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전세피해자의 연대

법없이도 사는 법, 그래도 법대로 사는 법 12

by 전희정

집단 소송과 연대의 전략


보증금 반환사건을 상담하다보면, 한 건물의 여러 세입자들이 각자 대응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저도 보증금반환 소송 중이고요… 옆집 분도 같은 중개사 통해서 계약하셨대요. 그분은 소송 안하신다던데..윗집은 한다고 하고요. 그런데 다들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어서… 좀 불안하더라고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서로 얼굴을 모른 채 같은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이 소개해줬고, 계약은 따로 했고, 피해를 입은 건 나만 같았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전세사기의 구조’는 동일하다.

● 동일 임대인
● 동일한 빌라 구조
● 동일한 중개업자
● 반복된 과밀 계약


― 피해자들이 연대하면 달라지는 것들

✅ 1. ‘중개사 책임’ 입증이 쉬워진다

개별적으로는 "몰랐다"는 변명이 통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 5~10명이 똑같은 유형으로 피해를 봤다면?
중개사 측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입증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임차인들이 함께 형사사건 고소를 진행한 후, 임대인과 중개사의 사기 공모 혐의가 인정되어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후 민사소송을 통해 중개사 보증보험에서 1인당 수백만 원씩 배상받게 되었다.


✅ 2. 비용과 시간이 줄어든다

민사소송을 하나씩 따로 하면 비용(각자 소송을 접수하면 각자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하게 된다)도, 시간도 2~3배 더 들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같은 피고(집주인, 중개사)를 상대로 공동소송하면 법원도 재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변호사 선임료도 나눌 수 있고 결론도 동일하게 나온다.


✅ 3. ‘전세사기’의 전형성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다

형사고소에서도 여럿이 함께 고소하면 수사기관의 집중도는 올라간다

피해액의 총합이 커질수록, 검찰이 사건을 주목하며, 처벌수위도 올라간다.

더 많은 자료, 더 풍부한 증거, 더 일관된 진술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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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의 방식은 다양하다

● 비공식 대화방부터 시작해도 된다
→ 같은 건물 입주자들끼리 단톡방, 밴드 등으로 피해 상황 공유

● 공동 민사소송
→ 같은 변호사에게 위임해 '공동 원고'로 소송 진행 가능

● 공동 형사고소
→ 피해 시점, 계약 구조가 비슷하면 공동고소장 작성 가능

● 중개사 대상 집단 민사 + 보험청구 연계
→ 피해 전형성이 높을수록, 보험사도 대응에 나선다



진행을 고민하던 상담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기당한 것도 억울한데… 소송 때문에 다른 세입자와 감정 상할까봐 걱정돼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소송이 끝난 후 같은 피해를 겪은 임차인들이 함께 사건을 진행했고, 결과적으로는 형사판결도 민사판결도 승소하여 웃으며 판결문을 가져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웃음을 마주하며 알았다.
함께일 때, 법은 좀 더 견딜 만해진다.


전희정 변호사의 짧은 생각


연대는 혼자보다 강하다.
혼자는 싸움이고, 여럿이면 구조다.


― 다음 글 예고

[6] 보증금 못 받은 집, 경매로 내가 사도 되나요? – 임차인의 ‘배당보다 낙찰’ 전략
→ 다음 글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집을 직접 낙찰받아 권리를 회수하는 전략과 주의사항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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