처럼 보이려면 5분대 페이스는 되어야 할 것 같다. 8분대 페이스는 억지로 뛰는 흉내를 내는 수준처럼 보일 수 있었다. 그렇게 6km를 뛰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훅 불었는데 그 안에 비 냄새가 있었다. '오겠다! 제발 쏟아져라!' 후드득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 시원하다. 아~~ 너무 시원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우나가 갑자기 수영장이 되었다. 비는 제법 많이 쏟아졌다. 지난번처럼 무식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몸이 젖기엔 충분했다.


바닥은 금세 식어 버렸다. 달아올랐던 공기도 사라졌다. 뜨끈해진 다리도 자연 아이싱이 되었다. 끈끈한 땀들이 모두 씻겨 내려갔다. 너무너무 시원했다. 트랙에도 많은 이들이 남았다. 아예 웃통을 벗고 뛰는 분도 있었다. 비는 중 약 중 약을 반복하면서 내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었지만 8km를 다 달렸다. 빗속에서 쿨다운과 스트레칭도 마쳤다.


비 내리는 트랙 위에 서서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다. 흔히들 자뻑이라고 하지만 자뻑을 느낄 수 있는 기회도 흔하지 않았으니 소중했다. 그리고 인생은 자뻑이 많을수록 만족스럽다. 타뻑은 주도권이 없다. 주도할 수 없으면 결론은 항상 같다. 매일 저녁 이 정도만 비가 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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