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러닝 #런린이 #나이트런 #근황
오늘(10월 31일)도 달렸다. 그랬더니 달리기 앱에서 세상 쓸모없는 걸 줬다. 딱히 자랑스럽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았다. 오히려 '남들은 이태원으로 홍대로 달리고 있는데 넌 진짜 달렸구나!' 하는 것 같았다. 나야 상관없지만 젊은 러너들은 많이 긁혔을 듯싶다.
100번의 달리기를 한지 한 달 하고도 12일이 지났다. 그 이후에도 나는 계속 달렸다. 기온이 낮아진 까닭으로 컨디션에 맞춰 날짜를 바꾸거나 하루 정도 쉬는 날은 있었다. 100회가 넘게 달렸으면 습관이 될 법한데 워낙 힘든 일이라 쉽게 습관이 되지는 않고 있다. 그래서 매번 노력이 필요했다.
100번 달리기 이후에도 자잘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 덕에 달린 후 통증도 거의 없고, 페이스와 거리도 늘었다. 깨달음은 상황에 따라서 계속해서 바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니 '깨달음_최종', '깨달음_최종_진짜' 이런 꼬리표가 계속 길어질 것이다.
10월엔 날씨가 버라이어티 했다. 급 추웠다가 더웠다가 오락가락했다. 비도 제법 왔다. 비가 와서 하루, 저녁에 잠깐 눈을 붙인 후 나가려다가 그대로 자버려서 하루 쉬었다. 그렇게 10월엔 20일을 뛰었다. 10월의 성과라고 하면 1시간에 8km의 벽을 깼다는 것일 것이다. 이제는 1시간에 9km를 넘게 뛸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뛰어도 통증은 없었다. 워낙 천천히 뛰는지라 1시간을 뛰고도 체력은 많이 남는다. 몇 달 더 달리면 1시간에 10km는 달리게 될 듯싶다. 물론 그게 목표는 아니다. 그래서 무리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체력은 매우 좋아졌다. 살도 많이 빠졌다. 특히 뱃살이 많이 빠졌고, 등살이랑 허벅지에 있던 군살도 매끈해졌다. 다리는 역대 최고의 상태가 되었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예쁘게 쪼개지게 되었다. 대신 식욕은 엄청 폭발했다. 밥 양이 늘었다. 조선 시대 샐러드 볼 크기의 밥그릇을 보고 '밥을 이렇게 많이 먹나?' 놀랬었지만 이제 이해가 되었다. 그만큼 힘든 일을 많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고된 일이면 밥을 그리 먹어야 움직일 수 있었을까?
날파리가 환대해 주었던 트랙 가는 길을 요즘은 낙엽이 대신하고 있다. 조금 있으면 눈이 대신하고 있겠지? 아직도 트랙엔 반바지, 반팔 차림의 러너도 많다. 하지만 난 추위를 많이 타는 몸이 되었는지 춥다. 최대한 보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만큼 불편함이 늘어나긴 했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다.
이제 곧 러닝 마일리지가 1,000km가 된다. 자전거로는 1,000km를 찍어 봤지만 두 다리로는 처음이다. 고등학교 체력장 때 이후 가장 많이 뛰고 있다. (군대에선 생각보다 많이 뛰진 않았다) 큰 의미를 두고 있진 않다. 1000km를 넘었다고 철인이 되는 것도 아니고, 페이스가 빨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뿌듯할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달리기는 몸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달리기는 마음의 쓰레기를 버리는 데 탁월하다. 실제로 달리기는 새로운 뇌 세포의 생성을 촉진한다. 헌 기억, 검은 기억을 버리는 데 달리기 만한 것이 없다. 어차피 살다 보면 삶의 잔여물 같은 것들이 쌓이게 마련이다. 자주 달리면서 삶의 잔여물을 털어 내니 몸과 마음의 건강이 만들어졌다.
나는 술도 담배도 도박도 안 한다. 딱히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없었다. 젊어서는 성취와 인정으로 그걸 대신했다. 성취와 인정에 효용 체감이 생기면서 집착이라는 부작용이 생겼다. 그런데 달리기는 나에겐 매우 적합하고 효율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식이다.
날이 점점 추워지면서 겨울 러닝이 은근히 기대가 된다.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항상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일은 은근 쾌감이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