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스쳐가는 아침

매일 구름이 스쳐 지나가는 아침을 맞이하는 아이

by 마안



어둠 속에 빛이 스며드는 것 같은 기운에 꽤 가벼워진 눈꺼풀을 열어본다. 파란데 초록이 섞인 습기를 머금고 옅은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오늘도 구름을 맞이 해야지. 자주 빨아 흐드러진 티셔츠와 입은 것 같지도 않은 잠옷 바지를 입은 채 삐그덕 대는 나무 문을 열어재낀다. 역시 구름이 올라오고 있었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올라오는 구름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린다. 오늘도 너는 내게 찾아왔구나. 발 밑에 펼쳐진 하얀 세상을 본다.




"야! 일어나 봐.

너의 도시에선 볼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줄게.

지금 아니면 못 봐."


어제는 도시에서 온 어떤 여자아이가 우리 집에서 잠을 잤다. 그 아이의 세상에는 더 재미난 것이 많이 있겠지만 내가 사는 이곳에서 가장 재미있는 시간을 뽐내고 싶었다. 여벌 옷을 챙겨 오지 않은 도시 아이는 불편한 반바지를 입고 자고 일어나 그대로 잠이 덜 깬 채 툇마루 아이 옆에 걸터앉았다.


"이게 뭐지? 여기 어디야? 왜 아무것도 안 보여?"


그사이 구름이 산 중턱 집 전체를 감싸 안았다. 구름 속에서 깨어난 도시 아이는 차가운 물 알갱이가 부드럽게 소용돌이쳐대는 하얀 세상 안으로 나왔다.


어젯밤 어두운 시간에 이 집에 도착해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마주한 세상은 대체 어딜 와서 잔 건지 가늠할 수 없게 했다. 낯선 신비함이 작은 두려움과 이상한 기쁨을 함께 가져다주었다. 옆에 있는 아이는 곧 아랫마을이 보일 거라고 기다려보라고 했다. 정말이었다. 곧 조금씩 초록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가까이 있는 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저 멀리 있는 마을과 마을 건너 있는 산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하얀 세상은 우리 머리 위로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정말 구름이었다. 구름이 온몸을 통과해 올라간 것이다.


툇마루에 앉아있는 아이는 얼떨떨해하는 도시 아이에게 가장 재밌는 자신의 세상을 보여준 것에 기분 좋은 감정이 얼굴까지 타올랐다. 그러나 이 아이는 며칠 뒤 떠날 거고 언제 다시 볼 지, 아니 영영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둘은 서로를 산을 스쳐 지나가는 구름 속에 함께 있었던 순간으로 기억되겠지.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