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못 받은 집, 경매로 내가 사도 되나요?

임차인의 ‘배당보다 낙찰’ 전략

by 전희정

“그 집요… 그냥 제가 낙찰받으면 안 되나요?”
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런 질문은 처음이 아니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보증금도 못 받고 억울하게 쫓겨날 위기에 놓인 피해자들이
문득 이렇게 반문하듯, 묻는다.

“그냥… 제가 사버리면 안 되나 싶어서요.
남한테 넘어가는 걸 보는 것도 너무 싫고,
경매로 싸게 나오면 어차피 나가는 돈인데,
차라리 그 집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상황에 따라선 그게 오히려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고.
그리고 이어서 설명을 시작했다.

경매로 넘어간 주택을 임차인이 직접 낙찰받는 건
생각보다 흔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회복의 전략이다.
배당을 기다리기엔 보증금이 너무 후순위고,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현실적으로 얼마 안 된다면
낙찰을 통해 보증금 일부를 다시 받아내면서
집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식.
그건 '패배의 수습'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유일한 ‘선제적 회복’이 된다.


하지만 낙찰에는 돈이 필요하다. ( 경매가 시작되었다면 더 들어가지는 않는다. )
임차보증금이 얽힌 상태에서 무서운 마음에 시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입찰에 참가할 때에는 입찰보증금 (해당 회차 경매 가액의 10%)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이 집이 지긋지긋하다거나, 힘들어서
이 전략을 알고도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거주지가 유지되어야 하는 경우,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해당 건물의 구조나 위치가 너무 적합한 경우엔
낙찰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하다.


실제로 내 의뢰인은
보증금 1억 3천을 날릴 뻔한 상황에서 해당 빌라를 1억 4천에 낙찰받았다.
입찰보증금은 부모님이 도와주셨고, 그는 낙찰자이자 동시에 임차인(채권자)이었기 때문에
낙찰금액 납부일자에 상계신청서를 제출하여 보증금과 상계처리하고 차액만을 납부하게 되었다.


(만약 임차인이 경매를 직접 신청한 경우, 보증금에 대해 이미 승소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에 들어간 상황이라면 낙찰 시 낙찰대금을 보증금으로 ‘상계 처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이 전략은 그 집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없는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

은행 등 다른 채권자가 먼저 배당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보증금은 결국 배당대상일 뿐이고, 낙찰대금은 전액 현금 납부해야 한다. )


결과적으로 내 의뢰인은 집을 임대보증금과 상계처리 하여 무상으로 낙찰받았고,
실질 손실은 1천만 원 수준으로 줄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사 걱정 없이 아이들과 일상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그에게는 제일 큰 회복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전하며,
그녀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했다.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조금 덜 무력해진다.


경매라는 단어는 보통 차갑게 들리지만
어쩌면 그것은, 피해회복을 위한 기회가 될 수 도 있다.




전희정 변호사의 짧은 생각


잃은 것을 되찾는 방법엔 여러 길이 있다.
임차인이 경매 낙찰은 그 중 하나일 뿐이나, 거주환경의 변화 없이

일단 임대보증금을 현물로 바꾸어 회복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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