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남편 이름으로 전세보증금이 공탁됐다

남편 이름으로 된 전세집, 나는 어떻게 보증금을 돌려받았을까

by 전희정

15년의 침묵, 그리고 한 통의 전화

"변호사님, 어떻게 해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이혼을 해야 받을 수 있을까요?"

목소리 끝에 실린 무거운 한숨이 전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그녀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 담긴 15년의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상담일기.png

보이지 않는 남편, 보이는 현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그녀. 집은 그녀와 아이들의 보금자리였지만, 계약서 위의 이름은 여전히 '남편'이었다. 아니, 법적으로는 아직 '배우자'라고 불러야 할 사람.

연락이 끊긴 지 15년. 주소도 모르고,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사람. 그럼에도 그녀는 이혼하지 않고 살아왔다. 아이들 때문이기도 했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돌아오리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진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성인이 된 자녀가 말했다.


"엄마, 10년이 지나면 공탁금은 국가로 귀속된대. 그 돈 국가가 가져가면 정말 끝이야."


세 갈래 길 앞에서

처음 상담을 했을 때, 나는 두 가지 길을 생각했다. 이혼소송을 통한 재산분할, 또는 실종선고 후 상속. 어느 쪽이든 험난한 여정이 될 것 같았다.

공탁금의 시효는 10년. 그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국고로 사라진다.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고민 끝에 이혼소송을 선택했다. 그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처럼 보였으니까.


숨겨진 진실

하지만 소송이 진행되던 어느 날,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털어놓은 이야기가 모든 것을 바꿨다.

"사실은요... 제 이름으로 된 땅이랑 아파트가 좀 있어요. 처음에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이게 문제가 될지 몰랐고, 괜히 이상하게 보일까 봐서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변호사에게도 모든 것을 쉽게 털어놓기란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그 한 마디가 전략을 완전히 뒤바꿨다. 이혼을 하면 오히려 그 부동산들의 재산분할이 더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제3의 길

그래서 나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공탁금 출급청구권 양도소송을 해보시죠."

복잡한 상속도, 번거로운 재산분할도 거치지 않고, 오직 그 공탁금을 받을 권리만을 법원을 통해 이전받는 방법이었다.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빠른 해결책.

그녀는 잠시 고민한 후 결심했다. 이혼소송을 취하하고 새로운 소송을 시작하기로.


기다림의 끝에서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대방, 신중한 법원, 그리고 길고 긴 기다림. 하지만 결국 법원은 그녀의 손을 들어주었다.

전세보증금이 마침내 그녀의 품으로 돌아온 그날, 그녀가 남긴 말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있다.

"결국 제가 저를 도와야 하더라고요. 그런데 변호사님 덕분에 혼자 같지는 않았어요."


이 사건이 내게 남긴 것

15년간 혼자 버텨온 그녀를 보며 깨달았다. 법정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 사람의 마음에 동행하는 것이 더 소중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또 하나. 진실한 상담만이 올바른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법적 선택지는 언제나 여러 개 있지만, 그 사람에게 맞는 길은 단 하나뿐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변호사라는 직업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 속에서 길을 찾아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길 위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일 것이다.



전희정 변호사의 짧은 생각


법적 해답은 복잡하지만,
출발점은 늘 단순하다.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용기, 그게 시작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보증금 못 받은 집, 경매로 내가 사도 되나요?